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2035년 내연기관 판매 금지 원안 추진
-트럼프 정권 인수위, "연방정부가 캘리포니아 막아야""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트럼프 당선인이 주도할 미국 연방정부가 EV 보급을 놓고 정면 충돌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캘리포니아는 당초 계획대로 2035년 내연기관 판매 금지 원안을 추진키 위해 최근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승인을 받았다.
EPA는 EV 보급과 배기가스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바이든 정부 임기 종료를 앞둔 지난 19일 캘리포니아가 2035년 신차 판매량 중 최소 80%의 EV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승인했다. 나머지 20%는 화석연료와 전기를 함께 사용하는 PHEV로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그러자 캘리포니아주를 따라 뉴욕주, 매사추세츠주, 오리건주 등 총 11개 주정부도 2035년 내연기관 판매 금지를 따라가기로 했다.
이를 지켜본 트럼프 정권 인수팀은 대통령 취임 후 캘리포니아주 규제안에 대한 EPA 승인을 취소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정권 인수팀은 2025년 배출규제를 2019년 수준으로 되돌리고,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며 배출기준 미충족에 따른 벌금도 낮추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심지어 전체 배출량도 2025년 상한선보다 25% 늘리라고 권고하면서 독자적으로 배출규제 강화에 나선 지방 정부를 압박하라는 권고도 내놨다. ‘내연기관 vs 전기차’ 대결 상황이 점차 ‘연방 정부 vs 지방 정부’ 갈등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그러자 발끈한 쪽은 캘리포니아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친환경차 보급 반대는 석유 업계를 옹호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캘리포니아주는 새로운 수송 부문의 에너지와 기술 혁신을 계속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캘리포니아를 전기차 산업의 핵심 지역으로 육성하겠다는 일종의 산업 전략인 셈이다. 연방 정부의 반대가 있어도 뚫고 나가겠다는 의지 또한 강하게 드러내는 형국이다.
이 같은 캘리포니아의 친환경 전략은 EV 부문이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캐즘 논란이 있지만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내년에도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 내 2025년 신차 판매는 1,630만대이며 이 가운데 25%인 407만대가 EV(PHEV 포함)로 예측됐다. 덕분에 올해 7.5%에 머문 전기차 점유율이 내년에는 10%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보조금이 감축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제품의 등장, 동력 에너지 전환을 추구하는 여러 지방 정부가 있어 확산은 계속된다는 게 추정의 근거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전면 폐기하거나 전통적인 내연기관 우선 전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친환경 확산세가 거센 가운데 미국이 전동화를 빠르게 추진하면 중국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 선택이다. 실제 트럼프의 정권 인수팀은 미국 내 전기차 확산 속도를 조절하되 중국산 자동차 부품, 배터리 소재 등의 수입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배터리에 필요한 광물부터 정련, 제련, 셀 생산에 이르는 전기차의 핵심 가치 사슬 구축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전략을 두고 전문가들은 과거 마차 시대에서 내연기관으로 전환되던 과정의 재현이라는 해석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중국이 EV를 앞세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재편하려 한다면 미국은 마차에 비유되는 내연기관 시대를 보다 오래 지속시키기 위해 석유 산업의 지배력을 활용하는 전략이라는 의미다. 실제 내연기관에 강한 미국과 유럽 등이 빗장을 걸어 잠글수록 그 외 시장을 겨냥한 중국 전기차의 해외 점유율은 자꾸 오르는 중이다. 이 경우 일종의 중간 영역인 내연기관과 전동화의 혼재 시대 또한 지역 또는 국가별로 존속 기간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지금의 미국 내 상황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일종의 축소판이다. 그리고 비슷한 현상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국가별로 내연기관과 EV의 혼재 기간만 다르다는 사실이다. EV가 시장을 확대하려는 ‘창(槍)’이라면 내연기관은 ‘방패(方牌)’ 역할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