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로보택시 자회사 웨이모(Waymo)가 최근 로보택시 1,200대를 리콜했다. 운행 중 발생한 몇 건의 사고를 조사한 결과 로보택시 센서가 일부 장애물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혼동하는 착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물론 리콜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다. 웨이모는 탑승객 피해는 없지만 인식 개선으로 로보택시 안전성이 이제 인간을 뛰어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강조한다. 이를 계기로 서비스 지역도 애틀랜타, 마이애미, 워싱턴 D.C.는 물론 동부 보스턴 도심과 매사추세츠 고속도로에서도 로보택시를 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 중국의 로보택시 기업 위라이드(WeRide)는 광저우에서 연중무휴 자율주행 노선의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8개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노선을 확정하고 24시간 호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처럼 웨이모와 위라이드가 자국 내 기반을 앞세워 로보택시 경쟁을 펼치자 옆에서 지켜보던 중국의 바이두는 유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이두는 스위스 기업과 협력해 유럽에서 로보택시 서비스 ‘아폴로 고(Apollo Go)’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스위스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올해 말까지 기술 시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웨이모와 위라이드 등이 로보택시 확장에 적극성을 나타내자 우버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중이다. 강력한 호출 플랫폼을 앞세워 다양한 자율주행 기업과 협력한다. 먼저 위라이드가 진출한 국가에서 우버 호출을 통해 로보택시를 이용하도록 만든다. 위라이드가 로보택시 제작 및 공급 역할이라면 우버는 호출과 운행을 관리하는 식이다. 이밖에 포니(Pony)와 손잡고 올해 말 중동에 로보택시 서비스도 제공키로 했다. 시작은 시범이지만 전제는 철저한 상업 운영이다.
우버는 자율주행 기업 메이 모빌리티와도 미국에서 로보택시 사업에 뛰어든다. 메이 모빌리티가 올해 말까지 텍사스 알링턴(Arlington)을 시작으로 미국 도시 전역에 로보택시를 투입하면 우버는 호출을 맡는다. 투입 차종은 토요타 시에나 HEV 미니밴이다.
우버는 폭스바겐과도 손잡았다. 폭스바겐은 향후 10년간 LA를 시작으로 미국 내 여러 도시에 수 천대 규모의 자율주행 ID.버즈(Buzz) 제품을 배치한다. 시험 운행은 올해 말에 시작될 예정이며 상업 서비스는 2026년이 목표다. 마찬가지로 우버 호출 플랫폼이 활용되고 폭스바겐은 모빌아이와 공동 개발한 로보택시를 투입한다. 폭스바겐도 유럽 내 모이아(MOIA) 호출 플랫폼이 있지만 미국에선 존재감이 거의 없어 우버와 손잡는 게 유리하다.
궁극적으로 로보택시 운행 외에 호출 시장까지 노리는 구글에게 우버의 이런 전략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따라서 웨이모는 우선적으로 자동차 종합 부품기업 마그나와 자율주행차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이르면 올해부터 애리조나 신공장에서 웨이모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된 재규어 아이페이스(I-Pace)와 지커(Zeekr)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마그나가 생산한 로보택시를 웨이모가 구입, 유상운송 서비스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운행 대수를 늘려야 자신들의 호출 플랫폼 역할이 커지는 탓이다.
많은 로보택시 기업들이 여객 시장을 노릴 때 오로라는 텍사스에서 자율주행 트럭 서비스를 개시했다. 미국 공공 도로에서 무인 로보물류를 펼치는데 댈러스와 휴스턴 간 화물 운송을 맡기는 고객도 확보했다. 첫 운행에서 한 대의 자율주행 트럭으로 운전자 없이 1,200마일을 주행했고 올해 말까지 엘파소와 피닉스로 운송 지역을 확대한다. 투입되는 로보화물차도 현재 30대에서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로라는 볼보트럭에 로보화물차 생산을 의뢰하고 판매를 자신들이 맡는 방법을 제시했다.
초기에는 오로라 명의로 트럭을 구입, 소유하고 유지·보험 등도 직접 맡아 운행하지만 2027년 즈음에는 물류 고객들이 직접 로보트럭을 구매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때 오로라는 물류 기업들에게 자율주행 시스템 사용료를 구독으로 받으려 한다. 물론 물류가 필요한 기업이 직접 로보화물차를 구입하되 오로라에 물류 운행을 맡기는 것도 유상 서비스 항목이다.
미국 정부도 적극적이다. 미국 교통부는 자율주행차 규제 완화와 기술 혁신을 정책 방향성으로 제시한다. 운행 안전성을 우선하되 불필요한 규제 제거로 혁신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불필요한 규제란 사람 운전 때 필요한 부품들의 제거다. 예를 들어 인간 운전자에겐 후방 거울, 브레이크 페달 등이 필요하지만 자율주행은 필요 없다.
심지어 캘리포니아 자동차관리국은 그간 인간 운전자 반대에 막혔던 자율주행 대형 트럭 시험도 결국 허용했다. 시험에 참여하는 기업은 최소 50만마일의 자율주행 누적 시험 거리를 달성해야 하고, 이 중 최대 40만마일은 캘리포니아 외부에서 수행할 수도 있도록 했다. 자율주행 화물 시대를 캘리포니아가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이처럼 자율 이동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한국은 시범만 계속될 뿐 본격적인 운송사업은 아직이다. 여전히 운송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이 많아서다. 서둘러 상용화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모두 공감하지만 정작 하려고 나서면 예상되는 갈등 앞에서 좌절하기 일쑤다. 하지만 언제까지 회피할 수는 없다. 그리고 피할 수 없다면 정면 돌파를 선택하는 게 낫다. 지금이라도 자율주행 공론화가 필요한 이유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