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전기차, 화재는 넘어야 할 산이다

입력 2024년09월25일 07시52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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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터리 셀, BMS, 화재 후 대처 등 포괄적 접근 필요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정확한 원인과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심각성만을 부각시키는 자극적인 내용이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의 공포감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의 유지다. 

 



 

 전기차 화재 원인은 크게 셀 불량, 외부 충격으로 인한 배터리팩 손상, BMS 오류 등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배터리회사가 제조하는 셀은 높은 에너지 밀도를 바탕으로 장거리 주행에 릴요한 에너지를 저장한다. 이들 셀은 완벽히 밀폐된 배터리팩에 담기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셀 불량이 없다면 화재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세계 최대 배터리기업 CATL의 쩡 회장은 “많은 셀 기업들이 불량률이 매우 낮다고 주장하지만 중요한 것은 불량이 없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전기차 화재 관련 국민 대토론회에 참석한 현대차 배터리선행개발실 홍기철 상무 또한 “불량 셀이 배터리 내부에 들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BMS로 불량 작동 여부를 사전에 감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불량이 아니라도 셀이 담긴 배터리팩이 외부 충격을 받으면 셀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충격을 받으면 분리막 손상으로 음극과 양극이 만나 단락 현상을 일으키고 곧이어 열 폭주로 이어진다. 이렇게 달궈진 열이 가연성 액체 전해질과 만나 발화로 연결된다. 실제 지난 20일 국과수는 “배터리팩 아래 쪽이 외부 충격에 의해 내부 셀 손상이 일어났고, 셀의 분리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발화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기차 화재 온도, 내연기관차 보다 낮아
 -스프링클러 등 후속 조치도 매우 중요해
 -전기차,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조사의 철학이 바탕

 

 그러나 무엇보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처 방법에 대한 잘못된 정보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먼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대비 위험하고 피해가 크다는 주장은 과학적이지 않다.

 

 기본적으로 배터리 1kWh의 열량은 3.6메가줄(MJ)로 가솔린 1ℓ의 열량 32.4메가줄 대비 크게 낮다. 중형급 승용의 경우 가솔린차는 약 50ℓ급 연료탱크, 전기차는 약 80kWh급 배터리가 탑재되는데 에너지가 100% 채워진 상태에서 각각의 열량은 1,620메가줄과 288메가줄로 환산된다.

 

 따라서 같은 차급이더라도 가솔린차가 지닌 에너지량이 전기차에 비해 월등히 높은 셈이다. 같은 용량이라면 열량이 높은 연료를 탑재한 내연기관차의 화재 확산 속도가 더 빠르고 차 외부 온도도 높이 오른다.

 

 이와 관련, 한국방재학회가 2021년 발행한 ‘전기자동차와 가솔린자동차의 실물화재 비교 분석’ 논문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화재 발생 위험도는 다르다. 연료를 3ℓ만 주입한 경형 가솔린차와 16㎾h 배터리를 100% 충전한 NCM 배터리 전기차의 폭발 위험을 비교한 결과 가솔린 차의 화재 확산이 더 빠르고, 온도도 훨씬 높게 올라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두 차 모두 실내 온도는 1,300도 수준을 기록한 반면 외부 온도는 가솔린차가 최고 935도, 전기차는 최고 631도로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전기차 화재가 유독 높은 온도로 인해 주변에 더 큰 피해를 준다는 내용은 다소 과장된 정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들은 실내에서 자동차 화재가 발생한 경우 파워트레인 종류와 무관하게 스프링클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화재소방학회가 지난 4월 진행한 ‘지하주차장 내 전기자동차 화재의 소방시설 적응성 분석을 위한 실규모 소화 실험’ 논문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작동만으로도 인접 차의 화재 전이를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청라 지하주차장 화재가 대형으로 확산된 가장 큰 이유로 스프링클러의 미작동이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완성차기업은 화재의 원천 억제를 위해 다양한 기능을 적용한다. 여기에는 셀의 제품력을 확인하는 극한의 실험들도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회사는 여러 배터리기업의 셀을 적용하기 전 다양한 내부 시험을 진행한다.

 

 최근 정부가 배터리 사전 인증제 도입을 예고했지만 이미 제조사 내부적으로 정부 시험 기준보다 가혹한 실험을 진행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현대차를 비롯해 벤츠, BMW, 포르쉐, GM 등 모든 전기차 제조 기업이 공통적으로 전기차 개발 과정에서 수행하는 과정이다. 최종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역할인 만큼 배터리 또한 결국 자동차 부품의 하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전기차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아울러 배터리 셀의 불량은 배터리 제조사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전기차를 만드는 기업들은 예측하지 못한 변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어 최근 정부는 확산 방지를 위한 소방시설 점검에 나서는 중이다. 피할 수 없다면 정면 돌파로 국민들을 안심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에서 기술 발전은 언제나 홍역을 치루며 성장했다. 전기차 역시 그 과정 속에 있으며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는 만큼 명확한 규명이 나오기 전까지 무분별한 추측과 자동차 완제품에 초점을 맞춰 비난하는 건 옳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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