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 넘어서지 못한 테슬라 FSD
-'저렴한 기술'의 함정, 비전 만으로 충분한가
-항공사고와 같은 자율주행의 갈 길은...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자율주행 하는 차를 속일 수 있을까' 라는 영상이 적잖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주행 중이던 테슬라가 도로가 그려진 커다란 벽을 마주하면 어떻게 대처하냐를 보는 실험이다.
결과는 예상 밖이다. 이른바 풀 셀프 드라이빙(FSD, Full Self-Driving)이라고 불리는 테슬라의 주행 보조 시스템은 가짜 도로를 실제 도로로 착각해 벽을 그대로 들이 받았다. 테슬라 FSD가 도로에 맞닥뜨린 벽보다 그럴싸하게 그려진 도로 그림에 반응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공개 하루도 되지 않아 조회수 900만회를 넘어서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2025년 3월 17일 오후 3시 기준). 이를 본 업계에서도 테슬라가 오랫동안 고집하고 있는 카메라(비전)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이 갖는 근본적 한계 드러났다는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비전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이 시각적 착시나 특수한 환경에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는 것.
영상은 라이다(LiDAR) 센서를 이용한 차와의 비교 실험으로 대비감을 더욱 강조한다. 연기, 물 등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장애물 건너편에 있는 마네킹을 인지할 수 있냐를 보는 실험이 대표적이다. 라이다 센서 장착 차는 장애물 뒤편의 마네킹을 인지하고 정차하는 반면, 테슬라는 뒤편의 장애물을 인지하지 못한채 그대로 돌진한다.
물론 테슬라의 비전 기반 기술을 무시할 수 만은 없다. 비전 기반 자율주행은 라이다 기반 기술 대비 저렴하고 기존 차 디자인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머신 러닝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 할 수 있다. 절대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시스템의 대중화 측면에서는 명확한 장점을 갖고 있다.
이렇다보니 테슬라 애호가들은 이 같은 문제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이들은 시스템의 근본적인 구조와 센서의 한계가 존재하는 한 소프트웨어만으로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한다. 즉 카메라는 근본적으로 깊이와 거리 측정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난 소프트웨어라도 센서가 제공하지 못하는 데이터를 창조할 수는 없다.
웨이모는 라이다가 운전자의 뇌와 눈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한 바 있다. 일반 운전자 보다 사고 비율이 6.8배 낮다는 점을 제시한 데이터가 대표적이다. 반면 테슬라는 지금까지 비전 기반 시스템의 결함을 해결하기보다는 시연 영상 등으로 기술의 장점만을 부각시키는 마케팅에 집중해왔다. 이름 그대로 완성되지 않은 'FSD 베타'는 소비자들의 안전을 담보로 기술 실험을 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자율주행은 항공 사고와 닮아있다. 미국 교통당국에 따르면 항공기의 사망 사고 확률은 0.0009%로 자동차(0.03%)와 비교해 30배 이상 낮다. 하지만 항공 사고가 대중에 미치는 심리적 여파는 교통사고 그 이상이다. 자율주행도 마찬가지다. 사고 빈도는 낮지만 단 한 번의 중대한 사고는 기술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다.
테슬라의 기술이 사람의 목숨과 직접 연결된 이상 카메라 센서만으로 완전한 자율주행을 이루려는 방식은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미래 교통을 책임지게 될 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비전 기반 시스템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라이다나 레이더 등 다중 센서의 도입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