-거대 고래들의 충돌, 한국 등 터질 수도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 세계자동차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글로벌에 판매된 신차는 모두 8,204만대다. 한국자동차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는 9,010만대에 달한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생산과 판매가 많은 국가다. CEIC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완성차 생산은 1,061만대다. 동시에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중국의 완성차 생산이 3,011만대라고 밝혔다. 한 마디로 두 나라의 연간 생산량만 4,072만대이고 이들이 차지하는 세계 시장의 비중은 무려 45.2%에 달한다. 특히, 중국은 미국에 더해 일본(899만대), 인도(585만대), 한국(424만대), 독일(412만대) 등을 모두 합쳐야 할 만큼 생산이 많다.
궁금한 것은 생산이 많은 미국과 중국의 내수 판매와 수출 대수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는 1,554만대다. 1,061만대를 만들어 300만대 정도를 수출했으니 해외 완성차 수입 또한 790만대에 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많이 만들고 수출도 많이 하지만 수입도 많은 곳이 미국이다.
반면 중국은 3,011만대를 만들어 491만대를 수출했다. 내수에서 3,009만대가 판매됐으니 49만대 정도만 해외에서 수입, 판매된 셈이다. 수입보다 수출이 월등히 많은 데다 해마다 수출이 늘어나는 국가다. 한 마디로 미국은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반면 중국은 수출이 압도적이다. 게다가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세계 1위에 올랐을 만큼 해마다 증가폭이 거세다. 특히 BEV를 앞세운 전략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전개되는 중이다.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중국 BEV의 본격적인 미국 진출이다. 이미 미국 내에선 중국산 BEV의 공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포드의 짐 팔리 CEO는 중국산 BEV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기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테슬라 일론 머스크 또한 무역장벽이 없다면 중국 전기차가 경쟁사를 괴멸시킬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동시에 미국제조업연맹(AAM)은 저렴한 중국산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 들어오면 미국 자동차제조업은 멸종을 맞을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그래서 미국 또한 IRA를 통해 중국산 전기차의 미국 진입을 막아왔다. 하지만 중국은 ‘멕시코 생산-미국 수출’이라는 우회경로를 통해 미국 진입을 시도하는 중이다. 어차피 ‘중국 생산-해외 수출’은 중국 기업보다 합작 또는 테슬라 등의 외국 기업이 주도하는 만큼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그러자 미국은 우선적으로 중국산 자동차의 수입 관세율을 100% 높였다. 완성차 수입이 많은 미국이지만 중국은 예외로 두겠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중국 기업의 ‘해외 생산-미국 수출’의 대표 기지인 BYD 멕시코 공장 생산의 미국 진출도 막아낼 태세다.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GM, 포드 자동차가 무관세로 미국에 도입되는 것과 달리 중국 브랜드에 차별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관심은 차별 방안이다. ‘멕시코 생산-미국 수출’을 일괄 제한하면 미국 기업인 GM, 포드는 물론 한국의 기아 등도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고 중국 브랜드를 콕 짚어 세율을 높이는 것은 미국과 멕시코 간 관세협정에 위배된다. 따라서 미국이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완성차의 중국산 부품 사용 비율의 제한이다. 중국산 부품 사용 비율을 억제해 중국 기업의 멕시코 생산 가격을 높이는 방법이다. 이 경우 중국 이외 지역, 특히 북미에서 부품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의 미중 간 자동차 전쟁은 한 마디로 주도권 싸움이다. 내연기관에서 벗어나 BEV로 빠르게 전환, 글로벌 자동차 산업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BEV로 미국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중국의 전략이 맞붙은 상황이다. 외형상으로는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BEV는 미국이 오히려 중국에 도전하는 형국이자 시장에 빗장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기인 상황이다.
따라서 중국산 자동차의 관세율 대폭 인상은 미국이 쓸 수 있는 유일한 카드였던 셈이다. 선제적으로 빗장을 걸어 잠그지 못하면 한순간 미국차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그리고 미국이 빗장을 걸수록 중국은 다른 나라로 시선을 돌리기 마련인데 가장 가까운 나라가 한국이다. 중국 BEV의 본격적인 한국 진출이 곧 시작될 것이라는 의미다. 현대차와 기아의 가장 강력한 BEV 상대가 시선을 돌리는 게 부담스럽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