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진정한 달리기 선수, 마세라티 그레칼레 트로페오

입력 2025년03월18일 09시1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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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적인 파워트레인, 민첩한 움직임 특징
 -고급스러운 감각, SUV 활용도는 그대로

 

 SUV가 대세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브랜드별로 다양한 소비자 입맛을 맞추기 위해서 폭넓은 신차가 나오고 있으며 세계적인 인기와 판매가 이를 증명한다. 마세라티도 이같은 흐름에 편승하며 2016년 르반떼를 선보였고 성공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시장의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볼륨 역할까지 소화할 그레칼레를 세상에 등장시켰다. 또 한번 도약을 이끌 새 SUV를 만나기 위해 지난 2월 스페인 남부에 위치한 말라가로 향했다. 고성능 버전의 트로페오는 깊은 인상을 심어주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외관은 단번에 마세라티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적당한 크기의 세로형 헤드램프와 거대한 그릴이 대표적이다. 날카로운 핀을 넣어 존재감을 드러냈고 가운데 위치한 마세라티 로고도 반짝 빛난다. 램프가 상대적으로 위쪽에 붙어있어 독특한 인상을 전달한다. 듬직한 SUV 본연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에도 좋다. 이 외에 양쪽 범퍼 공기 흡입구는 큼직하게 뚫려있고 날카롭게 다듬어 스포티한 모습이다. 

 

 옆은 제법 큰 사이즈가 인상적이다. 길이는 4.8m를 넘고 너비와 높이도 각각 1.9m, 1.6m에 이른다. 앞뒤바퀴 사이 거리를 뜻하는 휠베이스도 2.9m로 여유롭다. 라이벌 준대형 SUV와 견적도 손색 없다. 다만 지상고는 낮은 편이여서 이 차가 달리는 데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게 한다. 살이 얇은 21인치 휠은 멋을 더하고 안쪽에 파란색 브레이크 캘리퍼, 디스크도 조화롭다. 

 

 앞쪽 팬더에는 다양한 장식을 넣어 패밀리-룩을 맞췄고 C-필러 부근에 삼지창 로고도 단연 정체성을 키운다. 뒤는 깔끔하며 균형 잡힌 모습이다. 가로 형태의 테일램프는 얇으면서도 단정하게 꾸몄고 중앙에 붙은 필기체 레터링과 곳곳에 자리잡은 크롬도금도 아름답다. 범퍼 주변도 단정하게 마무리 했으며 쿼드 배기 시스템은 완성도 높은 외관의 마침표를 찍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실내는 단번에 고급 차임을 알 수 있다. 그만큼 화려하고 품질이 좋다는 뜻이다. 질 좋은 가죽은 물론 스티치와 탄소섬유 패널의 쓰임도 상당하다. 조립 품질도 개선돼 흠 잡을 곳이 없다. 강화된 디지털 요소는 새 마세라티의 핵심 포인트다. 크게 화면은 세 개로 나뉜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니터, 공조 장치 및 각종 기능을 한 번에 조작 할 수 있는 별도의 패널이 아래쪽에 커브드 형태로 위치한다. 전부다 화려한 그래픽을 바탕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보는 맛이 있다. 또 브랜드 정체성과 같은 중앙 시계 역시 디지털로 바뀌었다.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G포스 미터나 크로노 그래프 등 여러 정보를 제공한다. 

 

 각 화면 속 글씨 크기도 적당하고 연동성이나 반응도 빠르다. 그만큼 가장 최신의 차를 몰고 있는 느낌을 온전히 받는다. 이 외에 변속은 버튼식으로 위치하며 스티어링휠은 생각보다 작은 편이다. 전체적으로 직관적이며 역동적인 주행에 도움을 주는 버튼들도 함께 붙어 있다. 반면, 센터터널은 살짝 아쉽다. 모양이나 구성에서는 충분하지만 컵홀더 사이즈가 조금 작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향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2열은 차 급을 생각하면 무난하다. 공간에서 이렇다 할 큰 특징을 찾기는 힘들지만 이동을 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보다도 착좌감이 좋고 디자인이 훌륭한 시트가 더 인상적이다. 최적의 포지션도 갖춰 안락함도 동시에 전달한다. 편의 품목으로는 전용 송풍구와 공조장치, 열선, 컵홀더 겸 팔걸이 등이 있다.

 











 

 이탈리아 사운드 전문 업체 소너스 파베르사의 오디오 시스템은 심도 깊고 독특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총 21개의 스피커(총 출력 1,285W)는 자연스럽고 몰입감 넘치는 사운드 경험을 갖췄다.

 

 천연 소재와 독점적인 스피커 디자인으로 실내에서 우수한 사운드를 구현하며 서브우퍼 기술도 변경돼 트렁크 내장이 아닌 외부 공간과 결합해 성능과 공간을 최적화했다. 트렁크는 기본 570ℓ로 넉넉하고 2열 폴딩과 양쪽 레일, 러기지 스크린 등 활용 범위가 다양해 물건을 수납하기에 유용하다. 

 

 그레칼레 트로페오는 6기통 3,000cc 트윈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 523마력, 최대토크 63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3.8초면 충분하고 최고속도는 285㎞에 이른다.

 

 엔진은 마세라티의 이중연소 기술을 기반으로 다듬었는데 해당 기술은 F1에서 유래한 프리 챔버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MC20을 이끄는 네튜노 엔진에 처음 적용된 바 있다. 여기에 그레칼레 트로페오의 엔진은 완전히 새롭게 설계되고 최적화된 기술을 적용한 실린더 비활성화 기능을 탑재했다.

 

 초기 응답성은 민첩하다. 묵직함 보다는 예민하게 반응하며 상당히 경쾌하게 속도를 올리는 편이다. 그만큼 전개가 빠르고 일상 영역에서 스트레스 없는 주행이 가능하다. 속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느낌이 상당하며 거침 없이 고속 영역의 차를 올려 놓는다.

 











 

 물론 욕심을 부려 스로틀을 활짝 열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도달할 수도 있다. 차를 한계점까지 몰아 붙이는 과정도 크게 부담이 없다. 엔진은 언제든지 힘이 넘치며 풍부한 출력을 바탕으로 콧노래를 부른다. 또 변속기는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들어갔다 나오며 동력 손실을 줄인다. 

 

 물론 독일 차처럼 직관성을 강조한 절도 있는 반응은 아니지만 충분히 정확한 시점을 보며 변속을 이어 나가는 똑똑한 장치인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파워트레인 세팅이 좋다 보니 주행 질감은 물론 운전을 했을 때의 만족이 커진다. 주행 모드별 차이도 뚜렷하다.

 

 GT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감각에 초점을 맞췄고 그만큼 오랜 시간 주행을 이어 나가도 피곤하지 않다. 반대로 스포츠 모드는 동력계 중심의 역동적인 세팅이 돋보인다. 섀시 컨트롤은 조금 단단해지기는 했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적당히 다루기 좋고 그만큼 누구나 쉽게,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마지막 코르사 모드는 마세라티가 보여 줄 수 있는 정신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차를 움직이는 모든 요소들이 매우 예민해지며 진정한 스포츠 SUV의 자세로 거듭난다. 운전자 의도에 맞춰 상당한 완성도와 재미를 동시에 보여 준다.

 









 

 때로는 짜릿하게 또 때로는 스릴 있게 차를 다룰 수 있다.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집중력 높게 운전을 하다 보면 이 차가 SUV라는 사실도 잊게 한다. 키 큰 해치백을 모는 것처럼 그저 운전자와 한 몸이 되어 춤을 출 뿐이다. 

 

 경쾌함을 앞세워 스페인 남부의 산악 와인딩을 질주했다. 차는 운전 모드에 맞춰서 성격을 바꿔가며 전천후 매력을 드러냈다. 흐름에 맞춰서 편하게 드라이빙을 즐길 때는 여지없는 GT카이며 반대로 뻥 뚫린 길에서는 누구보다 맹렬히 도로를 휘젓고 다닌다. 이 모든걸 즐기면서도 SUV 본연의 이동성과 활용은 온전히 가져간다. 기특함은 배가 되어 돌아온다.

 

 그레칼레 트로페오는 마세라티 정신을 온전히 갖고 있는 진정한 달리기 선수다. 브랜드 정체성과 방향을 잃지 않으면서 시대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냈다. 마세라티다운 면모가 빛을 내며 특유의 감성을 기반으로 남들과 다른 고성능 SUV를 원한다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한편, 국내에는 GT와 모데나, 트로페오, 전기차 버전의 폴고레 등으로 나뉘며 가격은 1억850만원부터 1억6,809만원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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