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빛의 향연 펼쳐지는 스포츠카
-감성 품질 높이는 오픈 에어링 특징
-다루기 쉬운 경쾌한 성능 인상적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이며 선선한 바람이 불던 6월 말, 제주도에서 특별한 시승행사가 열렸다. 메르세데스-벤츠 드림카 라인업을 한 자리에서 타볼 수 있는 드라이빙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다. 더욱이 야간 시승을 통해 벤츠가 줄 수 있는 고품격 감각을 물씬 느낄 수 있었으며 AMG SL 43과 함께한 밤 드라이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해가 저물어 갈 때쯤 저녁을 먹고 곧바로 야간 시승에 나섰다. 노을과 달빛이 교차되며 그라데이션 하늘이 펼쳐졌고 그레이-레드 조합의 AMG SL 43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가까이 다가서자 화려한 웰컴 세레머니 램프를 비추며 운전자름 반겼다. 이후 선명하면서도 은은한 엠비언트 라이트가 실내를 감싸며 고급 감각을 더했다.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무드등은 위·아래 영역을 나눠 대비를 이뤘고 볼수록 오너의 자부심을 높이는 포인트가 된다.
제트기의 터빈 노즐에서 영감 받은 송풍구 사이로 12.3 인치 운전석 계기반 및 11.9 인치 센트럴 디스플레이가 매우 선명하게 다가온다. 야간 주행 시 직관적인 조작과 정보를 판단할 수 있게 도와줄 뿐만 아니라 조작감도 우수한 편이다. 또 AMG 전용 모드는 섬세한 그래픽과 IWC 크로노미터 등 애니메이션 효과로 멋을 배가시킨다.
눈에 보이는 소재의 질감과 조립 품질도 단연 프리미엄 브랜드답다. 헤드레스트와 등받이가 결합된 AMG 시트와 나파 가죽 소재의 AMG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 AMG 알루미늄 트림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은은한 금속 커버의 버메스터 사운드 시스템은 화룡점정을 찍는다. 풍부한 사운드가 실내 전체에 울려 퍼지고 나만의 아지트이자 청음실에 들어온 것처럼 황홀한 청취 경험을 받는다.
시동을 걸고 곧바로 톱을 열었다. 참고로 소프트 톱은 시속 60㎞ 내에서 열고 닫을 수 있으며 개폐는 15초면 충분하다. 헤드레스트 하단부에서 따뜻한 바람을 내보내는 에어스카프를 탑재해 쌀쌀한 날씨에도 오픈톱 주행을 즐길 수 있었다. 1100고지 중턱의 선선한 바람과 우거진 수풀 사이로 질주하는 SL 43의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바람 소리, 새 소리를 여과 없이 온전히 귀로 들을 수 있었고 카랑카랑한 엔진음과 고주파 배기음이 어우러져 메아리 되어 돌아왔다.
굽이치는 와인딩 로드에서는 차의 기본기가 드러난다. 메르세데스-AMG 의 ‘원맨 원엔진’ 철학이 적용된 직렬 4기통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M139)은 매우 빠른 반응과 매끄러운 엔진 회전질감을 자아낸다. 특히, M139 엔진은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TM팀의 기술 기반의 전자식 모터가 장착된 배출가스 터보차저를 탑재했다. 그 결과 저속에서 중속을 넘어 고속까지 일정한 스로틀 밴드를 형성하며 속 시원한 가속감을 전달한다.
낮고 넓은 차체가 주는 안정적인 무게중심을 바탕으로 민첩한 핸들링도 일품이다. 여기에 뒷바퀴 각도를 틀어주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탑재돼 있어 운전자 의도대로 깔끔하게 코너를 들어갔다 나온다. 일반적인 산악 지형이 아닌 한라산 중턱의 굽이치는 평지를 달리는 느낌은 사뭇 신선했다. 낯선 장소가 주는 추억과 더불어 주변 풍경만 보면 마치 외국 어딘가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산을 타고 내려와 이번에는 해안 도로로 향했다. 가는 길에 펼쳐진 직선 도로에서는 차의 기본적인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48V 온보드 전기 시스템을 통해 작동하는 터보차저는 엔진과 결합돼 최고출력 421마력, 최대토크 51㎏∙m를 발휘한다. 여기에 2세대 벨트 구동식 스타터 제너레이터를 통해 10㎾의 추가 동력을 사용할 수 있다.
엔진은 최대의 효율성과 부드러운 변속을 제공하는 AMG 스피드 시프트 MCT 9단 변속기가 맞물린다. 이를 바탕으로 차는 정지상태에서 100㎞/h 가속까지 4.7초가 걸린다.
톱을 연 상태로 민첩한 반응과 재빠른 가속감을 즐기고 있으니 근심 걱정이 저절로 사라진다. 강력한 도파민과 감성에 젖어 야간 드라이빙의 최고의 조력자 역할을 한다. 짙은 제주도의 밤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는 순간은 제법 깊은 여운을 남겼다. 치열하게 살아온 하루하루를 보상받는 기분이며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기에 충분한 차였다.
야간 초행길에도 SL 43은 발군의 실력을 드러내며 운전 부담을 줄여줬다. 바로 어댑티브 상향등 어시스트 플러스 덕분이다. 도로 흐름과 앞쪽 시야에 맞춰서 빛을 알맞게 조절해주기 때문에 무척 안전한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또 커브길이나 도로 옆 사물을 만나도 즉각적으로 빛을 바꿔 눈이 덜 피곤하고 편리했다.
한적한 항구 옆 공터에 차를 세워두고 가로등 불빛 사이로 외관을 살펴봤다. 신형 SL은 300 SL 의 클래식한 디자인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세련미를 키웠다. 여기에 AMG 고유의 스포티함을 결합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SL 43의 경우 원형 배기구를 장착하고 후면 범퍼를 더욱 매끄럽게 다듬어 유려한 이미지도 강조한다.
이와 함께 긴 휠 베이스와 보닛, 짧은 오버행, 날렵하게 경사진 전면 유리로 SL 특유의 비율을 완성했다. AMG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과 와이드한 프론트 엔드는 차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또 14 개의 수직 슬랫은 길고 평평한 보닛 형태와 보닛 위의 2개의 파워 벌지와 함께 전설적인 300 SL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AMG SL 43과 함께 야간 제주 드라이빙은 꿈만 같은 시간을 선물했다. 운전을 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모든 장면이 영화처럼 기억에 남았고 제주도의 자연 속에 묻혀 온전한 힐링을 경험했다. 이 같은 경험을 만들어준 최고의 피사체 SL 43은 진정한 드림카의 조건을 갖추며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AMG와 SL의 만남은 환상적이었고 변하지 않는 럭셔리의 가치를 온전히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제주=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