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적인 자세와 방향 갖춘 패밀리 SUV
-확대된 사용 편의성, 개선된 파워트레인 등
볼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XC60이다. 2008년 글로벌 시장에 공개된 이후 디자인, 안전, 프리미엄 주행 경험 등을 바탕으로 패밀리카의 기준으로 자리매김하며 누적 판매 270만대를 기록했다. 브랜드 역사상 가장 많이 판매된 차로 등극했고 이는 한국에서도 높은 인기로 증명했다.
국내에서도 XC60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개별판매 뿐만 아니라 누적 실적에서도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브랜드 성장에 기둥역할을 했다. 이러한 XC60이 신형으로도 돌아왔다. 실질적인 개선 사항을 적극 반영한 게 특징이며 여전히 경쟁력 높은 상품성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디자인&스타일
외관은 부분 변경의 정석을 보는 것 같다. 익숙한 틀 안에서 최대한 섬세하게 다듬는 쪽을 택한 것. 여기에 가장 최신의 볼보 디자인 언어도 입혔다. 대표적으로 그릴이다. 상반된 대각선 패턴이 심플 하면서도 고급스럽게 보인다. 이와 함께 범퍼 주변의 모습도 장식을 추가해 모던한 감각을 키웠다.
또 신규 디자인의 휠은 시원스럽게 뻗어 있는 스포크가 인상적이고 다크 트림의 경우 테일램프 라인을 따라 표현한 뒷범퍼 장식도 균형감이 좋다. 브라이트 트림은 크롬 도금을 적극 둘렀는데 조금더 차분하고 고급감을 높인다.
이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동일한 구성이다. 토르에 망치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의 형상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고 보닛과 펜더, 벨트 라인, 불을 밝히는 부분도 전부 동일하다. 부분 변경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구성이다. 반면, 실내는 큰 폭으로 바뀌었다. 대표적으로 센터페시아 중앙에 놓인 거대한 터치스크린이다. 11.2인치 크기로 훨씬 커졌으며 플로팅 타입으로 표현해 더욱더 신선한 맛을 잘 전달한다.
안쪽을 채우고 있는 인포테인먼트 구성도 완전히 달라졌는데 볼보 카 UX, UI 시스템을 통해 한 차원 높은 사용자 경험을 전달한다. 확실히 이전보다 눌러볼 게 많아졌고 반응과 연동 수준도 더 개선 됐다. 특히 넷플릭스나 유튜브 영상 플랫폼을 비롯해 네이버 웨일 서비스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사실상 태블릿 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각각의 단락을 나눠 놓은 건 좋지만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편은 아니라서 내 차로 오랜 시간 적응이 필요할 듯하다. 이 외에 폴 디지털 계기판 그래픽도 보다 화려해 졌고 심심했던 이전의 모습은 전혀 생각 나지 않는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디지털 요소의 변화가 참 마음에 든다.
센터 터널에도 미묘한 변신을 거듭했다. 변속 레버 앞쪽에 무의미한 공간을 완전히 뚫어 놓았고 휴대폰 무선충전패드를 마련한 것. 덕분에 컵홀더 주변에는 훨씬 더 여유로운 수납 공간이 생겼다. 개선 사항을 적극 받아들인 모습이 무척 마음에 든다. 또 오레포스사의 크리스털 변속 레버와 돌리는 방식의 시동 버튼도 조화롭다.
북유럽 프리미엄 감성은 여전하다. 질 좋은 가죽, 나무의 결, 금속 장식, 유광 블랙 조화가 우수 하고 바워스 앤 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은 커버 패턴을 바꿔 더욱 고급스럽다. 2열은 무난하다. 아주 넓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답답한 건 더더욱 아니다. 적당한 공간감을 바탕으로 앉았을 때 착좌감이 뛰어나다.
몸을 잘 감싸쥐며 안락한 패밀리 SUV의 본질을 충실히 수행한다. 전용 송풍구와 바람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 터치 공조패널도 좋은 구성이다. 트렁크는 꽤 실용적이다. 크기는 물론 양 옆의 여분의 공간과 바닥면의 수납도 괜찮은 편이다. 시승차는 상위 트림인 B5 울트라로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돼 있다. 덕분에 버튼만 누르면 뒤쪽 차 높이를 낮추거나 높일 수 있어서 짐을 넣고 뺄 때 한결 수월하다.
▲성능
신형 XC60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T8)와 가솔린 기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B5) 등 두 종류로 나뉜다. 시승차는 B5로 직렬 4통 2.0 가솔린 터보 엔진과 마일드 하이브리드 조합으로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6.7㎏∙m를 발휘한다. 8단 자동변속기와 풀타임 사륜구동이 기본이며 이를 바탕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6.9초가 걸린다.
XC60의 세팅은 전반적으로 부드럽다. 차를 이끌기에 넉넉한 출력을 갖고 있지만 일부러 드러내거나 스포티함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풍부한 힘을 바탕으로 한 번에 훅하고 치고 나갈 뿐이다. 그만큼 충분히 빠르면서도 편안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특히, 신형으로 오면서 매끈한 엔진 회전 질감이 더욱 개선된 느낌인데 역시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영향이 컸다. 가속페달을 자주 사용하는 일상적인 주행에서 발군의 실력을 드러낸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감각을 구현했고 이질감 없는 쾌적한 주행이 가능하다. 한 층 고급스럽고 정제된 엔진 덕분에 이동 과정도 더욱 쾌적 해졌다.
물론 출력과 토크의 숫자를 경험하고 싶으면 가속 페달을 조금 깊게 밟아보면 된다. 차는 거침없이 속도를 올리고 빠르게 전진한다. 고속으로 향하는 과정이 기대를 뛰어넘고 계기판에는 운전자가 생각했던 숫자보다 높은 곳을 가리킨다. 급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발을 옮겨야 할 정도다. 그만큼 밋밋한 SUV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에어서스펜션은 물건이다. 새 시스템은 차와 도로, 운전자를 초당 500회 모니터링해 현재 도로 및 주행 조건에 맞춰 편안함과 핸들링을 최적화한다. 고속 주행 시에는 에너지 효율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차체 높이를 낮추고 험로에서는 승차감을 증가시키기 위해 지상고를 자동으로 높여준다. 범위는 최대 80㎜ 수준이다.
기본적인 특성도 마음에 들지만 볼보만의 세팅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완성도를 높인다. 노면의 굴곡을 의연하게 거르고 최대한 자연스러운 감각을 구현한다. 2열에서는 만족이 더욱 커지고 탑승자 모두가 기분 좋은 이동을 보장받는다. 라이벌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기능인만큼 XC60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포인트로 손색없다.
이를 제외한 차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각 요소들은 무난하다. 전체적으로 평균 이상 값을 잘 보여주며 조화롭게 반응한다. 핸들링과 코너링, 제동에 있어서는 부드러운 감각에 초점을 뒀다. 적당히 롤을 허용하지만 물렁하거나 출렁이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매끄럽고 여유롭게 방향을 틀고 안락함에 집중해 세그먼트 성격을 잘 따른다.
▲총평
신형 XC60은 브랜드 판매 중추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모양새다. 무르익은 디자인, 디지털 진화, 불편했던 부분만 골라 개선한 포인트도 마음에 들고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주행 질감까지 한 차원 높였다. 여기에 고급 기능을 추가하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으니 구매 이유는 더 명확해질 듯하다. 패밀리 SUV 강자로서 면모를 정확히 보여주는 차가 XC60이다.
한편, 신형 XC60은 1회 충전 시 최장 61㎞를 갈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T8)와 250마력을 내는 가솔린 기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B5) 등 두 종류로 판매된다. 가격은 B5 AWD 플러스 6,570만원, B5 AWD 울트라 9,12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