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조금 더 가까워진 수소차, 현대차 넥쏘

입력 2025년06월20일 09시3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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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함, 기술로 돌파한 점 눈길 끌어
 -부드러운 가속감, 전기차보다 매력적
 -가격 경쟁력도 충분, 실 구매가 3,000만원대

 

 7년. 1세대 넥쏘가 도로에 나온 지 꼭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2025년, 현대차는 '완전변경'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은 2세대 넥쏘를 내놨다. 테크토크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입을 모았다. “이제는 정말 쓰기 좋은 수소차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라고. 이들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불편하다는 고정관념을 기술로 정면 돌파했고 덕분에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디자인&상품성
 외형은 지난해 공개된 콘셉트카 '이니시움'을 꼭 빼닮았다.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 '아트 오브 스틸'을 적용해 강인함과 단단한 인상을 함께 품었다는데 아무래도 좋다. 일단 보기에 예쁘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전면부. 요즘 SUV 답지 않게 각이 져 있으면서도 촌스러워 보이지 않아서 좋다. 1세대 넥쏘와의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확 바뀌었지만 현대 수소차의 또 다른 미래 콘셉트 'N 비전 74'를 연상케 하는 모습도 보인다. 

 

 직선 위주의 측면이지만 묘하게 유연함이 느껴지는 디자인이다. 캐릭터라인들 때문일까. 흡사 90년대 컴퓨터를 보는 것 같은 투박함과 묘한 유연함이 돋보인다. C필러를 따라 이어진 캐릭터라인은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차의 사이드에 역동적인 인상을 더해준다. 

 



 

 후면부는 그 자체로 매우 유니크한 느낌을 준다. 테일램프는 사각형인데 이를 감사는 표면은 곡선이 잔뜩 들어가있기 때문. 일부 외신에서 폰티악 아즈텍을 떠올리는것도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간다. 

 

 실내는 더 큰 변화가 느껴진다. 버튼과 조작계가 줄어들면서 복잡함이 해소됐고 대시보드는 평평하고 단정하게 구성돼 넓은 공간감을 준다. 가장 눈에 띄는건 대시보드. 마치 패딩 처럼 처리돼 시각적으로 편안하면서도 푹신한 느낌을 준다. 

 



 

 크래시패드 일체형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이전보다 더 보기 좋아졌다. 그저 디스플레이를 툭 붙여놓은 것 같던 타입보다는 더 일체감이 드는 데다, 시선도 자연럽게 이동해 불편함이 없다.

 

 그리고 상품성의 핵심 중 하나인 루트 플래너. 수소충전소가 아직 많지 않은 환경에서 경로 내 충전소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만약 도착 전에 운영이 중단되더라도 즉시 대체 경로를 제시하는 기능이다. 이제 수소차 운전자도 충전소 앱을 뒤적이지 않아도 된다.

 

 이와 함께 현대 AI 어시스턴트, 실내 지문 인증 시스템, 디지털 키 2, 빌트인 캠 2 플러스, 실내 V2L, 실외 V2L, 뱅앤올룹슨 프리미엄 사운드 등도 적용했다. 제네시스에만 써왔던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이 현대차로 내려왔다는 점이 의미있다. 

 

 2열 거주성은 투싼과 비슷한 수준. 실제로도 넥쏘의 휠베이스는 2,790㎜로 투싼(2,755㎜)보다 소폭 길고 싼타페(2,810㎜)보다는 짧다. 

 


 

 ▲성능
 동력계는 한층 여유로워졌다. 최고출력 150㎾ 모터와 94㎾ 연료전지 시스템, 80㎾ 고전압 배터리를 통해 최고출력 201마력, 최대토크 35.7㎏∙m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주파 시간은 단 7.8초. 1회 충전 주행거리는 720㎞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주행감은 한마디로 매끄럽다. 엑셀에 힘을 싣는 만큼 조용하고 고르게 밀어주는 느낌은 기존 내연기관이나 배터리 EV와는 다른 결이다. 확 튀어나가는 전기차 특유의 감각이 싫은 사람이라면 전기차보단 이쪽의 성격이 더 마음에 들 수 있겠다. 

 


 

 전기차처럼 툭툭 튀어나가는 느낌이 아니다보니 스포츠모드에서의 반발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다만 가속 페달 자체의 응답성이나 스티어링의 반응은 체감될 만큼 바뀐다. 주행 감각은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조금 더 역동적으로 달리고 싶다면 이쪽이 더 맞겠다.

 

 승차감은 이전 세대보다 분명히 진화했다. 1세대 넥쏘가 전형적인 컴포트 세팅으로 노면의 요철을 부드럽게 감싸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신형은 서스펜션 전반이 보다 탄탄하게 조여졌다. 전륜에는 HRS 쇼버를, 후륜에는 증대된 쇼버 직경과 절삭형 부시를 적용한 덕분에 움직임은 이전보다 단단하고 응집력 있게 느껴진다. 

 

 노면 충격에 대한 반응은 분명하지만, 그 여운을 과하지 않게 마무리한다. 덕분에 잔진동을 효과적으로 걸러내면서도 롤링은 잘 억제돼 정속 주행은 물론 급차선 변경이나 램프 구간에서도 차체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묵직하게 안락한 SUV'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로 균형감이 좋다.

 


 

 정숙성은 이미 수소차에서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이번 넥쏘는 그 기준을 한층 더 높였다. 기존보다 출력이 향상된 연료전지 시스템은 더 많은 공기를 흡입하고 배출하지만 스택 주변 소음기의 구조를 재설계하고 고주파 차단 소재를 추가 적용해 그 특유의 휘파람 같은 공기 흐름음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실내로 들어오는 풍절음과 타이어 소음도 잘 억제됐다.

 

 특히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된 흡음 타이어와, 노면 소음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반대 위상의 음파를 쏘아 상쇄하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시스템의 조합은 한층 더 고급스러운 정숙성을 완성한다. 창문을 닫고 주행을 시작하면 마치 차창 너머와 단절된 독립된 공간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핸 들링은 이전보다 능동적이다. 신형 넥쏘에 처음 적용된 e-핸들링 시스템은 차량의 모터 토크를 전·후방으로 미세하게 제어해 코너링 성능을 높인다. 실제로 회전 교차로나 곡선 램프 구간을 빠르게 돌아나갈 때, 차량의 앞머리가 예리하게 진입하고 후방은 빠르게 따라붙는 감각이 인상적이다. 

 


 

 박차를 가하듯 속도를 끌어올리는 성격은 아니지만 차의 무게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하며 움직이는 느낌은 SUV 기준에서 상급이다. 조향 응답성도 보다 직관적이고 경사형 베어링을 적용한 스티어링 시스템 덕분에 회전 조작 시 마찰 저항이 줄어들어 부드러움과 정밀함이 공존한다.

 

 요약하자면 신형 넥쏘는 더 단단하지만 여전히 부드럽고, 더 조용하지만 지루하지 않으며, 더 정교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주행 감각을 갖췄다. 기술이 체감으로 이어질 때 운전자는 비로소 '차가 좋아졌구나'를 느낀다. 넥쏘는 그 느낌을 매우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총평
 '불편한 미래의 기술'이라는 수소차에 대한 오해를 걷어내기에 넥쏘는 충분히 성실한 답변을 내놓는다. 충전의 어려움은 루트 플래너로, 겨울철 시동 불안은 웨이크업 펑션으로, 부족한 실용성은 V2L과 확장된 적재공간, 그리고 탁월한 정숙성과 주행 안정감으로 해결했다.

 

 그 자체로 조용한 기술이고 조용한 진화다. 수소차는 아직 갈 길이 멀다지만 이 차는 분명히 이미 준비된 수소차라는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그 인상은 조용히 강하다.

 

 넥쏘의 가격은 익스클루시브 7,644만원,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7,928만원, 프레스티지 8,345만원. 여기에 정부 보조금 2,25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 700~1,500만원 가량을 모두 지원받을 경우 약 3,894만원부터 구매가 가능하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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