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렬하면서도 우아하게 달리는 V12
-4도어 4시트가 주는 풍요로움 특징
우리가 생각하는 슈퍼 스포츠카는 낮고 넓은 차체와 수려한 외모, 타고 내리기 약간 불편할 것 같은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과연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 할 수는 없을까? 즉 여러명이 동시에 즐기는 슈퍼 스포츠카를 꿈꾸게 된다. 페라리는 이 부분을 간과하지 않았다. 뒷좌석이 있는 4시트 구조의 차를 꾸준히 선보였으며 다양한 시도를 통해 슈퍼 스포츠카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시대가 원하는 차가 등장했다. 바로 푸로산게다. 아름다운 디자인은 V12 자연흡기 엔진과 어우러지고 페라리 만의 감각을 더해 네 명이서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브랜드 역사의 한 획을 그을 푸로산게와 함께 서울과 강원도로 오가며 직접 장거리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매우 깔끔하다. 유려한 곡선으로 대부분 면 처리를 했으며 그만큼 매끈하고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로로 긴 주간주행등 및 방향지시등은 단번에 눈에 들어온다. 위아래 램프가 있을 법 하지만 보이지 않고 전부 에어 덕트로 처리했다. 빛을 밝히는 부분은 범퍼 쪽에 위치해 있는데 크기는 다소 작지만 풀 LED 모듈 자체가 커서 시인성 하나만큼은 끝내준다. 헤드램프 밑에는 전부다 엄청난 양의 공기를 빨아드릴 것 같은 에어 덕트로 마무리 했다. 입체적인 디자인으로 감싼 카본 립스포일러도 멋을 더한다.
옆은 길다란 휠베이스와 큼직한 휠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앞 22인치, 뒤 23인치 크기로 차의 존재감을 높이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면적이 상당한 디스크와 캘리퍼 사이즈 조합으로 이루어진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은 덤이다. 심지어 휠 하우스 주변을 카본으로 둘러 특별함을 키운다. 휠 앞뒤로는 에어 덕트를 뚫어 공기 저항을 최소화했다.
굵직한 캐릭터라인은 따로 없다. 쓰다듬고 싶을 정도로 부드러운 곡선 철판만 눈에 보인다. 1열 도어 손잡이는 안쪽으로 숨겨 놓았고 2열은 윈도우 몰딩 라인에 교묘하게 감춰 놓았다. 한 번 누르면 틸트가 되고 길게 누르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코치 도어 형태로 매우 멋있다.
참고로 페라리는 인체 공학적 관점에서 휠베이스를 콤팩트하게 유지하면서 최대한 넓은 승차 공간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프론트 도어는 일반적인 63도 오프닝 시스템(페라리의 다른 라인업보다 5도 더 넓음)을 채택했으며 이는 79도로 열리는 전자식 리어 힌지 백 도어와 결합돼 있다. 그 결과 양문형 냉장고처럼 활짝 문을 열고 네 명의 탑승자가 여유롭게 차를 타고 내릴 수 있다. 모든 도어는 버튼 한번만 누르면 알아서 열고 닫힌다.
뒤도 정갈하다. 최신 패밀리-룩을 맞춘 테일램프와 양 옆으로 큼직하게 뚫려있는 에어 덕트, 두꺼운 루프 스포일러의 조화가 상당하다. 트렁크는 여백의 미를 강조했으며 범퍼 대부분을 감싼 탄소섬유 디퓨저가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쿼드 배기 시스템은 직경이 크기 때문에 사운드에서도 이점을 보일 듯하다. 이 외에도 틈 사이로 복잡한 기계적 구조를 보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다.
실내는 대칭 구조가 핵심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역할이 나눠져 있으며 온전한 콕핏을 만들어낸다. 엔진회전수가 1만 RPM까지 찍혀있는 풀 디지털 계기판은 선명하고 화려할 뿐만 아니라 카플레이까지도 온전히 표현해낸다. 주행 중 필요한 기능을 거의 다 다룰 수 있는 스티어링 휠과 조화를 이뤄 최적의 운전 자세를 구현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조수석 화면에서 다룰 수 있다. 선명하고 각종 기능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한다.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원형 다이얼로 표시된 공조장치 버튼만 있다. 한 번 손에 익으면 무척 사용하기 편하며 컴팩트하고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돼 있다. 센터 터널은 면적이 넓고 휴대폰 무선충전 패드와 두 개의 컵홀더 등 실용적인 면모를 갖췄다. 옛 페라리 헤리티지를 계승하기 위한 토글식 변속 레버와 대칭 형태의 윈도우 조절 버튼도 군더더기 없이 완벽하다.
감성 품질도 좋다. 먼저, 버메스터 오디오 시스템과 같이 편안함에 중점을 둔 다양한 콘텐츠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이 외에도 모든 소비자가 성능과 편안함 면에서 만족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선택지와 퍼스널라이제이션 옵션을 갖췄다. 페라리 최초로 루프를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으며 인증 받은 재생 폴리에스터에서 추출한 신형 알칸타라 업홀스터리도 선택 가능하다.
질 좋은 가죽과 지속 가능한 소재는 장인에 의해서 한땀한땀 엮어서 패널을 만들고 조립한다. 사람 손길이 묻어있는 고품격 마감이 돋보이며 한 눈에 봐도 럭셔리한 차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각 소재의 컬러 믹스매치를 비롯해 부품이 맞물리는 부분도 매우 정교하다. 디자인이 환상적인 스포츠 시트는 보는 맛과 함께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2열은 기대 이상으로 넓다. 무릎과 머리 위 공간 전부 부족함을 느끼기 힘들고 버튼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커다란 글라스 루프가 있어 개방감도 마음에 든다. 독립 시트로 이뤄져 있으며 중앙에는 1열과 동일한 형태의 공조장치 다이얼이 위치한다. 송풍구는 중앙과 B필러에 각각 마련돼 있고 적당한 수납함도 확보했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리어 해치 역시 전기로 작동된다. 2개의 전자식 스타빌루스 테일게이트 리프터를 장착해 최대 73도까지 오픈 돼 큰 짐도 간편하게 싣고 내릴 수 있다. 트렁크를 열면 광활한 공간이 펼쳐진다. 높고 네모 반듯한 스페이스가 특징으로 473ℓ의 적재 능력을 보여준다. 페라리 라인업 중 가장 넓은 사이즈이며 골프백은 물론 여행용 캐리어도 여러 개 넣고 네 명이서 여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성능
푸로산게 엔진은 페라리의 성공적인 최신 12기통 아키텍처를 따른다. 65도의 실린더 뱅크각을 바탕으로 6.5ℓ급 배기량을 얹었다. 여기에 드라이섬프 및 고압 직분사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페라리 자연흡기 V12 엔진 특유의 역동성과 고출력을 경험할 수 있다. 동력 손실 없이 낮은 회전수에서 최대토크도 만들어 낸다. 실제로 최대토크의 80%는 2,100rpm에서 쉽게 도달 가능하다. 또 6,250rpm에서 72.0㎏∙m의 최대토크를 뿜어낸다. 7,750rpm에서 최고출력 725마력에 도달하고 진정한 스포츠카의 스로틀 응답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시작부터 강한 힘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제법 차분하고 타협 가능한 수준의 가속을 지녔다. 엔진 소리도 크지 않고 스로틀 반응도 부드럽다. 매끈하게 속도를 올리고 여유롭게 질주한다. 그만큼 운전에 대한 부담이 없고 도심 속 주행에서도 크게 불편하거나 민감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높은 숫자들로 가득한 푸로산게의 제원만 보고 미리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차의 진가를 알기 위해서는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돌리면 된다. 굵직해진 사운드와 무거운 스티어링 휠이 가장 먼저 운전자를 반긴다. 이후에 탄탄한 서스펜션을 통해 노면의 흐름을 온전히 전달한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는 꿈틀하며 즉각적인 출력을 뽑아내고 순식간에 3000~4000RPM을 가리킨다. 모든 과정은 순차적으로 이뤄지며 180도 달라진 성격에 탑승자는 흥분과 기대가 공존한다.
이후 스로틀을 활짝 열면 차는 거침없이 튀어나간다. 몸이 시트 안쪽으로 파 묻히고 머리가 뒤로 들리며 엄청난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다. 놀라운 중력가속도를 체감할 수 있으며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얼얼한 가속을 전달한다. 자연흡기 특유의 지연 없이 한 번에 속도를 올리는 과정도 훌륭하고 재 가속에 들어갔을 때 끊김 없이 동력을 전달하는 과정이 속 시원하다고 느낄 정도다.
코너에서는 페라리의 진보된 기술력이 빛을 발휘한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부분은 균형감이다. 실제로 푸로산게는 최근의 전형적인 GT(크로스오버 및 SUV)와는 완전히 다른 레이아웃과 혁신적인 비율을 채택했다. 통상적으로 현대식 GT 엔진은 차 앞쪽에 장착돼 기어박스가 직접 연결된 상태로 거의 앞 차축에 걸쳐 있는 반면 푸로산게는 프론트 미드 엔진을 장착하고 후륜 쪽에 기어박스를 배치했다. 즉 스포츠카와 같은 트랜스 액슬 레이아웃을 구현했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프론트 미드 엔진 스포츠카에 가장 적합한 49:51%로 정확히 중량 배분을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이상적인 무게 배분을 바탕으로 코너를 들어가고 나오는 과정이 매우 안정적이다. 빠르게 진입했을 때 차가 흔들리거나 벨런스가 흐트러지지 않으며 탈출 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롤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정확한 라인을 그려낸다. 지능화된 사륜구동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812 컴페티치오네를 통해 다듬은 새로운 4WS를 바탕으로 푸로산게에 맞춰 조정했다. 보다 빠른 차축 응답과 정확한 코너 진입 및 탈출 능력을 보여주는 일등공신이다.
서스펜션은 예술이다. 세계 최초로 탑재한 "페라리 액티브 서스펜션" 기술 덕분인데 고성능 SUV의 발전 가능성을 한 단계 높여 놨다. 기존과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전기 모터 작동과 고정밀 유압식 댐퍼를 하나의 온전한 통합 시스템으로 결합했다는 것이다. 전기 모터는 기존 어댑티브 혹은 세미 액티브 시스템보다 강력한 파워로 더 높은 영역에서 능동적으로 제어한다.
48V 모터 액추에이터는 서스펜션 아래쪽에 달려있다. 댐퍼 스트로크 방향으로 가해지는 힘의 속도를 조절한다. 피스톤 로드로 인해 고주파에서 응답할 수 있고 마찰, 관성 및 패키지 공간은 감소됐다. 불규칙한 노면이 연속되는 상황에서도 대응력을 높였고 그만큼 B급 도로에서도 자신감 있게 차를 다룰 수 있다. 무게 중심은 낮아지고 즉각적인 반응으로 코너링 성능은 배로 높아진다.
참고로 액티브 서스펜션 시스템은 각 서스펜션 코너에서 가속도계와 위치 센서를 사용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여기에 페라리 전매 특허인 사이드 슬립 컨트롤(SSC 8.0) 및 6w-CDS 센서와 상호 작용해 민첩성을 키웠다. 롤을 버티는 능력이 탁월하며 측면 그립, 오버스티어 및 언더스티어 상황에서도 균형을 이룬다. 시야만 높을 뿐 일반적인 낮고 넓은 슈퍼 스포츠카와 큰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그들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SUV 세그먼트 단점을 말끔히 지우는 빠르고 정확한 코너링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브레이크는 강력하다. 조금만 밟아도 즉각 반응하고 페이드도 일정해서 앞으로 쏠리는 노즈다이브 현상은 찾아볼 수 없다. 시종일관 지치지 않으며 차를 안전하게 이끈다. 풀 브레이킹을 하면 마치 갈고리로 도로를 찍는 것처럼 차를 멈춰 세운다. 공도에서는 오버 스펙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제동력을 드러낸다. 트랙에서 가열차게 주행하는 경우에는 발군의 실력을 드러낼 듯하다.
▲총평
푸로산게는 풍부하면서도 자극적이고 유연하면서도 날카로운 반응, 시야만 다소 높아졌을뿐 고귀하고 맹렬한 모터스포츠 정신 깃든 페라리 그 차체였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엔지니어링이며 결과를 보여준다. 심지어 4명이서 같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건 축복과 같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반영한 페라리의 통 큰 결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정체성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