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전기차, 중고 배터리도 옵션 시대

입력 2024년07월12일 09시15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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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V(Battery Electric Vehicle)는 말 그대로 배터리에 담긴 전기로 바퀴가 구동되는 자동차다. 전기를 배터리에 담는 충전 방식은 유선도 되고, 무선도 가능하다. 심지어 전기가 담긴 배터리로 교체해도 된다. 한국도 배터리 교체식 사업은 이미 시작됐다. 그래서 배터리 업계는 전기 그릇인 배터리를 서비스 개념의 소모품으로 생각한다. '바스(BaaS, Battery as a Service)' 개념이 등장한 배경이다. 

 

 자동차 배터리 또한 여러 종류의 배터리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여기면 쓸 곳은 훨씬 많아진다. 전기가 필요한 모든 곳에 배터리를 설치해 전기 저수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모양과 크기가 같다면 서로 다른 자동차라도 바꿔 쓰면 그만이다. 지금은 전기차에 장착된 필수 소유물 같지만 엄밀하게 배터리는 소모품이다. 물론 배터리를 제외한 자동차 자체도 결국은 소모품이다. 주목할 점은 자동차 몸통과 배터리를 각각 떼어 놓았을 때다. 둘을 합쳐 놓으면 전기차가 되지만 분리하면 각자의 영역이 생긴다. 사용 후 배터리는 다른 차에 들어갈 수도 있고, 다른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반대로 차체 또한 사용에 큰 문제가 없다면 새 배터리를 넣거나 때로는 떼어낸 것보다 더 오래된 중고 배터리를 탑재할 수도 있다. 이른바 차체와 배터리의 수명이 서로 다르기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정부가 사용 후 배터리의 수명을 측정하려는 것도 차체와 배터리의 분리성에 기인한다.



 

 전기차에 이미 사용된 배터리의 수명을 측정하면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유통된다. 재제조를 통해 다른 전기차에 사용되거나 건물의 전기 저장장치로 재사용된다. 재제조와 재사용이 어렵다면 소재를 추출, 재활용 과정으로 넘어간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재제조 항목이다. 한 마디로 자동차용 중고 배터리가 유통될 수 있어서다. 

 

 전기차용 중고 배터리는 사용처가 많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정부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새 차에 중고 배터리를 넣으면 제품 가격이 하락, 구매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기대처럼 산업이 흘러가려면 처음 새 차를 살 때 소비자 또한 배터리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제조사가 선택품목으로 제공 가능한 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옵션은 소재다. 이른바 삼원계와 사원계, 또는 이원계 소재의 배터리를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소재별로 배터리 가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둘째는 중고 배터리와 새 배터리 간의 선택이다. 외형적으로는 새 차라도 가격을 고려할 때 중고 배터리의 선택 가능성도 충분할 수 있어서다. 

 

 동시에 사용 후 재사용이 활성화되면 전기 중고차 시장도 배터리 수명에 따라 가격 및 수명 옵션이 주어질 수 있다. 차체는 오래됐어도 수명이 많이 남은 중고 배터리를 넣을 수 있고, 반대 선택도 가능하다. 이 경우 중고차 전기차 가치는 차체와 배터리 각각의 상태에 따라 별도로 매겨질 수 있다. 중고 전기차 소비자 관점에선 차체와 배터리를 따로 국밥처럼 고를 수 있다는 의미다. 

 

 흔히 내연기관 자동차 조립공장에서 파워트레인과 차체가 결합되는 과정을 '결혼(marriage)'이라고 부른다. 한번 결합된 동력발생장치와 차체는 폐차될 때까지 결코 떨어지지 않기에 붙는 비유적 표현이다. 하지만 사용 후 배터리의 재사용이 활성화되면 더이상 내연기관처럼 '평생 결혼' 개념은 사라진다. 배터리와 차체는 필요에 따라 결혼했다가 다시 분리될 수 있어서다. 한 마디로 자체와 배터리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재혼이 매우 자유로워진다는 의미다. 그리고 재결합이 이뤄질 때는 차체와 배터리 각각의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정부가 사용 후 배터리의 정밀 수명 측정에 나서는 것도 재결합 조건을 찾기 위함이다. 그래야 전기차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 경쟁력이 높이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완성차 기업만이 차체와 파워트레인을 결합시키지만 사용 후 재사용이 확대되면 중고차 사업자 또한 중고 차체와 수명이 천차만별인 배터리를 결합시켜 판매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배터리 옵션 시대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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