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엔진이 주는 풍부한 힘과 우수한 정숙성
-ℓ당 13.9㎞ 거뜬히 달성하며 높은 연료효율 보여줘
국산 대형 SUV 대표주자 팰리세이드가 올해 완전변경 신형으로 거듭나며 순항 중이다. 특히, 등장과 동시에 새로운 파워트레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는데 최근 대세로 불리는 하이브리드를 탑재한 것이다. 더욱이 기존 다운사이징 엔진 기반이 아닌 현대차에서 완전히 새롭게 개발한 2.5 가솔린 터보 기반의 시스템이 주목을 끌었다. 배기량이 높아졌고 그만큼 출력과 토크에서도 커다란 상승이 돋보였다. 다만 연료 효율 측면에서는 궁금증을 갖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크기와 무게가 상당한 SUV 라는 점. 여기에 엔진과 성능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연료 효율에 거는 기대는 적었다.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해결해가 위해 직접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HEV)와 함께 강원도 오지를 향해 떠났다. 약 200㎞ 거리를 직접 운전하며 실 효율을 측정했고 결과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출발에 앞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만량법(풀투풀 Full to Full)"을 활용했다. 만량법이란 기름을 가득 넣은 후 출발한 뒤 도착지에서 다시 기름을 가득 넣어 그 차이를 통해 연료효율을 알아보는 방법이다. 테스트는 수원에서 출발해 강원도 영월까지 약 200㎞ 구간에서 진행했다. 또 만량법을 기본으로 하되 각 순간을 사진 및 영상으로 남기고, 주유량과 금액은 모두 영수증으로 보관하기로 했다.
주행 중 조건도 꼼꼼하게 정했다. 먼저 실내온도를 20도로 맞추고 바람 세기는 최대 2단만 사용했다. 규정 속도에 맞춰 플러스 마이너스 10㎞까지 허용하고 정속으로 주행했다. 10%는 극심한 정체가 이어진 도심 속 출근 길이었고 50%는 고속도로를 달렸다. 나머지 40%는 국도와 와인딩 로드 비중으로 통과했다. 이와 함께 크루즈 컨트롤은 구간 단속 시 사용했고 대부분은 흐름에 맞춰 오른발 끝에서 가감속이 이뤄졌다. 참고로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휠 구동방식과 휠 크기 등에 따라 14.1㎞/ℓ~11.4㎞/ℓ 인증연비가 나오며 이번에 시승했던 시승차는 AWD와 21인치 휱, 타이어 조합인 7인승 캘리그래피 트림으로 복합 11.4㎞/ℓ(도심 11.4㎞/ℓ, 고속도로 11.3㎞/ℓ)이다.
차는 매우 넉넉한 가속을 보여주며 시원하게 내달린다.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충분히 원하는 속도 영역에 차를 올려 놓는다. 엔진 회전질감이 부드럽고 고속을 향해 가속하는 순간에도 매끄럽게 반응한다. 이처럼 가솔린 2.5ℓ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 배터리 조합은 기대 이상이었다.
실제로 엔진은 최고출력 262마력, 최대토크 36㎏∙m를 내며 전기모터는 최고 54㎾, 최대 264Nm을 발휘한다. 이를 바탕으로 시스템 최고출력 334마력, 최대토크 46.9㎏∙m를 달성했다. 넉넉한 숫자가 주는 믿음은 운전을 하는 내내 느낄 수 있었고 시종일관 여유로운 자세를 유지하며 쾌적한 이동을 보장한다.
역동적이고 자극은 덜 하지만 속도를 전개하는 과정 하나만큼을 충분하다. 굼뜨거나 이질감이 느껴졌던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과도 차원이 다르다. 특히, 이 차를 자주 활용하게 되는 도심 속 막히는 구간에서는 상당한 쾌적함을 전달할 듯하다. 장시간 운전을 이어 나가도 피로도 역시 높지 않다.
전기 모터와 배터리 역할도 매우 민첩하다. 에너지 흐름도를 보면 알 수 있는데 페달 양에 맞춰서 충전과 소비를 지능적으로 전환하고 최대한 고요한 주행에 초점을 맞춘다. 이 과정 속에서 1.65㎾h 300V급 고전압 리튬이온 배터리는 빠르게 채워지고 엔진을 좀처럼 깨우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탑승자가 느끼는 감각은 정숙성으로 나타난다.
불필요한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고 실내는 그저 풍부한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전달하는 음악 소리만 울려 퍼질 뿐이다. 바닥 소음은 물론 풍절음도 잘 잡았다. 엔진이 개입하며 강하게 속도를 올리는 순간도 불쾌한 소리를 전달하지 않는다. 기분 좋은 드라이빙을 도와주는 일등공신 역할을 한다.
노면이 불규칙한 국도와 굽이치는 와인딩 구간을 통과할 때는 기대 이상의 장점도 살펴볼 수 있었다. 바로 하체 세팅과 서스펜션의 능력이다. 여기에는 각종 특화 기능이 주효했다. 과속방지턱 통과 시 차의 상하 움직임을 최소화해 승차감을 극대화하는 e-라이드 2.0은 체감이 크다. 흔들림이 적고 안정적으로 차를 잡는다.
또 핸들링 2.0은 앞뒤 모터를 각각 반대 방향으로 제어해 차의 무게 중심을 낮춰 롤(차가 좌우로 흔들리는 움직임) 방지 성능을 강화했는데 몸이 쏠리는 느낌이 이전 대비 크게 줄었다. 여기에 평이 좋았던 현대차그룹의 전자 제어 프리뷰 서스펜션까지 힘을 더하며 뛰어난 승차감을 확보했다. 전체적으로 충격을 의연하게 흡수하고 매우 편안한 승차감만 전달했다.
오지로 들어가는 길목,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해서 마지막 주유소에서 다시 기름을 가득 채웠다. 휘발유는 약 15ℓ가 들어갔고 당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 기준 ℓ당 가격인 1,659원을 대입해 2만4,000원을 지불했다. 이를 바탕으로 실 연비를 계산해본 결과 약 13.4㎞/ℓ를 기록했다. 참고로 트립컴퓨터 상에는 약 201㎞를 달린 것으로 나타났고 연료 효율은 13.9㎞/ℓ를 나타냈다. 차의 크기와 무게, 배기량 등을 감안하면 무척 우수한 숫자들이다.
환경부로부터 인증 받은 복합 효율(11.4㎞/ℓ)보다 높게 찍힌 결과이며 트립컴퓨터와 만량법의 차이도 거의 나지 않았다. 실제로 기름을 가득 넣었을 때 주행가능거리는 900㎞를 넘겼고 연료 게이지 역시 줄어드는 폭이 무척 적어서 고장이 났나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효율을 보여줬다. 실질적인 숫자까지 인증 수치보다 높게 나오니 무척 뿌듯하고 차에 대한 애정이 커져갔다.
만족스러운 연료 효율 테스트를 마치고 여유롭게 강원도 정선 산 골짜기로 들어갔다. 외길 터널을 통과하고 동강을 지나 한참을 달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는 신형 팰리세이드가 갖고 있는 소소하면서도 유용한 기능을 활용했다. 바로 휴식을 위한 스테이 모드다. 고전압 배터리를 활용해 전기차의 ‘유틸리티 모드’를 하이브리드 차 특성에 맞춰 적용한 기능이다. 엔진 시동 없이 공조와 멀티미디어를 포함한 차 내 모든 편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 충전량 70~80% 상태에서는 최대 1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제법 선선해진 날씨와 흐르는 동강의 물소리, 기암괴석을 풍경삼아 차 안에서 잠깐의 여유를 만끽했다. 일상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함께 있으니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더욱이 쾌적한 휴식을 만들어준 동반자라고 생각하니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가 더 없이 좋은 친구처럼 느껴졌다. 차의 가치와 만족도가 한없이 올라가고 애정은 배로 커진다.
스트레칭도 할 겸 차에서 내려 간단한 내외관을 살펴봤다. 앞은 면적이 상당한 주간주행등 겸 방향지시등이 눈에 들어온다. 반대로 메인이 되는 헤드램프는 상대적으로 작게 처리에 강약조절에 힘썼다. 그릴 사이즈도 더욱 확대 됐는데 매우 촘촘하게 무늬를 집어넣어 화려해 보인다.
옆은 거대한 대형 SUV 다운 특징이 드러난다. 길고 넓고 높은 차체가 압도적이며 차를 꾸미는 각 부분도 큼직하다. 대표적으로 21인치 휠이다. 캘리그래피 트림답게 빗살무늬를 넣어 고급 감을 살렸는데 상당히 조화롭다. 휠 하우스도 차체 컬러와 같이 칠해서 깔끔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외에 사각 사이드미러, 두툼한 문 손잡이, 바짝 치켜 올린 각 필러, 맨 뒤에 위치한 두툼한 은색 장식까지 전부 듬직하다. 뒤는 기존 팰리세이드 디자인 흐름을 이어 간다. 대표적으로 테일램프다. 픽셀 느낌이 나는 세로 형태이며 높은 시인성을 갖췄다. 트렁크와 범퍼 면적을 무광 은색 장식으로 처리해 균형감도 좋다.
실내는 안락하고 따뜻한 쪽에 초점을 맞췄다. 도어 패널과 센터페시아, 센터 터널 등이 전부 둥글게 처리했다. 덕분에 편안하고 라운지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안쪽으로 말아 넣은 덕분에 풀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일체형 커브 디스플레이는 매립 느낌이 강하다.
독특한 인상을 전달하며 난반사 등 외부환경에서도 영향을 덜 받는다. 가장 최신의 현대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돼 있는데 그래픽이 한층 정갈해졌고 하이브리드 전용 화면들 역시 보는 맛이 있다. 센터 터널은 큼직한 컵홀더와 고속 USB 단자, 무선충전패드까지 전부 실용적이다. 은은한 간접 조명, 보스 사운드 시스템 등 감성 품질을 높이는 요소도 충분 하다.
2열은 광할하고 부족함이 없다. 독립식 시트는 자유도가 높고 팔걸이 부분에 마사지 버튼이 별도로 마련돼 있어 만족을 키운다. 이와 함께 공조 장치를 비롯해 각종 편의품목은 천장에 붙어 있으며 햇빛가리개, 여분의 컵홀더 등 패밀리 SUV 조건을 두루 갖췄다. 3열도 넉넉하다. 들어가는 방법부터 매우 편하다.
2열 시트 옆쪽과 어깨 부분에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원터치 슬라이딩과 전동 리클라이닝을 제공한다. 이 상태로 들어가 일정 간격을 두고 앉았을 때의 느낌은 놀랐다. 개방감이 좋고 시트의 면적도 큼직해 착좌감이 좋다. 심지어 3열 시트마저도 전동으로 앞뒤 간격,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열선은 기본이고 전용 송풍구와 썬루프, 컵홀더, USB 충전 포트 등 없는 게 없다. 모든 좌석 차별 없이 온전히 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우수한 공간을 만들어 냈다.
트렁크는 3열까지 모두 펼쳐도 수긍할 만한 좋은 적재 공간이 나오며 3열과 2열을 모두 접으면 어지간한 가전 가구도 넣을 듯하다. 심지어 풀-플랫이 되기 때문에 차박도 무리 없으며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모든 좌석을 자동으로 접고 펼칠 수 있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현대차 대형 SUV의 기술 노하우와 만듦새, 자부심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차다. 그만큼 화려한 디자인과 넉넉한 편의 및 안전 품목을 넘어 진보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은 무척 반가웠다.
높은 성능과 함께 우수한 정숙성과 승차감 등을 두루 갖춰 완성도를 높였고 뛰어난 연료 효율은 볼수록 기특하고 뿌듯했다. 그만큼 패밀리 SUV의 진정한 목적과 가치를 실현하는 데에도 제 역할을 다 한다. 차 한 대로 모든 걸 누리고 싶다면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가 답이 될 수 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