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택시 강자' 크루즈, 논란 속 철수
-테슬라, 시장 주도권 여전..실익 커
-자율주행, 브랜드 충성도도 중요한 역할
자율주행. 한때 모빌리티 산업의 진정한 혁신이라며 각광받았지만 현실은 점점 더 복잡하고 회의적으로 변하고 있다. 테크 기업과 자동차 제조사들이 앞다퉈 진출한 이 시장은 점차 '될 놈만 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포드와 폭스바겐의 투자를 받던 아르고AI가 자율주행 사업을 중단했다. 최근 GM은 로보택시 서비스 '크루즈'에서 전격 철수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과 로봇 사업 분야에서 지난해에만 1조7,000억원대의 적자를 냈다. 자율주행은 당장 성과에 대한 윤곽도 드러나지 않는데 돈은 많이 들어가는, '밑 빠진 독' 같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꾸준히 이익을 내며 주도권을 쥐고 있다. 풀 셀프 드라이빙(FSD)의 완성도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많지만 반응은 폭발적이다. 증권가에서는 FSD가 테슬라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가량일 것으로 추산한다. 업데이트 소식이 전해질 때 마다 주가가 뛰어 오른다는 걸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얻는 이득은 더 클 것으로 분석한다.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나옴에도 테슬라가 수익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테슬라가 '될 놈'이어서 아닐까. 테슬라는 여전히 자동차 시장에서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제품에 대한 경험을 매력적으로 포장하고 이를 구입한 사람들은 자신이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한다고 느낀다. 이런 점은 애플과 닮았다.
이런 브랜드의 특징이 있다. 특별한 경험은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구독 서비스를 결합해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다른 브랜드가 기술적 한계와 안전성 문제에 직면하며 고전하는 사이, 테슬라는 '안 되는 걸 먼저 파는' 접근법으로 충성심이 높은 소비자들을 공략해 독점적인 이익을 누리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은 자율주행 시장이 기술과 자본만으로 성공할 수 없는 복합적인 시장임을 보여준다. 소비자의 신뢰, 규제 환경, 기술적 성숙도, 그리고 수익화 구조까지 모두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테슬라처럼 독특한 비즈니스 구조를 가진 회사만이 살아남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완화를 시사한 자율주행에 대한 규제에 대한 과실을 테슬라가 다 따먹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처럼 즉 '될 놈만 되는' 구조는 산업 전체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 독점적 구도가 형성되면 경쟁과 혁신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대중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특정 기업만이 아니라 여러 플레이어가 시장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자율주행은 아직 혼란과 회의 속에서 미래를 탐색하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가 독주하고 다른 기업들이 뒤처지는 현재의 구조는 기술 혁신의 이상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자율주행의 미래가 진정 모든 이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혁신이 되기 위해서는 '될 놈만 되는' 시장 구조를 넘어서는 새로운 전략과 접근법이 필요하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