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비율 디자인, 강력한 퍼포먼스 조화로워
-고급 감성 간직하며 강력한 GT 능력 갖춰
‘대형 쿠페’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이미지가 있다. 아름다운 디자인, 고급스러운 감각, 강한 성능 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장은 ‘낭만’ 이라는 단어로 모아진다. 그리고 여기 낭만의 조건을 가장 잘 충족시키는 대형 쿠페가 있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다. 이름부터 차의 성격과 존재감을 알 수 있듯이 그란투리스모는 단연코 이 시대 가장 낭만스러운 스포츠카다. 스페인 말라가 현지에서 고성능 버전의 그란투리스모 트로페오를 시승했다. 차와 함께 잊지 못할 기억 속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겉모습은 비율의 승리다. 낮고 넓은 차체와 늘씬한 길이, 앞뒤 바퀴 사이 거리를 뜻하는 휠베이스도 절묘한 위치에 모여있다. 황금 비율을 갖춘 덕분에 무척 아름다운 오브제를 보는 것 같다. 여기에 곡선으로 물든 디자인은 말문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호불호 없이 누구나 만족스러워 할 만한 훌륭한 디자인을 갖고 있는 것이다. 롱노즈 숏데크 형태의 기존 헤리티지도 고스란히 이어 받아 어느 한 부분 아쉬운 구석이 없다.
대표적이면서도 독특한 디자인 요소는 코팡고(Cofango)다. 코팡고는 이탈리아어로 보닛을 뜻하는 ‘코파노(Cofano)’와 펜더를 나타내는 ‘파라팡고(Parafango)’를 조합한 단어다. 우아한 실루엣을 가진 보닛과 펜더를 단일 부품으로 구성해 마세라티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유려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적당한 크기의 세로형 헤드램프는 명확한 인상을 심어주고 마세라티의 거대한 그릴은 그란투리스모와 훨씬 더 잘 어울린다. 자부심을 높이는 삼지창 로고도 상당히 크다. 한껏 부풀린 펜더와 전륜(20인치 265/30), 후륜(21인치 295/30) 휠, 속을 채우는 스포츠 브레이크 시스템도 매우 마음에 든다.
뒤는 가로로 긴 테일램프와 트렁크 중앙을 흐르는 얇은 크롬 라인, 마세라티 필기체가 어우러져 깔끔한 모습이다.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인 ‘트로페오’이며 보닛에 거대한 에어덕트가 뚫어져 있고 쿼드 배기 시스템을 범퍼 양 끝에 장착했다. 군더더기 없이 모든 요소가 조화로운 외관이다.
실내는 최신 마세라티 디자인-룩을 잘 따르면서도 그란투리스모만의 고급감을 강조했다. 검·빨 조합의 가족과 부드러운 스웨이드, 탄소섬유 패널, 각 단락을 구분 지은 은색 장식까지 절묘한 감각으로 꾸몄다. 대형 쿠페에서 기대할 수 있는 럭셔리한 모습을 이상적으로 표현했는데 보고 느끼고 만질수록 감탄사를 내뱉는다.
개선된 디지털 요소도 좋다. 시인성이 좋은 12.2인치 풀 디지털 계기판은 그래픽이 화려하며 센터페시아는 전부다 모니터로 채워 넣었다. 12.3인치 사이즈를 갖춘 위쪽 화면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으며 살짝 기울어진 아래쪽은 8.8인치 화면은 공조 장치와 시트 등 부가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중앙에는 마세라티 상징인 원형 시계가 있는데 디지털로 표현했으며 G-포스 미터 등 다양한 기능을 입맛에 맞게 설정 할 수 있다. 센터 터널은 상대적으로 차분하다. 버튼식 변속기를 탑재한 덕분에 전부다 깔끔한 수납공간으로 채울 수 있었다. 컵홀더 높이가 다소 낮지만 이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쓰임새가 좋다.
새로운 다기능 스티어링 휠은 그란투리스모의 스포티함을 극대화한다. 시동 및 주행 모드 버튼이 중앙에 위치해 손쉽게 원하는 주행 환경을 설정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타공 가죽으로 그립감이 좋고 패들 쉬프트는 브러시드 다크 알루미늄으로 제작돼 마치 맹렬히 주행하는 F1 머신에 탑승한 듯한 느낌을 준다.
감성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요소로 소너스파베르 사운드 시스템이 있다. 최대 1,195W를 내는 19개 스피커와 3D 서라운드 사운드를 갖춘 하이 프리미엄 오디오는 환상적이다. 밸런스가 상당하며 중음에서 울려 퍼지는 음장감이 뛰어나다. 오래 들어도 귀가 피곤하지 않은 이유다. 시트는 럭셔리한 감각을 잘 유지 하면서도 단단하게 감싸 스포츠 드라이빙에 도움을 준다.
허벅지와 옆구리를 잡아 주는 능력이 수준급이다. 대형 쿠페답게 2열은 기대 이상으로 넓다. 무릎 공간이 여유로운 편이며 머리 위 공간도 수긍 할 만한 수준이다. 역시나 질 좋은 가죽으로 가득하며 중앙에는 컵홀더 등 간단한 편의 품목도 위치한다. 트렁크는 열리는 면적은 작지만 안으로 제법 깊어 물건을 수납하는 데에는 제 역할을 다한다.
그란투리스모에 장착된 V6 3.0 네튜노 트윈 터보 엔진은 F1 경주차에 들어가던 프리챔버 기술을 발전시킨 마세라티의 이중연소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와 AWD 시스템을 결합해 트로페오 기준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66kg.m를 발휘한다. 이를 통해 최고속도 320km/h, 0-100km/h까지 3.5초의 성능을 뿜어내며 역동적인 드라이빙 조건을 완성한다. 이와 함께 프론트 디퍼렌셜을 엔진과 나란히 배치해 차의 역학 성능을 개선했다.
시동을 걸면 매우 강한 소리를 토해 내지만 이후 엔진음을 낮추고 조용히 숨을 죽인다. 일상 주행에서도 예민하지 않다. 시종일관 낮은 RPM에 머물며 최대한 여유롭게 속도를 올린다. 풍부한 대배기량 엔진이 주는 넉넉한 힘을 바탕으로 휘파람 불며 고속 영역에 차를 놓는다. 빠르게 달리는 과정이 피곤하거나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주행모드를 조금씩 높여갈수록 브랜드 정체성을 확실히 경험할 수 있다. GT에서 스포츠로 바꾸면 엔진 회전수를 껑충 올리면서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를 마친다.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지고 서스펜션도 탄탄히 조여지며 긴장감을 높인다. 이 상태에서 스로틀을 활짝 열면 차는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간다. 강한 사운드와 함께 맹렬히 질주하는데 짜릿함은 저절로 따라온다.
민첩하게 단수를 오르내리는 변속기와 순간 폭발하는 힘이 상당한 엔진의 조화가 차를 강하게 밀어붙인다. 이후 운전의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하는 것과 동시에 도로를 종횡무진 한다. 여기에 마세라티 특유의 사운드까지 힘을 더하며 낭만 가득한 스포츠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장시간 드라이빙을 즐겨도 피곤하지 않고 운전석에서 내리고 싶은 마음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
굽이치는 길에서는 코르사 모드로 돌려 극강의 성능을 느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차의 움직임이다. 민첩성이 상당하고 빠르게 방향을 틀어도 온전히 하중을 받아낸다. 여기에는 수십 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개발한 새로운 차체 자세 제어 모듈(VDCM) 시스템의 역할이 컸다.
VDCM은 정보를 통합하고 차의 모든 주요 시스템에서 작동해 차를 전방위적으로 제어한다. 두뇌와 같은 핵심 역할을 담당하며 그 어떤 조건이든 최대 성능과 최상의 주행 경험을 이끌어 낸다. 정확한 목표와 타이밍을 설정하고 모든 액추에이터가 동일하게 작동하게 해 개입 시간을 줄이면서 성능, 운전의 즐거움 및 안전성을 극대화한다.
차체 강성도 한 몫 했다. 고성능 강철과 함께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의 경량 소재를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모듈식 설계를 적용해 동급 최경량의 무게도 실현했다. 이를 바탕으로 차체 자세 제어 기능이 탑재된 에어 스프링이 장착돼 차의 주행 조건에 최적화된 성능을 드러낸다. 엔진룸 내부는 에어 셔터가 공기 흐름과 차체 자세를 제어해 공기역학을 관리 0.28Cx의 공기저항 계수도 달성했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덕분에 차는 깔끔하면서도 정확한 결과값을 보여준다.
낮은 무게중심은 롤을 억제하는 데에 일등공신 역할을 해내고 운전에 대한 더 강한 자신감으로 돌아온다. 흥분을 부추기는 요소도 있는데 바로 소리다. GT 모드에서는 정숙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스포츠와 코르사는 각각 2배씩 소리가 증폭된다. 엔진음과 배기음이 여과 없이 울려 퍼지고 기분 좋은 합주를 통해 도파민을 충족시킨다. 브랜드 정체성을 잘 이어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며 독보적인 음색 덕분에 중독성은 높아진다.
그란투리스모와 함께 신나는 주행을 하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가까워졌다. 숨을 고르기 위해 다시 GT모드에 두고 주행을 이어나갔다. 차는 또 다시 차분하고 여린 양으로 바뀌었다.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와 오감을 만족시키는 요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콧노래를 부르며 편하게 이동의 경험을 즐겼다. 차는 그랜드 투어러의 가치를 이상적으로 표현하며 아름다운 시간을 전달했다.
그란투리스모는 마세라티 헤리티지와 방향을 간직한 채 진보된 경험을 느끼기에 충분한 차다. 신형으로 오면서 디자인 완성도는 더 높아졌고 사치스럽게 꾸민 실내는 볼수록 탐난다. 편의 및 안전 품목 등 기능에 대한 불만은 찾아볼 수 없으며 잘 만든 네튜노 엔진은 운전을 하는 내내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많지 않은 대형 쿠페 선택지 중에서 단연 고급스럽고 매력적인 차가 그란투리스모다.
스페인(말라가) = 김성환 기자 swkim@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