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자동차, 최근 BYD 딜러권 포기
-지커, 딜러사 접촉 나섰지만 '난항'
-전문가, "가격 경쟁력·캐즘 등 영향"
국내 진출을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던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주춤하다.
25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한성자동차는 최근 BYD코리아 측에 서울 강남 일대와 경기 지역 사업권 반납 의사를 표했다. 지리 산하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는 국내 진출을 위해 다수 딜러사와 접촉에 나섰지만 아직 이렇다 할 파트너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자동차가 BYD 사업을 포기한건 뚜렷한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 현상)과 화재 사고로 인한 소비자들의 포비아(혐오 현상)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청라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의 원인이 중국 기업의 배터리라는 소식이 전해진 상황에서 중국 전기차에 대한 신뢰도마저 떨어진 것. BYD의 주력 제품군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라지만 '중국 브랜드'라는 소비자의 선입견 극복이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한성자동차가 처해있는 상황도 영향을 끼쳤다. 모기업 레이싱홍은 주력 사업이던 메르세데스-벤츠 판매가 줄어들자 세계 주요 사업장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영업손실 468억원 당기순손실 36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더욱이 2년째 이어지고 있는 노·사 갈등으로 파업까지 발생하는 등 다양한 리스크에 직면해있다.
한성자동차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BYD 사업권 포기와 관련한 질의에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라고만 답했다.
지커는 또 다른 상황에 직면했다. 국내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지커는 잘 알려지있는 대부분의 회사들과 연쇄 접촉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업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한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딜러사들이 주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지커는 중국 내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한다. 최근 중국에 출시한 SUV 전기차 7X의 현지 판매가는 23만9,900 위안(한화 약 4,500만원). 전기 미니밴 009는 78만9,000 위안(한화 약 1억5,000만원)이다. 저가 전기차 중심의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가의 중국산 전기차가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많아지는 이유다.
업계 한 전문가는 "물류비와 인증에 필요한 각종 절차는 물론 국내 실정에 맞춘 현지화 작업 등을 거치면 가격은 더 비싸질 수 밖에 없다"며 "독일차 중심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에서 중국의 신생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공 여부는 딜러들에겐 리스크일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