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익숙함이 최고의 매력, 제네시스 G80 EV

입력 2024년11월04일 08시1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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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어진 차체, 2열 거주성 높이는데 집중
 -후륜조향 추가해 길어진 차체에도 거동 좋아
 -익숙한 주행감과 쉬운 조작감이 최대 매력

 

 제네시스 G80 EV는 여러모로 친절한 전기차다. 내연기관차를 기반으로 만들어서 모든 게 익숙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나 공조 장치 조작도 쉽고 갑작스런 가속력으로 운전자를 놀라게 하지도 않는다. 촐랑거리지 않는, 고급 세단 특유의 승차감도 좋았다. 부분변경을 통해 더 길어진 차체는 더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에 좋아졌다. 

 


 

 테슬라 모델S로 전기차를 처음 접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디스플레이와 스티어링 휠이 전부인 실내에서 어떻게 해야 시동이 걸리는지, 온도 조절은 어떻게 하는지 한참을 버벅대며 고생했다. 지금 새로운 전기차를 접할 때 마다도 마찬가지다. 중장년층들이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걸 고려하면 G80은 전기차에 접근하기 어려운 '벽'을 허문 차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전기차라고 꼭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대부분들 다 비슷하게 생겨서 불만이다. 그래서인지 크게 변하지 않은 G80의 디자인이 더 보기 좋다. 도로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내연기관 버전의 G80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두 줄'로 요약되는 램프 디자인과 크레스트 그릴, 파라볼릭 라인까지 차분한 느낌 그대로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중요도가 낮아진 라디에이터 그릴은 꽉 막아놨다. 그 자리는 제네시스가 'G-매트릭스'라고 부르는 다이아몬드 패턴으로 덮었고, 그 위에 반광 크롬 소재를 씌웠다.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니 방패 모양의 머플러 팁도 필요가 없어졌다. 넙적한 디시 타입 휠은 고급감을 과시하는 느낌이다. 

 

 길어진 휠베이스만큼 고급감도 더 커졌다. 허리가 130㎜나 늘어난 결과 휠베이스는 3,140㎜에 달하고 전장은 5,135㎜까지 길어졌다. 특히 휠베이스는 제네시스 G90 기본형과 비교하면 불과 40㎜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휠베이스가 길어졌다는건 2열 탑승객의 편의성을 더욱 개선했다는 의미다. 실제로도 기존의 G80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고급 옵션들이 가득하다. 도어 캐치를 당기기만 하는 것 만으로 전동식으로 도어가 살짝 열린다. 캐치를 쥐면 문은 다시 자동으로 닫히고, 이는 뒷좌석에 탑승한 후 버튼으로도 조작할 수 있다. 시트 리클라이닝과 2단 조절까지 지원하는 마사지 시트 등 사양만 놓고 보면 G90과 동일한 수준이라 봐도 무방하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배터리 때문에 다소 높은 시트 포지션과 트렁크 공간은 개선이 없다. 부분변경이고 아무리 배터리 때문이라도 대형 세단만의 여유롭고 넉넉한 공간감을 해치는 요소다. 전기차임에도 2열 센터 터널을 그대로 두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G80의 파워트레인은 136㎾(184마력)급 전기모터 2개와 94.5㎾h까지 리튬이온 배터리팩으로 구성했다. 이를 통해 시스템 최고출력 364마력, 합산 최대토크 71.4㎏∙m을 발휘한다. 출력은 3.5 가솔린 터보(380마력)와 비슷하고 토크는 더 높다.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는 4.9초만에 주파하고, 1회 충전 시 최장 475㎞를 주행할 수 있다. 
 
 스펙상으로 드러나는 강력함과 달리 컴포트 모드와 에코 모드에서는 부드럽게 움직인다. 초반부터 최대토크를 쏟아내는 전기차 특유의 느낌이 극히 억제됐다. 일상에서는 나긋한 움직임을 발휘하고, 가속 페달을 조금 세게 밟아도 그리 신경질적이지 않다. 전기차라는걸 말 하지 않는다면 동승자가 알아채기도 어려워보인다.

 


 

 승차감도 만족스럽다. 일반적인 고급 세단에서 만끽할 수 있는 묵직함이다. 전방의 도로를 읽어 미리 대응하는 프리뷰 서스펜션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노면 요철을 신경질적으로 치고 가는 여느 전기차의 느낌과는 다르다. 회생제동 시스템의 울컥임도 잘 억제되어있다. 강도를 1단으로 조절해두면 꿀렁이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효율을 챙길 수 있다. 

 

 길어진 차체에도 차의 거동감은 오히려 더 나아진 느낌이다. 후륜 조향 기능을 추가해 회전 반경을 줄였기 때문. 고속 주행 중에는 후륜을 전륜과 같은 방향으로 조향해 차체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선회 안전성을 높여준다. 기존에 적용한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에 더해 쿼터·리어 글라스 두께 증대, 차체 발포폼 확대, 후석 차체 흡차음재 확대 적용 등으로 실내 정숙성도 더욱 높아졌다.

 

 전기차 최초로 도입한 '쇼퍼 모드'도 특징이다. 쇼퍼 드라이브 모드는 토크와 서스펜션 세팅을 최적화해 뒷좌석에 탑승하는 VIP에게 부드러운 가속감과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하고 쇼퍼 브레이크 모드는 브레이크 제어 유압 최적화를 통해 편안함 제동감을 제공한다.

 


 

 이렇다보니 정숙성은 더 두드러진다. 100km/h 이상으로 속도를 올려도 풍절음을 느끼기 어렵다. 다양한 소음 제어 기술 덕분이다. 4개의 센서와 6개의 마이크로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리를 읽어 반대 위상의 소리를 송출하고, 도어 실링은 삼중으로 처리해 문짝과 필러 사이를 꽉 틀어막았다. 여기에 이중접합 차음유리까지 넣었다. 

 

 스포츠모드를 체결하면 반전의 주행 능력을 보여준다. 무시할 수 없는 출력을 아낌없이 사용하며 제대로 달린다. 에르고 모션 시트가 사이드 볼스터를 부풀려 운전자의 몸을 꽉 잡아주고, 클러스터는 더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바뀐다. 가속 페달을 꾹 밟아주면 동력을 5:5로 공평하게 배분받은 바퀴가 도로를 움켜쥐고 튀어 나간다. 우리가 전기차에서 기대하는 그런 가속감이다.

 

 직진성만 좋은건 아니다. 스티어링을 돌리는 재미가 상당하다. 응답성 자체가 재빠르지도 않고, 휠 베이스도 긴 편이지만,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아주 깔끔한 궤적을 그려나간다. 보닛엔 엔진이 없고 차체 중앙에 묵직한 배터리가 안정적인 무게 중심을 구현하는 덕분이다. 이런 차의 서킷 주행 능력이 궁금해지긴 처음이었다.

 


 

 G80은 전용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들과 궤가 다르다. 전기차이기 이전에 고급 세단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버튼을 대체한 큰 스크린이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새로움을 강요하지 않는다. 익숙한 구성과 주행감각으로 어제까지 내연기관 자동차만 탔던 운전자도 당장 오늘부터 손쉽게 운전할 수 있다. 특히 이 세그먼트의 주 구매층인 중·장년층도 어려움 없이 탈 수 있겠다. 

 

 제품 자체의 관점으로 본다면 어디까지나 과도기를 담당하는 차다. 하지만, 앞으로도 제네시스가 이런 방향의 전기차를 더 많이 내놨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로운 기술과 혁신적인 이미지로 새로운 소비층을 끌어들이는것도 중요하겠지만 기존의 충성 소비자를 놓치지 않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G80 EV의 판매 가격은 8,919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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