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자동차, 세금과 수출 사이

입력 2025년05월19일 10시18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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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생산 순위가 글로벌 6위에서 7위로 밀렸다. 그리고 한국을 제친 곳은 몇 년 동안 순위 다툼을 벌인 멕시코다.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멕시코의 연간 생산대수는 420만대로 한국의 413만대를 조금 웃돈다. 그리고 올해는 한국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진: 내용과 무관>
 

 멕시코가 자동차 생산 강국으로 떠오른 배경은 단연 생산비용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울리버와이만이 각 나라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1대당 인건비를 분석한 결과 멕시코는 대당 305달러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참고로 한국은 789달러로 일본의 769달러보다 조금 높다. 미국은 신차 1대에 1,341달러의 인건비가 포함돼 멕시코의 4배 수준이다. 그러니 수익을 쫓는 기업들은 멕시코 생산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멕시코 정부도 이 점을 파고들었다. 미국의 강력한 관세 공격(?)에도 생산 비용이 저렴해 칼날을 피한 셈이다. 

 

 하지만 한국은 관세에 대응할 만한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 생산 비용을 감안할 때 경쟁력이 없는 탓이다. 관세 적용은 그저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의 가격 상승을 의미할 뿐이다. 초기 일정 기간은 인상 없이 견딜 수 있지만 관세 흡수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가격이 오르면 경쟁력이 약화되고 판매는 위축된다. 당연히 공장 가동율은 떨어지고 임금이 낮아져 소비 여력도 줄어든다. 

 

 이때 눈 돌리는 곳은 내수 시장이다. 하지만 한국은 내수 시장도 이미 포화다. 지난해 말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2,629만대인데 운전면허 보유자 3,440만명을 감안할 때 운전을 하지 않는 장롱면허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인구 감소 및 고령화에 따라 해마다 신차 구매력이 감소하는 구조다. 동시에 해외에서 수입된 완성차 브랜드가 늘면서 ‘국내 생산-국내 판매’ 비중도 낮아진다. 승용 기준 140만대 내외 규모가 유지되는 것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래서 다시 세금 논쟁에 불이 붙는다. 내수 촉진을 위해 자동차에 부과된 각종 세금을 덜어내자는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든다. 자동차 가격 속에는 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세 등이 포함되고, 등록 과정에서 취득세를 내야 한다. 운행 때는 보유세 성격인 자동차세를 납부한다. 이외 연료에도 세금이 절반 가량 포함된다. 자동차 관련 세액이 연간 20조원을 훌쩍 넘는 이유다. 

 


 <사진: 내용과 무관>

 

 하지만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도 자동차 판매가 위축되면 부담이다. 들어와야 할 세금이 적어지는 탓이다. 그나마 개별소비세 인하로 내수 촉진을 꾀하지만 워낙 오랜 기간 사용했던 정책이라 이제는 효과도 미미하다. 반면 정부는 반대 생각도 한다. 자동차가 많이 팔려야 세수가 늘어나지만 판매 촉진을 위해 세금을 하향 조정하면 판매대수가 늘어도 세수는 크게 증가하지 않아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중립적 관점이다. 세금 인하에 따라 자동차가 많이 팔리면 국내 완성차 공장의 가동율이 조금이나마 오를 수 있다. 이 경우 일자리를 지킬 수 있어 소비 여력이 일부 생겨난다. 결국 자동차에 부과된 세금을 전반적으로 조정하자는 의견은 관세 장벽에 따른 수출 부담을 내수에서 조금이라도 만회하자는 고육지책이다.

 

 물론 세금을 하향 조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수출 위기를 그대로 두면 오히려 공장 가동에 위험이 생긴다. 이 경우 기업의 손실로 연결되고 자칫 일자리가 위협받아 정부 입장에선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될 수 있다. 게다가 완성차 공장 가동율이 저하되면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는 수많은 협력사 일감도 줄기 마련이다. 오랜 시간 동안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자동차가 이제는 사치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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