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꾸고 상품성 높인 아우디 대표 전기 SUV
-탄탄하고 안정적인 전기 파워트레인 인상적
아우디는 전동화 전환에 유독 진심인 브랜드다. 2019년 컨셉트카를 시작으로 다음 해 본격적인 양산차 공개와 함께 전기차 출사표를 던졌다. 이후 꾸준히 제품을 선보였고 과감한 라인업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탄탄하게 입지를 쌓았다.
시작은 대형 전기 SUV e-트론이다. 활용도가 높은 세그먼트 특징을 살려 아우디 전기차 전환에 힘을 불어넣었다. 지금은 e-트론 자체가 브랜드 대표 전동화 네이밍이 된 만큼 플래그십 SUV를 뜻하는 Q8을 붙여 Q8 e-트론으로 이름을 바꿨다. 또 부분변경을 통해 완성도를 끌어올렸는데 구체적으로는 세련된 디자인과 역동적인 주행 성능, 최신 기술과 편의 기능을 갖춘 게 특징이다. 새 차의 매력을 살펴보기 위해 직접 시승에 나섰다.
외관은 대대적인 변화보다는 섬세한 부분을 다듬는 데에 집중했다. 대표적으로 새로운 전면 싱글프레임 그릴이다. 유광블랙 면적을 넓히고 육각 무늬를 넣어 미래 아우디 전기차 디자인 언어를 잘 표현했다. 2D 형태로 심플해진 로고도 세련미를 키우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헤드램프는 기존과 큰 차이가 없지만 여전히 날렵하고 멋있다. '조명 맛집' 별명을 가진 아우디답게 램프가 점등되는 형태 및 구현도 아름답다. 범퍼 양 끝에는 원활한 공기 흐름을 위한 통로가 뚫어져 있으며 앞쪽 스플리터 역할이 기대되는 스커트 장식도 마음에 든다.
옆은 듬직하다. 크고 반듯한 유리창과 굵직한 캐릭터라인, 커다란 휠 하우스 등 SUV 특유의 든든함이 묻어난다. 화려하게 기교 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차를 만든 느낌이다. 공기 역학을 고려한 휠은 종류가 꽤 많고 디자인도 좋아서 고르는 재미가 있다. 이 외에 사이드 미러는 디지털 카메라 타입과 일반 거울 두 종류로 나뉜다.
뒤는 가로로 길게 이어진 헤드램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선명하면서도 안정적인 비율을 갖춰 외관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인다. 뒷 유리창은 완만하게 내려와 쿠페형 SUV 느낌이 나며 입체적으로 다듬은 범퍼도 밋밋하고 심심한 전기차 이미지를 지운다.
실내는 익숙하다. 차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내연기관 아우디 라인업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부분에서 디자인-룩과 부품 등을 공유한다. 그렇다고 아쉽거나 부족한 부분은 더더욱 찾기 힘들다. 센터페시아와 센터 터널, 대시 보드 등 곳곳에서 Q8 e-트론만의 센스 있는 구성을 찾아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디지털 계기판은 구성 자체는 큰 변화가 없지만 그래픽이 매우 선명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기능적으로 완벽하다. 위-아래로 나뉜 모니터도 마찬가지다. 절도 있는 햅틱 반응과 빠른 구현으로 사용하는 내내 기분이 좋아진다. 공조장치 그래픽이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한 번 손에 익으면 무척 편리하다. 이와 함께 앞뒤로 미는 방식의 전자식 변속 레버는 신선함을 키우고 레일 형식으로 큼직하게 뚫어놓은 수납함도 쓰임새가 좋다.
편의 및 안전 품목의 개선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외관에서는 조수석 측면에 추가 완속 충전구가 마련돼 총 두 개의 충전구로 충전 편의성이 커졌다. 실내에서는 초음파 센서로 차와 물체의 거리를 측정하고 MMI 디스플레이에 표시해주는 전/후방 주차 보조시스템과 서라운드 뷰 디스플레이, 파크 어시스트 플러스 등을 통해 보다 쉬운 주차를 가능케 한다.
이와 함께 360도 카메라로 차 주변에 있는 환경을 서라운드 뷰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여주며 정밀한 주차를 도와준다. 또 주행 중 사각지대나 후방에 차가 근접해오면 감지하고 사이드미러를 통해 경고 신호를 보내는 아우디 사이드 어시스트, 하차 경고 시스템과 교차로 보조 시스템 등이 적용된 프리센스 360도, 가상 엔진 사운드 등 운전자는 물론 보행자의 안전까지 생각하는 다양한 안전 기능을 탑재했다.
감성품질을 높이는 요소도 가득하다. 고급 가죽과 정교한 스티치가 인상적이며 단차 없이 정확히 맞물린 마감도 훌륭하다. 버튼을 누르고 돌렸을 때도 마찬가지다. 또 은은한 무드등과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 파노라마 선루프,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오감을 만족할만한 기능이 대거 탑재돼 있어 탑승자 모두에게 특별한 이동 감각을 제공한다.
2열은 무난하다. 차의 크기를 감안하면 적당한 공간을 연출한다. 무릎보다는 머리 위 공간이 조금 더 여유롭고 가운데 턱도 없어서 성인 세 명이 온전히 앉아 이동할 수 있다. 편의 품목으로는 전용 공조장치와 송풍구, 열선 시트, 컵홀더 겸 팔걸이가 마련돼 있다. 트렁크는 기본 660ℓ를 제공하며 2열을 모두 접으면 최대 1725ℓ까지 늘어난다.
Q8 e-트론은 크게 50 콰트로와 55콰트로 두 가지로 나뉜다. 시승차는 55 콰트로 트림으로 최고출력 408마력(300㎾)과 67.71㎏∙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200㎞/h(안전제한속도),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6초가 소요된다. 역동성과 정밀함을 함께 지닌 전기모터는 두 구동액슬 사이에 토크를 필요에 따라 빠르게 분배한다.
배터리 개선도 이뤄졌다. Q8 55 e-트론 콰트로에 들어간 114㎾h 용량의 리튬이온배터리는 12개의 배터리셀로 구성돼 있는 36개의 배터리모듈로 패키징했다. 기존 95㎾h 대비 큰 폭의 상승이며 우수한 결과값을 보여준다. 실제로 환경부 인증 1회 충전 시 복합 기준 368㎞(도심: 363㎞ / 고속도로: 374㎞)를 받았는데 100% 완충했을 때 트립컴퓨터 속 주행거리는 420㎞를 훌쩍 넘겼다.
이 외에도 가정과 공공, 또는 아우디 네트워크 내에 설치된 충전소에서 완속(AC) 및 급속(DC) 충전이 가능하며 급속충전 시 최대 170㎾의 출력으로 충전할 수 있다. 또 아우디는 안전을 위해 고속충돌을 대비한 안전한 배터리 배치구조를 설계했으며 중앙에 낮게 자리잡은 배터리는 안전성, 스포티한 주행, 정확한 핸들링에 도움을 준다.
첫인상은 전기차 특유의 고요한 감각으로 시작한다. 이후 가속페달을 밟고 속도로 올리는 과정 역시 요란하지 않고 진중하다. 속도감을 내세워 자극 있는 주행을 하기보다는 누구나 두루 만족할 만한 매끄러운 가속에 초점을 맞춘다. 그만큼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넘어 갈 때 느끼는 이질감이 거의 없다.
이는 제동을 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생 제동의 개입 여부와 강도가 상당히 매끄럽게 때문에 스르륵 속도를 줄이고 차를 멈춰 세운다. 앞차와의 거리를 계산해서 능동적으로 속도를 줄이는 과정도 훌륭하다. 잘 활용한다면 원-페달 드라이빙이 충분히 가능하며 달리고 서는 자동차의 기본적인 과정에서는 전혀 불만이 나오지 않는다.
기대 이상의 강점 포인트도 있다. 바로 고속 안정성이다. 바람을 가르며 최상의 공기 역학을 보여 주고 이에 따른 안정성은 라이벌과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우수하다. 속도 바늘은 내가 생각했던 숫자보다 훨씬 높은 곳을 가리키며 능력을 드러낸다. 바닥 소음은 물론 풍절음도 거의 들을 수 없어서 만족을 더욱 키운다. 아우디 기술 노하우가 돋보이는 순간이다.
에어서스펜션은 언제 어디서나 발군의 실력을 드러낸다. 잘 닦인 도로는 물론 굴곡진 B급 국도, 심지어 험로에서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그저 최적의 승차감을 위해 충격을 흡수하고 균형 있는 움직임을 보일 뿐이다. 여기에 전기차 특징인 낮은 무게중심까지 더해져 대형 세단 못지않은 승차감을 구현한다. 이처럼 Q8 e-트론은 좋은 파워트레인과 함께 탄탄한 섀시 컨트롤이 합을 이루며 차의 완성도를 높인다.
아우디의 최신 전기 SUV를 시승하며 브랜드 슬로건인 ‘기술을 통한 진보’의 진짜 의미와 가치를 알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닌 내실을 다듬어 내공 가득한 전기차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주행을 하는 모든 순간에서 차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믿음과 만족은 배가 되어 돌아왔다. 아우디만의 철학과 뚝심으로 빚어낸 차이며 품고 있는 내공이 상당한 차가 Q8 e-트론이다.
한편, Q8 55 e-트론 콰트로의 가격은 기본형 1억2,060만원, 프리미엄 1억3,160만원이다.
한편, 아우디는 전기차 오너들을 위해 '마이아우디월드'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e-트론 전용 메뉴를 통해 충전소 찾기 및 예약, 충전 완료 여부 확인, e-트론 충전 크레딧 카드에 신용카드 연동 및 잔여금액 확인 등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보다 간편한 충전이 가능하며 평일 오전 10시부터 4시까지는 직접 충전이 어려운 오너를 위한 충전대행 서비스인 '차징 온 디맨드' 서비스도 제공한다.
아우디코리아는 모든 아우디 e-트론 배터리에 대해 8년 또는 16만㎞까지 보증하며 구동모터 등 동력전달 부품을 포함한 일반부품도 5년/15만㎞까지 보증한다. Q8 e-트론을 출고 완료한 소비자 모두에게 5년간 유효한 100만원 상당의 충전 크레딧도 기본으로 제공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