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까지 2만4,880대, 11월에도 중국산이 1위 올라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중국산 테슬라의 지난달 판매는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7만8,856대다. 전월과 비교해 4.3% 줄었다. 관련해 중국 내에선 테슬라 부진의 이유로 BYD의 가격 인하를 꼽는다. BYD의 거센 공세로 10월 중국 EV 시장 내 점유율은 전월 대비 무려 50% 축소된 6%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중국 내 사업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중국산 테슬라의 국내 판매는 모두 2만4,880대로 입지가 독보적이다. 브랜드는 미국산이지만 실제 생산이 중국에서 이뤄지는 만큼 보조금 또한 중국으로 들어가는 형국이다. ‘중국산’에 대해선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지만 ‘테슬라’ 만큼은 중국산이라도 괜찮다는 생각이 대부분이다.
이를 두고 심리학자들은 인지부조화에 따른 자기합리화 현상을 이유로 꼽는다. 테슬라 제품과 브랜드에 대해선 긍정적이지만 ‘중국산’이라는 부정적 요소가 충돌할 때 부조화가 발생하며 이때 자신의 선택이 남들과 다르다는 ‘스놉효과(Snob Effect)’가 발현돼 자기합리화에 도달한다는 얘기다. 쉽게 보면 테슬라를 긍정으로 볼 때 ‘중국산’이 부정이라면 긍정과 부정 사이에서 긍정 선택이 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뜻이다. 따라서 비록 중국산에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LFP 배터리라도 한국 내에서 테슬라 인기는 여전하다.
덕분에 중국산 승용 전기차의 보조금도 테슬라가 싹쓸이 중이다. 업계에선 대당 평균 500만원의 보조금만 계산해도 10월까지 약 1,250억원의 보조금이 중국으로 흘러간 만큼 나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쏟아진다.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표면적 이유는 탄소배출 저감이지만 이면에는 국산 배터리 산업 보호 명분도 담겨 있어서다. 테슬라 보조금이 늘어날수록 중국 배터리 기업을 도와주는 형국이어서 차라리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모든 보조금을 ‘한국산’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미국처럼 오로지 미국산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 제도를 따라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한국은 배터리 관련 소재 의존도가 높은 나라가 중국이어서 무리한(?) 보조금 차등이 자칫 다른 영역에 파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국산 배터리의 양극재와 음극재 대부분이 중국에서 들어온다. 전기차 보조금과 국산 배터리가 서로 묘하게 얽힌 만큼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국민 세금의 해외 반출은 생각해 볼 문제라는 게 일반 국민들의 정서다.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은 개인의 자유 영역이지만 세금 투입은 공적 항목이어서 한국산에 보다 유리하게 설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상대적으로 에너지밀도가 낮은 LFP 배터리 보조금 축소 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중이다. 또는 배터리와 완성차 둘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생산지 보조금을 더하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산 전기 승용차의 한국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테슬라에 이어 BYD가 한국에 진출, 테슬라와 본격 경쟁하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는다. 일부에선 BYD 경쟁자로 국산 전기차를 떠올리지만 BYD는 테슬라와 직접 맞붙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중국 내수를 포함한 글로벌 곳곳에서 오로지 테슬라만 쫓아 해외 시장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연간 3만대에 육박하는 한국 내 테슬라 판매대수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국산 전기차와 경쟁은 일종의 부가적 노림수다. 결국 중국산 전기차에 지급되는 보조금이 앞으로 더욱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기차 보조금을 운행이 많은 화물과 버스에만 집중하고 승용은 없애자는 의견도 있다. 어쩌면 그게 가장 공정한 방법일 수 있으니 말이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