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자원에서 추출된 연료 부각
 -내년 F1을 시작으로 자동차 연료 가능성 주목

 올해 1월5일 SK에너지가 국내 정유사 중 처음으로 유럽에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수출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SAF 대량생산 체계를 우리 기업이 갖췄다는 사실, 그리고 유럽연합(EU)이 올해 1월 SAF 사용 의무화에 돌입하자마자 이를 수출한다는 사실에 나는 두 번 놀랐다. 과연 SAF는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고 왜 미래의 기술로 주목받을까?

 SAF는 지속 가능한 자원에서 추출된 연료다. 기존 항공 연료를 대체하거나 혼합해 사용하는 연료를 말한다. SAF는 기존의 화석 연료 기반 제트 연료와 화학적으로 유사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재생 가능 자원을 활용하고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화석 연료와 다르다. 

 SAF의 대표적인 원료는 도시 폐기물, 농업 잔여물, 임업 부산물, 도축 산업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여기서 추출된 에탄올과 대기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 수소를 합성해 SAF 연료를 만든다.

 항공 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약 2.5%를 차지한다. SAF는 생애 주기에서 기존 화석 연료 대비 최대 80%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항공 산업의 탄소 중립도 기대할 수 있다. SAF는 기존 항공기 엔진과 인프라에 추가적인 변경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보잉은 이미 100% SAF 를 사용한 시험비행도 성공했다. 끊임없이 생산되는 폐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지난 2021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했다. IATA는 오는 2050년까지 항공업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 감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발맞춰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유럽 지역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대해 최소 2%의 SAF를 혼합해 사용할 것을 의무화했고 2030년에는 6%, 2050년에는 70%까지 의무화 비율을 확대할 예정이다. 미국은 2050년까지 항공유 사용 전량을 SAF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SAF가 극복해야할 문제는 아직 많다. SAF는 현재 화석 연료 대비 생산 비용이 높아 상업적 확장이 더디다.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해 아직 전 세계 항공 산업의 수요를 충족하기도 버겁다. SAF의 정의와 기준도 국가마다 달라 글로벌 유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국제 표준화 작업, 기술 혁신과 대규모 생산을 통한 생산 비용 절감, 기술 혁신, 정책 지원, 인프라 개발이 맞물린다면 SAF는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주력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SAF는 비단 항공 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까지 흔들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는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약 10%를 차지한다. 화석 연료를 대체할 지속 가능한 대안을 찾기 위해 자동차 산업은 궁여지책 전동화를 선택했고 이 거대한 파도에 밀려 내연기관 기술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러던 와중 SAF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자동차 산업이 SAF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SAF의 세 가지 장점이 있는데 먼저 탄소 중립이 가능하고 기존 엔진에 사용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바라봐도 자동차의 내연 엔진에도 똑같이 유효하다. 

 2026년부터 F1은 하이브리드 엔진의 연료로 100% SAF를 사용한다. 화석연료가 F1에서 영원히 사라진다는 뜻이다. SAF를 레이스카 엔진 용으로 바꾸면서 합성연료(E-퓨얼)이란 이름도 붙였다. F1의 E-퓨얼 프로젝트는 내연기관의 생명 연장을 위한 혁신적 시험이다.

 화석 연료의 종말, 인류 식량 공급에 충격을 주지 않는 지속가능한 원료, 대기 중 이산화탄소 포집을 통한 생애주기 탄소 중립 실현, 전기 자동차와 내연기관 자동차의 조화로운 공존. E-퓨얼 프로젝트의 성공과 SAF 산업의 발전은 자동차의 미래를 새롭게 바꿀 제 3의 물결이 될 수 있다. 

 김남호 F1 동력학 엔지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