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드 서비스, 핵심은 통신 이용료
자동차에서 ‘OTA(Over The Air)’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무선 통신을 활용해 소프트웨어를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자동차회사는 통신사의 무선망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통신료를 납부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커넥티드 서비스를 떠올릴 때 대부분의 소비자는 제공되는 정보의 항목에 주목할 뿐 이용료는 신경 쓰지 않는다. 새 차 구입 후 일정 기간 자동차회사가 통신료를 내주기 때문이다.
<출처: 현대차그룹, 기사와 무관>
그런데 비용을 영구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 3년 또는 5년 동안 통신료를 대납한다. 매월 5,000원 정도의 이용료라면 연간 6만원, 3년이면 18만원, 5년이면 30만원 정도의 금액이다. 차 값이 비쌀수록 제공되는 기간도 길어지는데 통신료 제공은 옵션 무상 제공, 가격 할인 등과 같은 판촉의 연장선이다.
전기차도 예외는 아니다. 충전 및 배터리 상태 정보가 소비자의 어플리케이션에 제공되려면 통신망을 거쳐야 한다. 자동차 내에서 BMS로 측정된 정보는 내부의 통신모듈을 통해 앱으로 전송되고, 사용자는 휴대폰 통신망으로 앱에 접속해 정보를 확인하게 된다. 소비자는 이미 통신료를 내고 있기에 아무 부담 없이 앱에 접속하지만 자동차에서 모아진 정보가 앱으로 가려면 누군가는 통신료를 내야 한다. 이때 제조사가 일정 기간 부담을 해주는 셈이다.
문제는 일정 기간이 지난 중고 전기차의 배터리 정보다. 3년 또는 5년의 커넥티드 무료 서비스 기간이 끝나면 이때부터 통신료 납부 주체는 제조사에서 소비자로 변경된다. 배터리 정보 제공은 안전을 위한 조치로 시행되는데 통신료 부담이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자 완성차 기업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비자가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전기차 이용자는 정보 제공은 안전을 위한 당연한 의무인 만큼 제조사가 폐차할 때까지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맞선다.
그래서 나오는 대안이 배터리회사의 부담이다. 전기 완성차의 배터리회사를 의무 공개하는 것은 그만큼 배터리회사도 문제 발생 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명분 때문이다. 문제없는 배터리를 만드는 게 최선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배터리 정보가 소비자에게 갈 수 있도록 운송 수단에서 배터리가 완전 분리될 때까지 배터리 기업 또한 소비자에게 완성차 제조사에 통신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출처: 현대차그룹, 기사와 무관>
실제 정부가 자동차 제조사에게 배터리 정보를 권고한 이후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감지된다. 그간 전기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차회사의 책임을 요구했지만 배터리 정보 공개 이후 화재 책임의 일부는 배터리회사에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중이다. 화재의 여러 원인 중 하나로 배터리 셀이 지목되면서 배터리 기업 또한 화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다. 따라서 자동차회사가 통신료 부담을 중단하면 이후 폐차 때까지는 안전 대책 차원에서 배터리 기업이 통신료를 부담하라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중요한 것은 BMS를 통해 측정된 정보가 전기차를 이용하는 동안에는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기차 운행 기간을 평균 10년으로 본다면 자동차회사와 배터리기업이 절반씩 통신료를 부담해 소비자를 안심시켜야 한다. BMS 정보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심리적 안정감일 뿐 화재는 소비자와 무관한 탓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