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용 심, 스마트폰과 구조적으로 달라
-SKT 쓰는 업체도 "영향 없어..외부 접근 불가능"
-현대차그룹, KT 망 사용중.."관계 없는 사안"
최근 SK텔레콤(SKT)의 유심 해킹 사건으로 2,500만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자동차 업체들이 잇달아 이번 사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용 텔레매틱스 통신 모듈은 스마트폰의 유심과는 다르고 구조적으로도 외부 침입이 불가능한 체계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르노코리아, BMW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 폴스타코리아 등이 SKT의 회선을 쓰고 있다. 이들은 내비게이션과 스트리밍서비스 등을 포함한 각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구동을 위해 SKT의 LTE 또는 5G 통신망을 쓰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에 SKT의 통신망을 사용하는 게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구조상 외부 침입이나 정보 유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그랑 콜레오스 구매자를 대상으로 차 내에서 OTT 서비스와 웹브라우저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용 5G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차에는 외부 탈착이 불가능한 1:1 매칭 내장형 심이 탑재되며 암호화된 API 방식으로만 개통 관리되어 외부에서 회선을 개통해 사용할 수 없는 구조"라며 "자동차용 회선의 경우 012 국번을 사용하는 법인 명의 회선으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자체가 없다"고 강조했다.
BMW코리아의 경우 국내 이동통신 3사(SKT, KT, LGU+)와의 협약을 통해 커넥티드카용 데이터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7시리즈 구매자들을 위해 마련한 요금제로 2열에서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을 즐길 수 있는 시어터스크린을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기능으로 요금제 가입 후 별도의 심을 개통받아 사용해야한다.
다만 해당 체계 역시 이번 사태와는 무관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SKT 측과 확인한 결과 인증 방식, 통신망, 개통 절차 모두 분리된 시스템"이라며 "이번 해킹 사고와는 어떤 형태로도 연동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SKT의 티맵 인포테인먼트를 쓰고 있는 볼보자동차코리아와 폴스타코리아도 같은 입장이다. 이들도 인포테인먼트 구동에 필요한 데이터를 SKT 망을 통해 공급받고 있지만 모든 차에 단말기의 식별번호와 유심 일련번호가 1:1로 매칭된 상태로 출고된다는 입장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 관계자는 "두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회선 개통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스마트폰처럼 유심 정보를 다른 기기에 옮겨 쓰는 방식은 차에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SKT 유출 이슈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도 “이번 사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들 브랜드는 2024년부터 커넥티드카 서비스용 텔레매틱스 회선 공급사를 LGU+에서 KT로 전환했다. 스마트폰용 유심과도 전혀 다른 회선을 이용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자동차용 통신 시스템이 스마트폰과는 다른 보안 구조를 갖고 있음을 강조한다. 국제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따르면 자동차용 e심은 극한 환경에 적합한 내구성과 보안성을 갖춘 별도 설계를 갖췄다. OTA(방식으로 통신사 프로파일을 원격에서만 갱신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고 이에 따라 일반적인 통신망 해킹이 차 통신망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설명이다.
한편, SK텔레콤은 전국 대리점에서 유심 무료 교체를 시행 하고 유심보호서비스도 무상 제공하고 있다. 통신사와 무관하게 자동차 통신 보안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이어지는 만큼 업계에서는 소비자 안내 체계 강화와 보안 구조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