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스트레스 없이 전기차 운용 가능해져
-'발전기' 역할만 하는 엔진, 효율 극대화 할 수 있어
현대자동차가 최근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 양산을 공식화 했다. 바퀴는 기본적으로 전기모터로 굴리되 배터리 잔량이 떨어지면 내연기관을 사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의 차다. 엔진이 구동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오직 발전기 역할만 한다는 점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이렇다보니 전기차의 가장 큰 진입장벽인 충전 문제에서 자유롭다. 내연기관지 전력을 공급하기 때문에 장거리 주행 중 근처에 충전 인프라가 없어도 내연기관 덕분에 계속 차를 움직일 수 있다. 전기차 충전소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급한 상황이라면 근처의 주유소를 찾아도 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접할 수 있는 EREV는 크게 두 종류다. GM 한국사업장이 판매했던 쉐보레 볼트(Volt)가 대표적이다. '런던택시'로 잘 알려진 LEVC가 우리나라에 판매하고 있는 블랙캡도 EREV 개념을 채택한 차다.
발전기 역할을 하는 엔진 덕분에 적은 배터리 용량으로 더 긴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국 리오토의 플래그십 SUV L9이 대표적이다. L9은 전장이 5,218㎜에 달하는 대형 SUV지만 배터리 용량은 44.9㎾h에 불과하다. 배터리팩 크기는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49.0㎾h)보다도 작지만 1.5ℓ 터보 차저 덕에 중국 CLTC 측정 기준 700㎞를 주행할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을 줄일 수 있다면 자동차의 원가 자체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전기차 생산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내외이기 때문이다. 삼원계 배터리(NCM) 대신 리튬인산철(LFP)을 쓴다면 원가는 더 낮출 수 있다. 최근 시장에 나오고 있는 배터리 리스 상품을 결합한다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전기차 가격은 더 낮아지기에 충분하다.
물론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화석연료를 태워 전기를 만들어낸다면 이를 친환경차라고 할 수 있냐는 것. 결론부터 말하자면 배출량은 열 효율을 높여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 열 효율은 실린더에 주입한 연료가 얼마나 연소하는지를 파악해 에너지 효율을 따지는 지표다. 타는 연료가 많을 수록 적은 연료로 높은 출력을 낼 수 있고 배출물질, 즉 타고 남은 잔여물은 적어진다.
학계에서는 엔진 회전수를 일정 수준에 고정하면 높은 열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EREV에서 엔진은 구동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 만큼 엔진 회전수를 일정 수준으로 억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구동용 내연기관보다 높은 효율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통상적인 가솔린 엔진의 열 효율은 높아봐야 40%대지만 EREV에 탑재하는 발전용 엔진의 효율은 이보다 더 높다. 닛산의 e파워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닛산은 지난 2021년 발전용 엔진의 열 효율을 50%대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 기술을 공개하고 상용화를 예고한 상태다.
연료를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이른바 e퓨얼로 알려져 있는 탄소중립 연료를 활용하는 것. e퓨얼은 수소(H)와 탄소(C)로 이뤄진 탄화수소가 핵심이다. 수소는 물을 전기 분해하여 만들고 탄소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결합시킨다. 생산에 필요한 전기는 친환경재생에너지를 활용한다.이를 통해 가솔린 연료 대비 최대 90%에 가까운 유해 물질을 줄일 수 있다. 일본 산업계가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수소 엔진도 대체재로 고려할 수 있겠다.
EREV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분명하다. 전력 수요 부족에 시달리는 국가도 주유소만 있다면 전기차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전기차보다 저렴하게 만들 수 있고 충전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지 않아진다. e퓨얼까지 결합한다면 제3세계 국가들도 운송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엔진이 살아남는다는 점에서 산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연기관 부품 제조업체들은 전동화 전환에 따른 위기에 직면해있는 상황. 전기차 시대가 도래해도 상생과 공존은 가능해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