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도 없는데..' 중고 전기차, 사실상 '수출 규제'에 고심

입력 2024년12월13일 11시5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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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의무 운행 5년→8년 조정..수출 '빨간불'
 -정부, "보조금은 세금..배터리 회수도 어려워"
 -업계, "수출 안해도 될 일..전기차 보급엔 영향"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회수 기준을 기존 5년에서 8년으로 강화하며 중고 전기차 수출 시장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세금'으로 간주하고 전기차 배터리를 '자원'의 관점으로 접근해 이를 확보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의 배경을 보조금의 공적 성격과 배터리 재활용 문제를 들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은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만큼 차가 국내에서 사용되고 폐차되어야 세금의 효율적 사용과 배터리 자원 회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재활용을 통해 배터리에 함유되어 있는 희귀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뜻이 깔려 있는 대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또 다른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조치로 사실상 수출이 어려워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8년 경과 전기차를 수출하자니 노후한 성능 탓에 제 값을 받지 못하고 보조금을 뱉어내고 수출하자니 수출차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더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차들도 많기 때문에 사실 중고차 업자들 입장에서는 굳이 전기차를 매입·수출하지 않아도 된다"며 "전기차 수요도 침체 국면인데 수출이라는 퇴로 마저 없다면 결국 신차 수요도 쪼그라드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중고차 수출이 중요한 '퇴로' 역할을 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국내에 등록된 자동차는 179만대인 반면 폐차와 중고차 수출로 사라진 차는 144만대다. 이 차이가 국내 신차 판매와 시장 순환을 유지하는 데 기여해왔다는 것.

 

 업계 한 전문가도 "신차 판매는 폐차와 중고차 수출이라는 퇴로가 있기 때문에 지속될 수 있다"며 "퇴로가 없다면 지금보다 자동차 등록 대수는 더 늘어날거고 복잡한 도로 탓에 신차 판매 자체도 영향을 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고차 수출이 막히면 전기차의 국내 등록 대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이로 인해 도로 혼잡 및 전기차 시장 포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는 "결국 중고차 퇴로가 사라지면 전기차 보급 정책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보조금을 받지 않은 8,500만 원 이상의 고가 전기차는 수출 보조금 회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차들은 수요가 낮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고차 수출 대상국은 소득 수준이 낮아 고가 전기차 인기는 적은 편”이라며 “결국 모든 전기차 수요 자체가 국내에 묶일테고 매물이 많아지면 감가 및 전기차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배터리 자원의 국내 회수를 통해 전기차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의도를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는 수출 규제가 가져올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보조금 회수 기준과 중고차 수출 간의 균형점을 찾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며 “탄소 감축과 경제적 퇴로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달성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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