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숨은 장점 가득 품어
-전기차 처럼 달리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인상적
근본(根本), 사물의 본질이나 본 바탕을 뜻하는 단어다. 그렇다면 본질(本質)은 무엇일까?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사물의 성질을 뜻한다. 이를 소비재에 적용하면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검증된 제품 또는 명성을 가리키기도 한다. 혼다 어코드는 이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자동차다.
11세대의 걸쳐 글로벌 인정을 받았으며 혼다 내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는 볼륨 차종이다. 그리고 시대 흐름에 발맞춰 지능화된 하이브리드 시스템까지 얹어 다시 한 번 도약을 앞두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키를 건네 받아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약 800㎞에 이르는 장거리 테스트를 진행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근본과 본질은 영원했다.
장거리 주행을 하면서 느꼈던 첫 번째 매력 포인트는 디자인이다. 운전을 하면서 차 외관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의외의 곳에서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바로 사이드미러로 비춰진 차의 옆모습이다. 곧게 뻗은 캐릭터 라인이 매우 길게 표현돼 있는데 차가 늘씬해 보이는 효과를 준다. 실제로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전장 4,970㎜로 이전 대비 65㎜나 길어졌다.
이와 함께 스포티한 디자인의 19인치 휠을 씌워 시각적인 균형감도 뛰어나다. 그래서인지 차선 변경을 하거나 순간적으로 거울을 볼 때면 매끈하고 긴 자체가 더욱 두드러진다. 마치 쾌속정 보트를 모는 것처럼 세련되고 멋있게 다가온다. 이는 앞뒤 모습에서도 동일하게 가져갈 수 있다. 크기를 줄인 헤드램프는 날렵한 인상을 더하고 가로로 긴 와이드 그릴과 공기 흡입구는 단정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전달한다.
뒤는 램프를 길게 이어서 차가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줬다. 유광 블랙을 적절히 사용했고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꾸몄다. 이처럼 차분하게 다듬고 현대적으로 바뀐 디자인과 이상적인 비율이 운전을 하는 내내 자부심으로 돌아온다.
장거리 운전 시 느끼는 또 다른 매력은 실내에 있다. 구성과 쓰임새가 좋은 것. 적재적소에 물리 버튼을 마련했는데 화면만 하나 집어넣고 터치로만 가득한 요즘 차들과는 사뭇 다른 인상이다. 결코 올드하거나 클래식한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버튼류의 구성이 다양하고 조작감이 우수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받을 뿐이다. 운전 중 직관적인 조작에 있어서는 단연 최고다. 송풍구 주변에는 무늬도 넣어서 마치 패널 장식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줬다. 이 부분도 매우 센스 있다.
이와 함께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한 대시보드, 센터페시아, 센터 터널이 편리하게 다가온다. 곳곳에는 물건을 쉽게 넣을 수 있는 수납함이 있고 컵홀더 사이즈도 매우 크다. 특히, 최적의 기울기와 깊이 등을 갖고 있어 장거리 주행 시 만족을 높였다. 역시 차를 한 두번 만들어 본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지털 요소도 장거리 주행에 큰 만족을 줬다. 기능이 많거나 화려한 그래픽은 아니지만 딱 필요한 것들로만 일목요연하게 꾸며져 있어 직관성이 좋은 것. 특히, 선명도가 매우 뛰어나 보는 맛을 더한다. 역광이나 난반사 상황에서도 해상도를 잃지 않았고 그만큼 장거리 운전에 도움을 줬다. 10.2인치 풀 디지털 계기판은 반원 모양의 대칭 형태를 이루며 필요한 정보만 정확히 보여준다.
주행 보조 기술을 활성화 하면 섬세한 그래픽도 경험할 수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역시 라이벌 대비 우수한 정보와 선명도를 제공한다. 크기를 키운 12.3인치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소리와 햅틱 반응을 통해 어떤 기능을 활성화 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며 빠른 전환을 보여준다. 당연히 무선 카플레이도 기본이다. 후방 카메라 화질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이처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잘 구성한 디지털 요소가 오랜 시간 차와 함께 할수록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네 번째 장점은 파워 트레인이다. 신형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다이내믹 퍼포먼스를 강화한 4세대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신규 개발한 2.0ℓ 직분사 앳킨슨 엔진과 e-CVT 조합이며 최고출력 147마력, 최대토크 18.4㎏∙m의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전체 우레탄 커버와 소음진동 흡음재를 채용해 정숙성도 높였다.
핵심은 두 개의 모터다. 하나는 온전히 엔진 힘을 더하는데 사용하고 나머지 하나는 배터리 충전에만 집중한다. 각각의 역할이 다르다 보니 훨씬 더 빠른 반응으로 효율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운전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각은 무척 조용하고 부드럽다는 것이다. 마치 전기차를 타고 있는 것 같은 착각 마저 드는데 그만큼 엔진을 최대한 깨우지 않는다. 웬만하면 전기 모터와 배터리로 커버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시속 70㎞ 아래에서는 엔진이 돌아가는 걸 쉽게 경험할 수 없다. 이정도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서 순수 전기 모드로 달리거나 아니면 진짜 순수 전기차라고 착각마저 일으킬 것 같다. 중속을 넘어 고속으로 향하는 과정부터 엔진이 힘차게 일하는데 이 역시 훨씬 더 성능이 높은 전기 모터가 받쳐주기 때문에 체감 출력은 더 높은 편이다.
심지어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마법 기능도 있다. 변속 레버 아래에 위치한 e 버튼이다. 입맛에 맞게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로 달릴 수 있고 배터리 충전에만 집중할 수도 있다. 이처럼 하이브리드 차가 내연 기관의 연장선이 아니라 혼다만의 기술력과 방식으로 재 해석한 진짜 전동화라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
장거리 운전에서 느낀 마지막 매력은 차의 움직임에서 나온다. 안정적이면서도 날렵한 자세가 시종일관 탑승자 만족을 이끌어 낸다. 생각보다 낮은 무게중심은 고속 안정성의 큰 역할을 하고 이상적인 타이어 세팅은 다양한 도로 위 상황에서 높은 접지를 확보한다. 기본적인 서스펜션은 소프트함을 추구하지만 스포츠 모드만큼은 한 층 단단하게 조여 제법 역동적인 모습도 볼 수 있다.
여기에 유연한 핸들링까지 더해 깔끔한 회두성을 갖췄다. 이는 간단하게 역동적인 차의 성격에서 오는 장점이 아니다. 탄탄한 주행 완성도는 장거리 주행 시 누적 피로를 줄여 주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롤을 허용하거나 마냥 물렁물렁한, 잦은 조향을 할 경우에는 훨씬 피곤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그저 그런 중형세단이 아니다. 혼다의 기술력으로 버무려진 완성도 높은 베스트셀링 카다. 물론 본격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을 지원하는 세단은 아니지만 워낙 기본기가 훌륭해 조금 더 강한 엔진을 넣어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듯하다. 그 정도로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으며 호불호 없이 누구나 좋은 경험을 받을 수 있는 차다. 자동차라는 본질에 집중하며 근본 있는 세단을 찾는다면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명쾌한 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