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콩코드는 사라지고 신칸센은 살아남은 이유

입력 2025년06월26일 08시4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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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코드, 빠르고 아름다웠지만 지속가능성 없어
 -신칸센, 정시성과 고밀도 운송으로 지속성 살려
 -전기차, 놀라움보다 이유와 쓰임새에 집중해야

 

 기술이라는건 언제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놀라움과 별개로 시장은 지속 가능성을 먼저 따지며 계산기부터 두드린다. 

 


 

 한때 하늘을 가로지르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그리고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 신칸센을 보자. 두 존재는 지금의 전기차 만큼이나 20세기 모빌리티의 진보를 이끈 대표적인 존재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려나갔다. 콩코드는 역사속으로 사라졌고 신칸센은 여전히 일본 열도를 달린다.

 

 둘의 차이는 무대가 하늘과 철도였다는 것 뿐 빠르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 이들의 과거를 살펴보면 지금의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어렴풋이 짐작 할 수 있다. 

 

 콩코드는 마하 2.0의 속도로 대서양을 횡단했다. 보잉 747이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뉴욕 JFK 공항까지 7~8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콩코드는 3시간 30분이면 충분했다. 역풍이 부는 상황에도 2시간 52분 59초만에 주파한 기록도 갖고 있다. 기술이 빚어낸 걸작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초음속 비행 중 발생하는 소닉붐 때문에 지상을 통과하는게 제한됐고 애프터버너를 늘 켜두고 달린 탓에 연료 효율과 소음 문제에 시달렸다. 금속 피로도도 일반적인 항공기보다 빨리 누적되며 유지비도 막대했다. 이는 적자를 야기시켰고 2000년 파리 참사 이후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아무리 빠르고 아름다워도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지속되지 않는다는걸 보여줬다. 

 


 

 반면 신칸센은 1964년 도카이도선이 처음 개통된 이후 단 한 건의 사망 사고 없이 60여년을 달리고 있다. 속도는 콩코드보다 느리지만 철저한 정시성에 기반한 고밀도 운행, 합리적인 요금 체계, 대량 운송이라는 강점을 살렸다. 그렇게 신칸센은 지금까지 하나의 교통수단이 아닌 일본의 인프라가 됐다. 

 

 이 극명한 명암은 오늘날 자동차 산업의 상황과도 겹친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들이 전기차를 앞다퉈 내놓고 있고 계획 중이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까지 전동화 전환을 말한다. 그리고 여기엔 간과된 질문이 하나 있다. 이들에게 전기차는 지속 가능할까?

 

 럭셔리 브랜드는 일반 볼륨 브랜드와 달리 희소성과 감성, 전통과 스토리를 자산 삼아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그런데 전기차는 본질적으로 조용하고 부드럽다. 파워트레인이 달라지면 브랜드의 감성 자산 자체가 흔들린다.

 

 롤스로이스나 벤틀리처럼 정숙성과 안락함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브랜드에겐 전동화가 좋은 해답일 수 있다. 하지만 페라리나 포르쉐 같은 브랜드는 다르다. 이들은 감각을 파는 브랜드다. 페라리의 V12 엔진이 뿜어내는 고동, 포르쉐 수평대향 엔진의 울림은 감성의 언어이고 충성도의 증표다. 그런데 전기차는 이 모든 것을 침묵시킨다. 빠르고 즉각적일 뿐이다.

 


 

 자동차 산업은 지금도 수많은 '전기 콩코드'를 만들고 있다. 1,000마력은 우스운 괴물같은 전기차가 등장하고 지상에서 가장 빠르다는 수식어를 단 럭셔리 전기차가 쏟아진다. '테슬라 대항마' 꼬리표를 달고 루시드 에어, 패러데이 퓨처가 등장했고 로터스 에바이야, 피닌파리나 바티스타, 양왕 U9 같은 스포츠카들은 모두가 전기차 시대의 감탄을 이끌어낼 기술이라며 등장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루시드는 차 한 대를 팔 때마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감산과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패러데이 퓨처는 양산에조차 성공하지 못한 채 수년째 ‘양산 임박’이라는 발표만 반복하다 망했다. 기술적으로는 탁월할지 몰라도 비용 구조, 브랜드 신뢰, 생산 인프라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직접 비유가 어렵겠지만 정 반대편에 있는 볼륨 브랜드들을 보자. 테슬라 모델3, 기아 EV3, BYD 아토3 같은 차들은 수치상으로 평범하다. 하지만 실용성과 가격, 충전 편의성, 효율, OTA 같은 생활 밀착형 경쟁력을 앞세워 소비자의 ‘실제 선택’을 이끌어내고 있다. 쓰기 좋은 전기차가 되는 데 집중한 결과고 콩코드가 아닌 신칸센의 길이다.

 

 물론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를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탄소 배출 규제, 내연기관 금지 로드맵, ESG 흐름은 전동화를 ‘선택이 아닌 의무’로 만들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위해 만들 것이냐다. 감탄을 목표로 할 것인가, 선택을 목표로 할 것인가. 콩코드는 전자였고, 신칸센은 후자였다.

 


 

 페라리에게 3,000만원짜리 전기차를 만들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왜 전기 파워트레인을 얹었는지 그것이 어떻게 그들 다움을 유지하는지에 대한 서사를 설득력 있게 풀어야 한다는 의미다. 사람들은 여전히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의 속도와 감성, 유산을 원한다. 

 

 기술의 위대함은 곧바로 생존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이 자동차 산업이 지금 되새겨야 할 콩코드의 교훈이다. 기술이 시장과 제도, 소비자의 경험과 함께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눈부셔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

 

 이제 브랜드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동화의 설득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배터리와 재활용 소재 같은 것만으론 부족하다. 왜 이 전기차가 존재해야 하는지 그 서사를 만들어내야 한다. 기술이 아니라 맥락에 답이 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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