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과 가격, 상품 경쟁력 두루 갖춰
-호불호 없는 무난한 주행성능 특징
놀랍다. 대단하고 무섭다. BYD 아토 3를 접하고 내린 결론이다. 이름마저 생소한, 야심 차게 등장한 새 차는 중국 제품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두려움마저 느끼게 될 정도로 엄청난 상품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만만하게 보면 안될 듯하며 아토 3를 시작으로 수없이 쏟아져 나올 중국 브랜드 전기차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끝 없는 무한 경쟁의 길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디자인&상품성
겉모습은 차분하고 깔끔하다. 파격적인 디자인을 사용하거나 일부러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내지도 않았다. 얼핏보면 일반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익숙하게 다가오고 호불호 없이 누구나 수긍할 만한 외관을 가지고 있다. 적당한 사이즈의 헤드램프와 길게 뻗은 주간주행등, 은색 장식으로 감싼 BYD 로고도 무난하다.
범퍼는 둥글게 처리했는데 부드러운 차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며 유광 블랙으로 약간의 장식을 더 해 밋밋함을 피했다. 에어덕트는 가장 아래쪽에 작게 뚫어놓았으며 중앙에는 주행 보조 기술에 도움을 주는 각종 센서가 위치한다. 옆은 듬직한 차체가 인상적이다. 실제로 길이 4,455㎜, 너비와 높이는 각각 1,875㎜, 1,615㎜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보다는 약간 크며 기아 EV3와 비슷한 수준이다.
18인치 휠은 이렇다 할 큰 특징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사이드미러 아래쪽과 윈도우 몰딩, 각 필러를 감싼 유광 블랙이 고급감을 높인다. 휠하우스를 비롯해 아래쪽 몰딩은 플라스틱으로 감쌌는데 이마저도 중간에 차체 컬러를 칠해 세련미를 높였다.
뒤는 가로로 긴 테일램프를 통해 모던한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LED 램프의 그래픽도 정갈하며 깔끔한 트렁크라인과 잘 어울린다. 루프와 뒷 유리창이 생각보다 많이 누워있어 쿠페형 SUV 느낌도 전달한다. 이와 함께 범퍼는 입체적인 굴곡과 장식을 넣어 단조로움을 피했다.
차분했던 외관과 다르게 실내는 정 반대 인상을 보여준다. 곡선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화려함을 키운 것. 각 부품들의 모양도 매우 신선하다. 시작은 도어패널부터다. 두툼하게 튀어나와 있는 원통형 스피커를 도어 손잡이와 연결했고 기타 줄을 연상케 하는 수납 장식도 독특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송풍구로 이어지는데 두툼하고 둥글게 처리해 자꾸만 시선이 간다.
디지털 요소는 꽤 만족스럽다. 핵심은 12.8인치 센터페시아 모니터다. 버튼 한 번만 누르면 가로와 세로 입맛에 맞게 조정이 가능하다. 연동성은 물론 스와이프 감각이 매우 빠르고 부드러워 만족을 키운다. BYD 스토어를 이용해 별도의 커넥티드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써드파티 앱을 통해 영상이나 게임, 노래방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스티어링 휠과 일체형으로 움직이는 계기판은 크기가 다소 작고 표현하는 정보가 많아서 처음에는 가독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한 번 눈에 익으면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이 외에 적당한 크기의 센터 터널은 자주 사용하는 버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특히, 비행기 랜딩 기어를 떠올리게 하는 변속 레버가 인상적이다.
이와 함께 브릿지 형태로 아랫부분에는 큼직한 수납 공간이 있다. 컵홀더와 센터터널의 깊이도 상당해 세로로 긴 물건도 충분히 넣는다. 소재나 감성 품질이 우수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조립 수준이나 마감은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 생각보다 정교하고 우수한 퀄리티를 갖고 있으며 볼수록 놀라움을 전달한다.
이는 시트에서 두드러지는데 헤드레스트 일체형으로 디자인이 매우 훌륭하다. 컬러의 믹스매치 나 스티치의 느낌, 착좌감도 좋아서 불만이 없다. 편의 품목은 티맵 내비게이션과 클라우드 기반으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하며 휴대폰 무선 충전, 디지털 키(NFC카드 키 포함), 열선 스티어링 휠, 전동을 포함한 앞좌석 열선 및 통풍 시트, 음성 제어, 전좌석 원터치 파워 윈도우, V2L, 전동 테일게이트, 공기청정 등을 넣었다.
2열은 넉넉하다. 전기차 특유의 장점을 살려 무릎 공간이 널널하며 가운데 턱도 없어 성인 세 명이 앉아 충분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다. 전용 송풍구와 USB 충전 단자, 컵홀더겸 팔걸이도 잘 마련돼 있다. 선루프는 면적이 상당히 넓어 개방 감이 좋다. 트렁크는 기본 440ℓ, 6:4 분할 기능을 갖춰 2열 폴딩 시 최대 1,340ℓ까지 늘어나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성능
아토 3은 BYD가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e-플랫폼 3.0을 사용한다. 해당 플랫폼은 통합이 특징으로 크게 8개의 모듈을 집약한 '8-in-1 파워트레인', '고효율 히트펌프 시스템', 그리고 블레이드 배터리 등 3개의 구성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전기 제어 유닛과 관리 시스템(구동 모터, 모터 컨트롤러, 감속기, 온보드 충전기, DC 컨버터, 고전압 배전함, 차량 컨트롤러,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통합한 파워 트레인은 이전의 독립형 대비 전체 부피와 무게를 각각 20%, 15% 줄여 주행거리 등 차 전반의 성능을 높인다.
이를 바탕으로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150㎾(약 201마력)를 보여주는데 초기 발진가속은 차분하다.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아도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여유를 갖고 꾸준히 속도를 올린다. 자극적인 느낌은 덜하지만 도심 속 주행이 많은 차의 성격을 고려하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오히려 호불호 없이 모두가 만족할 만한 세팅 값이다.
물론 전기 에너지 특유의 힘은 느껴진다. 손쉽게 원하는 목표치에서 차가 달리고 언제든지 기분 좋은 드라이빙을 할 수 있다. 라이벌과 비교해서도 큰 차이가 없는 수치이기 때문에 파워트레인에 대한 만족은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기대 이상의 장점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바로 고속 안정성이다.
빠르게 달리는 순간에도 차는 진득하게 노면을 움켜쥐고 달린다. 어딘가 모르게 가벼울 것 같은 고정관념을 완벽히 지운다. 풍절음도 쉽게 들을 수 없으며 전체적으로 에어로다이내믹을 잘 실현 한 듯하다. 반면, 서스펜션 감각은 조금 아쉽다. 노면을 읽고 흡수하기 보다는 통통 튀겨내는 느낌이 강하다.
그만큼 요철이나 잔 진동이 실내에 전달되며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다. 추후에는 댐핑값 조절 등을 통해 조금 더 진중한 승차감을 보여주면 좋을 듯하다. 이와 함께 롤의 허용 범위도 높은 편이다. 내연기관 대비 전기차가 현가 하 질량이 낮은 건 맞지만 아토 3는 시트 포지션과 무게중심이 살짝 높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를 내는 듯하다.
급하게 차선 변경을 이어 나가거나 빠르게 코너를 진입하고 탈출하는 등 역동적인 자세는 피하는 게 좋겠다. 물론 이 차를 가지고 빠르게 달리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보기 때문에 걱정 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스티어링휠 반응은 꽤 마음에 든다. 무게감도 적당하고 잡아 돌렸을 때 반응도 정직하다.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쉽고 편하게 차를 다룰 수 있다.
배터리는 60.4㎾h급 LFP 타입이 기본이다. EV3 롱레인지(81.4㎾h)와 비교하면 용량이 많이 부족하지만 니로 EV, 코나 일렉트릭 롱레인지(64.8㎾h)와 비슷한 수준이다. 환경부 인증으로 상온 복합 기준 아토 3는 1회 충전 시 321㎞를 달릴 수 있다.
직접 테스트를 해봤다. 100% 완충된 상태에서 교통량이 많은 출퇴근길과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 고속화 도로, 국도 등 다양한 조건에서 주행을 이어나갔다. 특히, 시승을 진행한 3일동안 영하 10도에 달하는 매서운 추위와 폭설 등이 지속됐기 때문에 가혹한 상황에서 아토 3의 배터리 효율을 경험했다.
한 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고효율 히트펌프 시스템의 능력이었다. 배터리에 대한 직접 냉난방을 제공하는 BYD의 히트 펌프 시스템은 동절기 주변 잔열을 활용하며 저온에서의 열 효율을 최대 20%까지 증가시켜 동절기에도 우수한 주행 거리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토대로 아토 3는 환경부 인증 기준 저온에서도 상온 수준의 96% 수치인 308km를 실현했다.
실제로 100㎞ 이상 장거리 주행을 하는 과정에서 열선 스티어링 휠과 시트, 히터를 한 번도 끄지 않았는데 배터리 소모율은 상온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 결과 배터리 잔량이 100%에서 2%가 될 때까지 총 312㎞를 달렸다. 환경부 복합 인증 기준과 거의 맞아 떨어졌으며 저온(환경부 인증 308㎞)의 상황을 감안하면 더 높게 나온 결과다. 중국산 LFP 배터리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뿐만 아니라 놀라운 기술력을 몸소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총평
아토 3를 접하며 달라진 중국차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전기차 세계관을 바꿔놓을 수 있겠다는 상상도 해봤다. 그 정도로 우수한 상품성과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소비자에게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차를 보며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디자인을 비롯해 몇 가지 단점은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히려 장점이 더 부각되며 고정관념과 편견을 잊게 만든다. 아토 3를 시작으로 꾸준히 한국 시장에 등장할 다른 BYD 라인업도 궁금해진다. 대한민국 도로 위 풍경이 어떻게 바뀔지 벌써부터 흥미롭다.
아토 3는 기본형과 고급형으로 나뉘며 가격은 각각 3,150만원, 3,330만원이다. 보조금을 받을 경우 지역별로 2,000만원 대에도 구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