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F1 심판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

입력 2025년09월24일 08시3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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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공정성 및 판단 오류로 인한 불신 높아
 -찰리 화이팅의 리더십 참고할 필요 있어

 

 최근 F1은 경기 운영 심판인 ‘스튜어드’의 공정성과 자질 부족 문제로 시끄럽다. FIA가 전직 F1 드라이버 출신 스튜어드 두 명을 잇따라 심판진에서 배제하면서 문제가 터졌다. 이들은 개인적인 미디어 활동과 심판 역할이 충돌한다는 이유로 해임되거나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사진: 기사와 무관>
 

 가장 먼저 해임된 인물은 오랜 기간 스튜어드로 활동해 온 전직 F1 드라이버 조니 허버트(Johnny Herbert)였다. FIA는 그가 방송 해설과 칼럼 활동을 통해 공개적으로 드러낸 그의 의견이 “스튜어드에게 요구되는 중립성과 양립하기 어렵다”며 그를 2025 시즌 패널에서 제외했다. 특히, 허버트는 2024 멕시코 그랑프리에서 막스 페르스타펜의 드라이빙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편파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FIA는 그의 언론 활동과 심판 역할이 명백히 충돌한다고 결론 내렸다.

 

 또 다른 전직 F1 드라이버 출신 스튜어드, 데릭 워윅(Derek Warwick)은 2025 캐나다 그랑프리에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워윅은 한 도박 관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역 드라이버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는데 FIA는 이를 스튜어드 중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으로 판단했다.

 

 FIA는 전직 드라이버들의 경험을 스튜어드 운영에 적극 활용해 왔지만 동시에 이들이 미디어 활동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번 조치는 “공정성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두 역할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FIA가 이들을 배제할 경우 경험 있는 스튜어드 풀이 줄어든다는 비판도 있지만 경기 결과에 무력을 행사하는 심판이 언론 해설자로 활동하는 것은 누가 봐도 적절치 않다.

 

 이 같은 해임과 징계는 FIA가 스튜어드 제도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F1 스튜어드십 불공정 문제는 단순히 ‘편향 의혹’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까지 F1에선 오심, 판정 번복, 일관성 없는 페널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 F1 심판 제도의 신뢰가 흔들린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과거 F1에는 공정성과 권위를 의심받지 않았던 거인이 있었다. 바로 찰리 화이팅(Charlie Whiting)이다. 그는 2019년 호주 그랑프리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는데 미케닉 출신으로 F1 심판 체계를 총괄하는 ‘대법관’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었다.

 


<사진: 기사와 무관>

 

 내가 F1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레이스카 기술 규정에 대한 팀들의 수많은 질의와 항의 서류는 늘 “Dear Charlie”로 시작했고, 답변은 언제나 “Best Regards, Charlie”로 끝났다. 당시 나는 이 ‘찰리’라는 표현이 담당 부서의 별칭이나 부서장의 직함인 줄 알았다가, 그것이 한 사람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판단의 최고 책임자로서 비단 F1 경기 운영뿐만 아니라 F1 섹터 곳곳의 수많은 분쟁과 이견을 조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찰리 화이팅의 리더십은 오늘날 더욱 빛난다. 그는 명확한 규칙, 일관된 집행, 그리고 인간적인 소통으로 존경을 이끌었고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며 공정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레이스를 가능하게 했다. 드라이버와 팀, 관계자 모두가 그를 존경했으며 이는 복잡한 정치적 이해가 얽힌 F1 세계에서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는 경기 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혼선을 최소화했고 페널티를 남발하기보다는 설명과 조율로 문제를 풀었다. 필요할 때는 단호히 개입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레이스 본연의 경쟁을 존중했다. 그의 “가볍지만 단호한” 접근은 지금도 이상적인 운영 방식으로 회자된다.

 

 최근 F1은 ‘레이싱 인시던트(누구의 잘못도 아닌 사고)’에 대한 과도하고 일관성없는 판정으로 신뢰를 잃고 있다. 투명성과 상식이 부족한 운영은 팬과 팀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화이팅의 시대가 더욱 그리워진다. 그의 균형 잡힌 판단은 논란을 최소화했고 F1 시스템의 신뢰를 지탱했다. 최종 심판이 신뢰를 얻지 못하면 시스템은 위태로워진다.

 

 김남호 F1 동력학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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