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감성으로 물든 초고성능 SUV, 애스턴마틴 DBX 707

입력 2025년09월22일 08시3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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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으로 오면서 진정한 하이엔드 SUV로 거듭나
 -강력한 파워트레인, 높은 주행완성도 여전해

 

 애스턴마틴 첫 SUV DBX는 등장과 동시에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성장했다. 이후 2022년에는 초고성능을 지향하는 707까지 데뷔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애스턴마틴의 손길을 거친 강력한 성능과 주행 감성이 어우러져 독보적인 마니아층을 형성한 DBX 707이지만 분명한 개선 포인트도 남기며 신형이 나오기를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애스턴마틴은 2024년 자체 개발한 최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새로운 인테리어를 포함한 신형을 공개했다. 완성도를 부쩍 끌어올린 덕분에 진정한 럭셔리 퍼포먼스 SUV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직접 시승을 통해서 새 차의 가치를 확인했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얼핏 보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형다운 느낌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새로운 컬러다. 엡실론 블랙, 헬리오스 옐로우, 스프린트 그린, 말라카이트 그린, 아우라 그린까지 총 5가지 색상과 DBX707 AMR23 에디션에만 적용할 수 있는 포디움 그린을 추가했다. 시승차는 화려한 피에리 오렌지인데 브레이크 캘리퍼까지 원톤으로 통일감을 살려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낸다. 주변 시선을 압도하고 도로 위 슈퍼스타 역할을 자처한다.

 

 이와 함께 새로운 휠 마감을 선보인 23인치 포티스 휠에는 새틴 블랙, 코퍼 브론즈를 적용했다. 물론 22인치 스포츠, 23인치 포티스, 23인치 포지드 림은 기존 디자인을 그대로 활용해 실버, 그로스 블랙, 텍스쳐 블랙, 새틴 블랙, 새틴 브랙 다이아몬드 턴 마감을 선택할 수 있다. 휠 타이어 조합만 봐도 이 차가 얼마나 대단한 성능을 낼 수 있는지 알게 한다. 

 

 이 외에도 차 잠금이 해제되면 바깥으로 돌출되는 프레젠팅 도어 핸들과 플러시 글래스 스위블 헤드 사이드미러를 채용했다. 기존 디자인에서는 미러가 고정된 외부 쉘 내에서만 움직였지만 새롭게 적용한 솔루션은 거울과 쉘을 포함한 전체 조립체가 하나로 움직인다. 플러시 핏 엣지 투 엣지 미러 디자인은 카메라 패키징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반사면 크기를 극대화해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더욱이 새로운 사이드 미러는 보다 정교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채택함에 따라 3D 주차 카메라 기능을 지원하기 위한 완전 통합 카메라를 포함하고 있다.

 

 이를 제외하면 나머지 부분은 기존과 같다. 애스턴마틴을 상징하는 곡선 형태 그릴은 기존 DBX와 비교해 크기를 한 층 더 키웠고 진하게 격자 무늬를 넣어 존재감을 키웠다. 물방울 모양의 헤드램프는 안쪽 구성도 정교하게 다듬었다. 아랫 부분에는 전부 흡기구로 뚫어 공격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범퍼 양 끝단에도 여러 겹으로 나뉜 스플리터를 추가해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다.

 











 

 옆은 거대한 덩치가 시선을 끈다. 그럼에도 공력성능을 고려한 선의 흐름으로 늘씬한 차체를 연출했다. 대표적으로 펜더에는 세로로 길게 에어 덕트를 뚫어 놓았다. 바람을 바르게 펴서 빠르게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뒤는 립 스포일러를 추가한 루프 윙이 멋을 더한다.

 

 다운포스를 키워 고속 안정성도 높이기 때문에 기능적으로도 완벽하다. 브랜드 디자인 정체성을 맞춘 테일램프는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가로로 길게 뻗어있다. 시선을 아래로 두면 공격적인 형태의 범퍼가 있다. 날카로운 디퓨저는 물론 여러 겹으로 감싸 입체감을 키운다. 쿼드 배기 시스템은 일체형이며 두께가 상당해 기대를 높인다.

 

 신형의 핵심은 실내다. 몰라보게 달라졌으며 환골탈태 수준이다. 이보다 성공적인 성형수술이 없다. 자체 개발한 최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새로운 실내 구조를 적용한 것.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센터페시아 터치스크린 제어와 센터 터널로 이어지는 물리 스위치 제어의 완벽한 균형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 컨트롤의 조화가 상당하다.

 

 기어 변환, 주행 모드, 난방과 환기 등 주요 기능을 제어하기 위한 버튼을 적용하고 서스펜션, ESP, 배기 시스템, 차선 유지 보조와 주차 보조을 위한 물리 스위치를 제공해 사용 빈도가 높은 기능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먼저 선보인 DB12와 신형 밴티지와도 맥을 같이한다. 자신감과 퀄리티가 돋보이는 디자인은 깔끔하고 현대적인 라인으로 공간감과 일체감을 만들어낸다.

 











 

 이와 함께 계기판은 DB12와 밴티지에 탑재된 것보다 1.5인치 커진 12.3인치 스크린을 사용했다. 그래픽이 깔끔하고 시인성도 훌륭하다. 타이어 온도를 비롯해 퍼포먼스 주행에 도움을 주는 화면도 일목요연하게 잘 표현했다.

 

 반대로 10.25인치의 중앙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스크린은 요즘 차들과 비교하면 다소 작은 감이 없지 않다. 그래도 매끈하게 매립돼 있고 배젤이 얇아 위안을 삼는다. 더욱이 완전 맞춤형 통합 멀티스크린 시스템은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는 동시에 멀티 USB-C 연결과 애스턴마틴 앱을 통한 온라인 지원을 제공한다. 차를 다루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다.

 

 이와 함께 새로운 스티어링휠과 리디자인된 디풀 도어 릴리즈 핸들, 우아한 수직형 에어벤트에도 모양 변화와 함께 인테리어 요소가 개선됐다. 밝은 크롬 또는 다크 크롬 소재와도 조화롭게 어울린다. 또 새로운 프론트도어 베니어 패널은 더 커졌고 유광 스모크 오크, 유광 티타늄 메쉬, 업데이트 된 지리코테 목재, 하이그로시, 카본파이버 베니어를 포함한 다양한 소재를 선택할 수 있다. 애스턴마틴의 맞춤형 서비스인 Q 바이 애스턴마틴을 통해 광범위한 개인 맞춤 서비스도 제공한다.

 

 대시보드 중앙과 양 끝, 차체 곳곳에는 고급스러운 마감의 오디오 시스템이 위치한다. 기능적으로도 업그레이드했다. 먼저, 신형 DBX 707은 애스턴마틴 프리미엄 오디오 800W 14 스피커 오디오 시스템을 기본으로 장착한다. 고급 하드웨어를 사용해 개발된 이 시스템은 퀀텀로직 서라운드 사운드 프로세스를 통한 서라운드 사운드 모드로 뛰어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한 차원 더 높은 사운드를 경험하고 싶다면 오디오 파트너 바워스 앤 윌킨스와 함께 개발한 시스템을 추가하면 된다. 알루미늄 더블 돔 트위터와 컨티뉴엄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는 23개의 스피커로 구성한 1,600W 더블 앰프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에 균형 잡힌 정확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전용 3D 헤드라인 스피커와 베이스 스피커, 파워풀한 서브우퍼는 강렬하면서도 다이나믹한 사운드르 지녔다.

 

 뒷좌석은 넉넉하다.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대형 SUV 세그먼트에 걸맞은 형태다. 가운데 턱도 낮아서 성인 세 명이 여유롭게 앉아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다. 여기에 부드럽고 섬세한 가죽으로 감싼 시트는 착좌감이 좋다. 애스턴마틴 로고도 자수로 새겨 고급스럽다. 편의 품목으로는 전용 송풍구(B필러에도 추가로 붙어 있다)와 공조 장치, 열선 및 통풍 시트, 컵 폴더 등 필요로 하는 기능이 가득 들어있다. 

 

 트렁크도 부족함이 없다. 골프백 2~3개는 여유롭게 들어갈 듯하다. 2열 시트를 접을 수 있는 버튼과 물건을 넣고 빼기 쉽게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서스펜션 버튼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양 끝에 마련된 레일이나 별도 트렁크 바닥 공간 등 GT카로서 활용성이 무궁무진하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크게 건드리지 않았다. 차명에서 알 수 있듯이 그저 강력하고 화끈할 뿐이다. 거대한 보닛 아래에는 V8 4.0ℓ 트윈 터보차저가 들어있다. 볼 베어링 터보차저와 맞춤형 엔진 반응으로 성능을 크게 끌어올렸다. 그 결과 기존 DBX 대비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157마력, 20.4㎏∙m 오른 최고 707마력, 최대 91.8㎏∙m의 동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일반 토크 컨버터 자동 대비 증가된 토크 부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9단 습식 클러치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도달하는 가속 성능은 고작 3.3초다. 주행 모드는 터레인과 인디비주얼을 비롯해 GT,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로 나뉜다.

 

 시작부터 강한 소리를 내지르며 등장을 알린다. 이후 스로틀을 활짝 열면 높은 엔진 회전수를 바탕으로 넉넉한 힘을 가지고 달려나간다. 언제든지 여유롭게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운전자에게 조언하고 실행에 옮긴다. 교감의 답으로 운전 모드를 스포츠로 돌렸다.

 

 순식간에 rpm을 올리며 힘차게 내달릴 준비를 마친다. 이 상황에서 오른발에 힘을 주면 강력하게 튀어나간다. 몰입감이 상당하고 계기판 속 숫자는 예상보다 훨씬 높게 찍혀있다. GT 모드에서 경험했던 차의 반응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차는 오로지 달리기만을 위한 스포츠카로 변모한다. 화끈한 실력에 도파민이 터지고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조그 다이얼을 한번 더 돌려 스포츠 플러스로 두면 차의 성격은 또 달라진다. 붉게 물든 계기판과 단단해진 스티어링 휠, 딱딱해진 서스펜션만 봐도 알 수 있다. 고개가 꺾이고 몸이 시트 안쪽으로 파묻힌다. 2.2t이 넘는 거구임에도 불구하고 민첩하게 반응하며 즐거움을 준다. 멀리 보이던 사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스쳐 지나가는 경험을 하면 더욱더 매력이 커진다. 스릴과 짜릿함이 공존하는 분위기가 저절로 만들어진다.

 





 

 차는 바닥에 바짝 붙어 달리기 때문에 안정적인 직진성을 보여준다. 1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모터스포츠를 통해 다듬은 에어로 다이내믹 기술이 온전히 녹아 들어있는 결과다. 속 시원한 가속과 더불어 믿음과 자신감을 심어주는데 운전하는 내내 뿌듯함으로 밀려 들어온다. 여기에는 탄탄한 섀시 컨트롤이 힘을 더한다. 바로 3챔버 에어서스펜션이다.

 

 언제 어디서나 발군의 실력을 드러내는 것. GT 모드에서는 장거리 여행의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하며 차체와 바퀴 사이를 완벽히 조율하고 흔들림을 지지한다. 반대로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진정한 초고성능 SUV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만큼 불규칙한 노면을 빠르게 통과해도 두렵지 않다.

 

 사운드도 기가 막힌다. 요즘 여러 규제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라이벌이 음색을 줄이는 것과 비교하면 DBX 707은 정 반대다. 중저음의 바리톤 사운드가 시종일관 실내에 울려퍼지고 레드존으로 향할수록 강도는 높아진다. 으르렁 거리는 엔진음과 펑펑 터리는 배기음까지 변속 패턴에 맞춰서 합주를 진행한다. 심지어 웅웅 거리는 공명음마저 아름답게 들릴 정도다. 자극적이고 강하며 즐겁다.

 

 굽이치는 산길에서는 DBX 707의 숨겨진 실력을 확인했다. 먼저 지능형 풀타임 사륜구동 시스템과 최신 버전의 전자식 리어 디퍼렌셜은 높아진 최대토크를 컨트롤할 수 있도록 강화됐다. 그 결과 운전자가 판단하기 전에 미리 바퀴의 동력을 배분하고 이상적인 주행을 유도한다. 덕분에 코너 진입과 탈출이 훨씬 빨라졌다. 과감하게 들어가도 정직하게 포물선을 그린 뒤 신속하게 빠져나간다. 탈출 시점을 당겨 가속페달을 밟아도 흐트러지는 모습이 없다.

 









 

 제동은 수준급이다. 물리력을 무시할 정도로 빠른 시간 안에 속도바늘이 내려간다. 앞 420㎜, 뒤 390㎜ 대구경 브레이크 디스크와 6피스톤 캘리퍼 조합이 이를 증명한다. 강하게 출력을 제어하고 도로 위를 끈끈이주걱으로 만든다. 마치 갈고리로 차를 찍고 세우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잘 달리는 만큼 잘 멈추기 때문에 차를 믿고 강한 어택을 이어 나가도 걱정이 없다.

 

 ▲총평
 DBX 707은 남들과 다른 특별한 SUV를 원하는 소비자를 정확히 공략한다. 우아함 속에 녹아든 강력한 디자인은 여전하고 차명처럼 우월한 성능은 온종일 운전만 하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다. 밸런스가 좋아서 스포츠 드라이빙에 적합하고 SUV의 한계를 가뿐히 넘기며 엔도르핀을 셈 솟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기존에 불편했던 실내 구성 및 기능을 대폭 수정해 이제는 진짜 살 만한 차가 됐다. 굽이치는 길과 서킷 등 스릴 있는 질주부터 가족들과 함께하는 일상적인 도심에서의 편안한 주행, 언제 어디서나 럭셔리 라이프가 가능한 동반자 역할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만능 SUV가 DBX707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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