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남다른 기본기 탁월한 선택, 폭스바겐 투아렉

입력 2024년11월29일 08시11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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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적의 실력 드러내는 7개 주행모드
 -풍부한 엔진 힘, 에어서스펜션 조합 뛰어나

 

 폭스바겐 투아렉을 상징하는 몇 가지 단어가 있다. 플래그십 SUV, 우수한 상품성, 넉넉한 공간, 고급 기능들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단어 이면에는 ‘탄탄한 기본기’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오랜 폭스바겐 노하우로 완성한 기술의 집약체이자 브랜드 자부심이 담겨있는 진짜 SUV 라는 뜻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에서 강원도 정선 오지 마을까지 왕복 500㎞ 주행에 나섰다.

 



 

 본격적인 출발에 앞서 거대한 보닛 안에 들어있는 엔진을 살펴봤다. 국내 판매중인 투아렉은 EA897 evo3 V6 3.0 TDI 엔진을 탑재했다. 여기에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과 8단 자동 변속기의 결합으로 최고출력 286마력, 1,750~3,250rpm의 넓은 영역에서 61.2㎏∙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연료 효율은 복합 기준 10.8㎞/ℓ(도심 9.6㎞/ℓ, 고속 12.8㎞/ℓ)를 달성했다.

 

 이번 시승은 투아렉이 갖고 있는 다양한 운전 모드를 최대한 많이 활용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 실제로 투아렉은 7개의 운전 모드(에코, 컴포트, 노멀, 스포츠, 인디비주얼, 오프로드, 스노우)를 지원한다. 각각의 특징을 명확히 알아볼 수 있도록 다양한 노면을 찾아 떠났다. 먼저 홍대입구역에서 출발해 서울을 나갈 때는 에코모드를 활용했다. 

 

 엔진 반응이 매우 차분해지고 오로지 효율에 신경을 쓰는 느낌이다. 파워트레인뿐만 아니라 공조장치와 각종 주행에 도움을 주는 기능들도 최대한 숨을 고른다. 계기판에는 효율적인 주행 상황을 나타내는 그래픽이 뜨고 디젤엔진이 갖고 있는 높은 연료 효율이 해당 모드에서 더욱 큰 만족을 준다. 가다 서다 반복되는 도심 속 주행에서는 에코모드 만으로도 충분히 불편함 없이 이동이 가능하다. 

 





 

 고속도로에 진입해서는 컴포트모드를 활용했다. 엔젤 반응이 훨씬 부드러워졌고 변속기가 붙는 시간도 빨라졌다. 무엇보다도 승차감이 매우 뛰어났다. 에어서스펜션이 기본 탑재돼 있는 만큼 도로 위 굴곡을 의연하게 거르면서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한다. 말 그대로 컴포트하게 탑승자를 인도하며 시종일관 여유로운 주행 감각을 보여준다. 여기에 크고 높은 대형 SUV임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고속 안정성 덕분에 탑승자는 전혀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다.

 

 굽이치는 고갯길로 차를 돌려 스포츠모드로 주행을 이어나갔다. 해당모드는 기대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우선 스로틀 감각이 무척 예민해진다. 체감상으로는 두 배 이상 빨라진 느낌이다. 여기에는 8단 변속기가 큰 역할을 하는데 반 박자 먼저 단수를 오르내리며 운전자가 의도한 가속의 양만큼 정확히 출력을 끌어올린다. 여기에 대배기량 엔진이 주는 풍부한 토크가 합을 이루면서 ‘훅’하고 튀어 나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대형 SUV가 이렇게 빨리 움직인다는 사실이 그저 놀랄 뿐이다. 스티어링 휠 반응은 스포츠 성향을 지닌 고성능 SUV들과 비교하면 다소 여유롭지만 충분히 정직하게 반응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전달한다. 넘치는 파워트레인을 다루기에 충분한 실력이다. 이와 함께 에어서스펜션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댐핑 컨트롤은 스포츠 모드와 코너에서 발군의 실력을 드러낸다. 

 









 

 또 신형 투아렉에 새롭게 추가된 ‘루프 로드 센서’는 차체 제어 시스템 및 첨단 구동장치와 조합돼 더욱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처럼 미세하게 조정된 탄탄한 섀시컨트롤 덕분에 차가 쏠리거나 무너지는 현상은 거의 없다. MLB evo 플랫폼 역시 뛰어난 강성으로 튼실한 하체와 합을 맞춘다. 

 

 기본적으로 차가 갖고 우수한 섀시컨트롤 덕분에 스포티한 주행에서 만족감이 뛰어나며 놀라운 실력을 가지고 오너에게 자부심을 선물한다. 분명히 폭이 상당한 덩치 큰 SUV 운전석에 앉아 있는데 코너를 돌아 나가는 과정과 결과만큼은 골프를 모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다. 시야만 다소 높아졌을 뿐 공격적으로 컨트롤 할 때의 거동은 세그먼트 한계를 가뿐하게 지워 버린다. 

 

 숨을 고르고 다시 오지를 향해 달렸다. 길게 뻗어있는 고속화 도로에서는 인디비주얼 모드를 사용했다. 참고로 투아렉에 들어있는 인디비주얼 모드는 생각보다 많은 기능을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단순히 구동장치나 서스펜션, 조향 반응 정도만 조정 하는 게 아니다. 공조 기능과 라이트 보조, 심지어 ACC 감도까지 개별 설정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차와 한 몸이 되어서 내가 원하는 가장 최적의 운전 스타일을 맞출 수 있는 것이다. 투아렉과 함께 절반 정도 내려오면서 구동장치는 스포츠로 바꿨고 조향은 노멀, 서스펜션은 컴포트로 설정했다. 이와 함께 공조 기능은 에코, 라이트 보조는 스포츠, ACC는 노멀로 세팅했다. 차는 운전자의 성향과 패턴을 완벽히 알고 있다는 듯 각 모드별 특징을 살려서 퀄리티 높은 실력으로 보답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승을 하면서 인디비주얼 모드를 가장 많이 활용했을 정도이며 내 차로 오랜 시간 굴린다면 더 없이 좋은 조력자가 될 수 있겠다.

 









 

 때로는 여유롭게 때로는 짜릿하고 즐겁게 운전을 하면서 달리다 보니 어느덧 오지 마을로 향하는 초입에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오프로드모드를 활용했다. 투아렉은 에어서스펜션을 이용해 오프로드지 지상고를 최대 7cm까지 높일 수 있다. 육안으로 봐도 차이가 상당하며 어지간한 험로는 문제 없이 다닐 정도의 자세다. 본격적으로 바위를 넘거나 수심이 깊은 곳을 도강하는 오프로드가 아니었기 때문에 서스펜션은 1단계만 높이고 어라운드뷰 카메라를 적극 의지했다. 확실이 토크의 강한 힘이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즉각적으로 튀어나가던 성격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최대한 묵직하고 안정적인 자세로 내 바퀴에 힘을 싣는 느낌이다. 그만큼 땅을 차분하게 누르고 한걸음씩 전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길을 잃어 막다른 곳에 도달 했을 때는 섬세한 카메라의 도움을 받았다.

 

 스티어링 휠을 꺾는 방향에 맞춰서 후방뿐만 아니라 전방 시야도 같이 광각으로 보여준다. 미리 탈출 해야 할 공간을 정확한 카메라 화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의 오차 없이 벗어날 수 있다. 특히, 앞바퀴와 함께 뒷바퀴 스티어링 각도를 조절하는 ‘올 휠 스티어링’ 시스템은 원활한 조향 각을 확보해 줬으며 더 적은 회전 반경으로 방향을 틀어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와줬다.

 










 

 산 넘고 물 건너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오지 마을에 도착했다. 자연의 소리만 가득 울려 퍼진 이곳에서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투아렉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자세히 차를 살펴 봤다. 부분변경 신형답게 곳곳에서 가장 최신의 폭스바겐 패밀리-룩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크기를 키운 그릴은 굵은 가로줄을 추가해 차가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줬다. 또 크롬도금 사용을 늘려 화려한 맛을 전달한다. 

 

 스포티한 감각에 집중한 R-라인답게 21인치 휠과 곳곳에 붙은 레터링도 인상적이다 반듯한 캐릭터라인과 두툼한 문짝, 커다란 유리창 등 대형 SUV에서 기대할 만한 튼튼한 모습이 마음에 든다. 뒤는 램프를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서 표현했다.

 

 가로로 얇게 처리한 후방반사등과 듀얼 배기구도 전체적인 비율에 있어서 이상적이다. 실내는 12인치 풀 디지털 계기판과 15인치 터치스크린 조화가 특징이다. 안을 채우고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정갈하고 일목요연하게 표현돼 있다. 직관적인 조작에 있어서는 전혀 불만이 없다. 시원시원한 화면 덕분에 차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생각보다 크기가 작은 스티어링 휠은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으며 잘 정리된 센터 터널과 곳곳에 마련한 깊은 수납함은 SUV 본분을 충실히 따른다. 차 급을 고려했을 때 2열은 넉넉하다. 무릎과 머리 위 공간 전부 여유롭고 전용 공조장치와 햇빛 가리게, 팔걸이 겸 컵홀더, USB 충전 포트 등 필요로 하는 기능들이 전부다 있다.

 

 송풍구도 중앙과 B-필러 총 네 개나 마련했다. 거대한 트렁크는 2열을 폴딩하면 운동장처럼 넓은 공간이 펼쳐지며 성인 두 명이 차박을 해도 여유로운 수준이다. 또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뒤쪽 서스펜션 높이를 낮출 수 있어 물건을 싣고 내리기 쉽다.









 해가지고 서둘러 복귀를 준비했다. 칠흙같은 어둠의 오지를 탈출 하면서 그리고 고속도로를 내 달리면서 가장 많이 의지한 건 바로 ‘IQ.라이트 H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 였다. 3만8,000개 이상의 인터랙티브 LED가 주행속도, 카메라, 내비게이션, GPS 등의 정보를 종합해 이전 시스템 보다 더욱 최적화된 조명을 제공한다. 실시간으로 전방을 파악해 빛이 있고 없는 위치를 기억한다. 이후에 어두운 부분만 골라서 상향등을 켜주며 전방 또는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빛의 양을 줄인다. 

 

 현재 주행하고 있는 차선 가장 앞쪽에 매우 강한 빛을 비추며 각종 사물의 원근감을 고려해 빛이 모이고 퍼지는 일을 반복한다. 운전자가 육안으로 쉽게 볼 수 있을 정도의 지능화된 라이팅이며 확실한 야간 시야 확보해 큰 역할을 한다. 전방 상황을 인지하고 매우 빠르게 판단해 주는 능력 이 라이벌 오토 하이빔 시스템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덕분에 무척 편하고 안전하게 복귀 할 수 있었다. 

 

 투아렉은 폭스바겐 기술력을 온전히 품고 기본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차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비어있는 SUV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주행을 하면 할수록 올바르게 발전해온 실력과 기본기에 감탄하게 되며 시장 재평가가 시급한 SUV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숨은 실력자, 은둔 고수처럼 조용히 자신만의 분야를 갈고 닦아 온 투아렉이 빛을 낼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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