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비 시대' 마지막이자 '크루 시대' 연 벤틀리
-단 11대만 만들어져 희소 가치 높아
-동대문 벤틀리타워 4층서 전시
벤틀리가 더비 시대 최후의 그랜드 투어링 세단 1939년형 벤틀리 마크V 스포츠 설룬을 11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벤틀리 마크V는 크루 공장 이전, 더비 공장에서 생산한 마지막 벤틀리로 아름다운 디자인과 혁신적인 엔지니어링을 통해 더비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전후 크루 시대의 기반을 다진 기념비적 차로 평가받는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극소수만이 생산됐으며 오늘날에도 소수만 전해져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 클래식 벤틀리로 평가받는다.
마크V는 큰 인기를 끌었던 4¼리터 사양을 바탕으로 더욱 뛰어난 주행 성능을 갖춘 후속 제품으로 등장했다. 외형은 4¼리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섀시부터 새롭게 설계했다. 먼저 깊은 구조의 사이드 멤버를 적용해 차체 강성을 대폭 강화했다. 이는 주행 질감의 향상과 더불어 새로운 프론트 서스펜션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마크V는 더블위시본 방식의 좌우 독립식 프론트 서스펜션을 채택한 것도 특징이다. 동시대 대다수 자동차들이 좌우 바퀴가 하나의 축으로 이어진 빔 액슬(beam axle) 방식의 프론트 서스펜션을 채택한 것과 차이다. 독립식 서스펜션은 승차감 향상은 물론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안정적으로 접지력을 유지해 우수한 핸들링 성능을 보여줬다.
배기량은 기존과 동일하게 4¼L(4,257㏄)였지만, 설계 개선을 통해 타이밍 기어의 수를 줄여 신뢰도를 높였다. 독립식 프론트 서스펜션을 채택한 덕분에 마크 V는 엔진을 더 앞쪽에 배치할 수 있었고 덕분에 탑승객에게 전달되는 소음과 진동도 줄었다. 2~4단에 싱크로메쉬가 추가된 변속기 덕에 운전의 즐거움이 높아졌고 운전자 편의를 고려해 변속 레버의 위치를 옮기고 변속기 샤프트를 개선해 소음을 감소시켰다. 이 같은 성능을 바탕으로 마크V는 ‘고요한 스포츠카(the silent sports car)’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마크V는 1939년 올림피아모터쇼 데뷔를 앞두고 있었지만 그해 발발한 2차 세계대전으로 생산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영국 정부가 민수용 차 생산 중단 및 무기 생산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폭격으로부터 안전하면서 철도 운송에 유리한 크루(Crewe)에 전투기 엔진 공장을 지었고, 종전 후에는 차 생산 설비가 모두 크루로 옮겨지면서 더비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된다.
비록 마크V는 전쟁으로 인해 프로토타입을 포함해 총 17대의 섀시, 11대의 차가 만들어지는 데 그쳤다. 하지만 그 유산은 전후 생산된 ‘크루 벤틀리’에 이어졌다. 마크 V의 후속 마크 VI는 독립식 프론트 서스펜션과 싱크로메쉬 변속기 등 혁신적인 엔지니어링을 계승했고, 5,200대 이상이 생산되며 크루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마크V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크루 벤틀리’의 토대를 마련한 기념비적인 차인 셈이다.
국내에 전시하는 마크V(차대번호 B-32-AW)는 1939년 7월 7일 럭셔리 코치빌더인 제임스 영(James Young)이 최초 주문한 차다. 2-도어 쿠페 차체를 조립해 뉴욕 만국박람회에 전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주문이 취소됐고, 이후 1940년 5월 파크워드가 4-도어 스포츠 설룬(Sports Saloon) 차체를 조립해 완성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저명한 영국인 저널리스트 G. 조프리 스미스(G. Geoffrey Smith)가 첫 번째 주인이 됐다.
B-32-AW 마크V는 이후 여러 주인을 거쳐 벤틀리 헤리티지 콜렉션에 포함됐으며, 벤틀리의 복원 작업을 거쳐 소장됐다. 지난 2021년에는 크루 공장 설립 75주년을 기념해 공장 내에서 전시가 이뤄지기도 했다. 2023년 벤틀리서울이 마크V를 한국에 도입 1년여 간의 복원을 마친 뒤 2024년 9월 최초로 공개했다.
한편, 벤틀리서울은 1939년형 마크V를 서울 동대문구 벤틀리 타워 4층 익스피리언스 라운지에 전시하고 마크 V 헤리티지 개러지를 운영한다. 개러지에는 마크 V와 최신 벤틀리를 함께 전시할 예정이며 과거와 현재의 차를 통해 세기를 뛰어넘는 헤리티지와 혁신적인 엔지니어링, 벤틀리 고유의 역동성과 독보적인 럭셔리함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