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전파한 BYD 소식을 두고 말이 많다. 재고가 많아 파격 할인을 했다는 것과 부채비율이 높아 부실한 것 아니냐는 내용이 퍼지는 중이다. 물론 어느 것 하나 확인된 바는 없다. BYD에 따르면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70.7%로 폭스바겐(136%), 포드(131%) 등과 비교해 건전한 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진행된 중국 내 판촉이 한국에서 크게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끌었다는 점이다. BYD는 중국의 2대 쇼핑 행사로 알려진 618 축제를 맞아 파격 할인을 내세웠다. 618 쇼핑 축제는 광군제와 함께 열리는 대규모 쇼핑 행사다. 한국의 코리아세일페스타와 비슷한 개념으로 모든 공산품 제조사가 평소 접하기 어려운 파격 할인을 내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BYD는 중국 시장에 한해 이달 말까지 12~34% 할인을 제시했고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이를 두고 제품을 원가 또는 그 이하 수준에 판매해 이익률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할인에 포함된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할인 등은 비교적 재고가 많은 구형 모델에 집중되지만 BYD는 최신 ADAS 등이 적용된 22개 차종을 할인 대상에 넣었다. 소비자가 신제품을 경험할수록 BEV 구매 욕구가 증가한다는 점에 착안한 결정이다. 할인이 시작되기 직전 5월까지 올해 누적 판매가 176만대로 전년 대비 38.7%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고 소진보다 신제품 경험 쪽에 해석의 무게가 실리는 셈이다.
물론 중국 내 할인 행사인 만큼 국내 판매 제품의 가격 변동은 전혀 없다. 한국에서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열린다면 할인 대응을 할 수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업의 전략적 판단에 따를 뿐이다. 주목할 점은 BYD의 수출이다. 올해 5월까지 37만4,000여대로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 주요 시장은 유럽, 튀르키예, 브라질, 한국, 일본 등이다. 전체 생산에서 수출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지만 해마다 진출 국가 숫자를 늘려나가는 것은 분명 한국차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BYD가 진출한 국가마다 경쟁 제품으로 한국 BEV가 지목되는 탓이다.
사실 BYD를 바라보는 국내 시각은 긍정과 부정 두 가지가 혼재한다. 긍정적 시각은 BYD의 제품 경쟁력이 의외로 높다는 사실이다. 출고 대수가 이미 1,000대에 육박할 정도로 초기 진입에 성공한 배경은 BEV 전문 기업의 강점이 발휘됐기 때문이다. 반면 부정적 시각은 여전히 기업에 대한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관점에선 두 가지 모두 긍정이면 좋겠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 모든 자동차회사가 겪었던 것이고 지금도 겪는 일이기도 하다.
여기서 냉정한 시각은 BYD의 미래적 행보다. BYD는 사실 자동차기업 이전에 배터리 전문기업이기도 하다. 글로벌 수많은 완성차 기업 중 유일하게 배터리 가치 사슬을 완성한 곳이다. 배터리 ‘소재-셀-팩-BEV’의 모든 공정을 보유한 것은 각 과정에서 자신들만의 가격 확보 공간이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 적게는 12%, 많게는 최대 34% 파격 할인도 외형만 보면 수익 등을 우려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할인에 동참한 곳은 소재, 셀, 팩 등을 만드는 계열사 등이다. 한 마디로 할인 부담을 조금씩 나눠 위험 요소를 줄이는 식이다.
따라서 배터리팩을 외부로부터 공급받는 경쟁 BEV 기업과 비교해 할인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 시각 자체가 다르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글로벌 여러 기업들이 BYD와 같은 BEV 가치 사슬을 구축하려는 것도 결국은 같은 맥락이다. 기업의 경쟁 측면에서 가격은 중요 항목이고 할인해도 수익이 크게 낮아지지 않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BYD는 구조적인 사슬을 완성했고 여러 기업은 바로 이 점을 두려워한다. 따라서 외신을 통해 전달되는 BYD 위기 소식에 BYD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BEV로의 시장 전환을 빠르게 이뤄내는 일이 훨씬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환 과정에서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계획이 실행될 뿐이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