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유럽서 車 팔려면 배출권 확보해야

입력 2025년01월15일 10시23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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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93.6g 이하에 맞춰야, 미충족 때는 벌금

 

 올해부터 유럽 내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회사는 판매 차종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당 93.6g 이하에 맞춰야 한다. 초과하면 1g당 95유로(14만원 가량)의 벌금을 내야 한다. 엄청난 액수다. 

 



 

 기준 충족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자체적으로 BEV 판매를 늘려 평균 배출량을 낮추는 게 첫 번째다. 그런데 BEV 시장 확대가 녹록치 않다. 각 나라의 보조금이 줄고 수요도 기대 만큼 확장되지 않아서다. 두 번째는 배출가스가 많은 중대형 내연기관 차종 판매를 인위적으로 줄이는 방안이다. 이는 곧 생산량 감축이어서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마지막 세 번째는 다른 회사가 보유한 배출권을 사오는 일이다. 이때 배출권 판매자는 대부분 전기차 기업이다. 테슬라와 볼보, 스마트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자동차회사는 배출권을 사오려 한다. 벌금을 내는 것보다 배출권을 구입하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들어가는 탓이다. 

 

 제조사별로 어디서 배출권을 사오겠냐는 계획은 모두 밝혔다. 스텔란티스, 토요타, 포드, 마쓰다는 테슬라 배출권을 사오기로 했다. 반면 메르세데스 벤츠는 중국 지리그룹 산하의 볼보와 스마트 등이 구입처다. 당연히 지리그룹이 벤츠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니 예상된 결과다. 하지만 유럽 최대 기업인 폭스바겐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배출권을 사오는 것조차 경쟁이라 유럽연합에게 규제 완화를 강력히 촉구하는 중이다. 

 

 덕분에 전기차 기업의 배출권 판매는 날개를 달게 됐다. 지난해 1~9월 테슬라가 달성한 매출액 가운데 3% 가량인 3조원 정도는 배출권 판매로 달성했다. 배출권은 BEV를 판매할 때마다 생기는 데다 원가 비용도 고스란히 수익원이 된다. BEV 판매 수익이 신통치 않을 때 배출권은 수익의 효자가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올해 유럽 시장의 BEV 판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내연기관 판매로 확보한 이익을 배출권 구매로 쓰는 것 자체가 지속적인 해결 방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걸림돌이 발생했다. 테슬라를 선택한 곳은 문제가 없지만 지리그룹의 배출권을 선택한 벤츠는 자칫 확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벤츠가 구입하려는 볼보 및 스마트 BEV의 생산지가 모두 중국인 탓이다. 유럽이 중국산 BEV의 관세를 높여 장벽을 세운 만큼 중국산 볼보와 스마트의 유럽 판매는 위축될 수밖에 없고, 판매가 저조하면 벤츠 또한 확보 가능한 배출권이 줄어 내연기관 판매에 타격을 받게 된다. 인위적으로 내연기관 판매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자 한국이 틈새를 엿보고 있다. 현지 BEV 생산을 늘려 배출권을 확보하되 남는 배출권을 되파는 방안이다. 물론 당장은 현대차와 기아도 내연기관 판매가 주력이어서 BEV 판매로 얻은 배출권을 자신들의 탄소 배출량 충족에 활용하겠지만 BEV 부문에선 이미 선두 주자인 데다 중국산의 유럽 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경쟁자로 지목되는 곳이 늘 중국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시적인 기대감일 수도 있다. 유럽이 관세를 높이자 중국 기업들이 앞다퉈 유럽 현지 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어서다. 당연히 배터리 기업도 따라 생산 시설을 확보하는 중이다. 현지 생산이 시작되면 BEV는 당연히 한국과 경쟁 구도가 형성된다. 이때 가격 경쟁력은 중국 기업들이 유리할 수 있다. 단순 부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럼에도 주어진 기회는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2025년을 기점으로 유럽 내 BEV 비중을 최대한 빠르게 늘려 시장을 선점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 한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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