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일론 머스크, 한국 홀대해도 무방?

입력 2025년10월31일 08시3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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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사주니 서비스는 ‘나 몰라?’

 

 요즘 테슬라에 불만을 갖는 소비자가 많다. 오죽하면 국정감사 때도 배터리 문제가 불거지며 시정이 요구됐다. 하지만 테슬라는 개의치 않았다. 사고 싶으면 사고 싫으면 말라는 식의 논조를 이어갔다. 정부의 즉각 대응 조치 요구에도 배짱이다. 미국 본사, 즉 일론 머스크의 공식 지시를 기다릴 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배터리 오류로 충전이 되지 않아도, 사용하던 배터리임을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아도 버텼다. 

 



 

 특정 기업이 배짱을 부릴 때는 분명 이유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유는 낮은 서비스 품질에도 소비자가 테슬라를 산다’는 점이다. 이미 수입 전기차 판매 1위에 오른 브랜드가 테슬라다. 그럼 왜 테슬라에 열광(?)할까? 전문가들은 테슬라 주식 투자와 무관치 않다고 말한다. 테슬라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이외 나라가 한국이다. 개인 투자자는 단연 1위다. 테슬라 투자자는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고 이때 전기차 구매자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 테슬라 전기차를 타고 다니는 소비자의 특성이 실제 그렇다. 이미 테슬라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은근히 많다. 동시에 ‘첨단 이동 수단’을 보유했다는 시선을 받고 싶어 한다. 시장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로 보이려는 욕망이 강하다는 뜻이다. 이들에게 테슬라 실패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고 실패는 곧 투자 손실이기에 어떻게든 호평을 이어가려 한다. 테슬라가 한국 시장에서 배짱을 부려도 투자자이자 소비자로서 말이 없을 뿐이다. 

 

 두 번째 이유는 전문 브랜드 제고다. 테슬라는 기업의 시작 자체가 BEV에서 출발했다. 반면 다른 경쟁사는 모두가 오랜 내연기관 역사 위에 BEV를 추가했다. 소비자 인식에 ‘테슬라=BEV’가 각인됐다는 뜻이다. 이런 강한 인식은 설령 테슬라 생산지가 중국이어도 무방하고 에너지밀도가 삼원계 대비 낮은 인산철 배터리를 써도 모두 수용한다. 성능 측면에서 불리한 인산철 배터리가 탑재돼 국내에 판매되자 오히려 저밀도가 화재율을 낮춘다며 옹호한다. 제조사가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키며 수익 극대화를 위한 선택을 해도 받아들인다. 모든 과정에서 주식 가치가 중요할 뿐이다. 

 

 그런데 테슬라의 주식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BEV 판매와 서비스가 아니다. 긍정적 투자자들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고도화 된 지능을 주목한다. 반면 냉정한 투자자는 해당 지능이 적용되는 사물이 테슬라 BEV이고 BEV 판매의 지속성이 담보돼야 기업의 존속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고도화 된 지능을 개발해도 적용 가능한 자동차 숫자가 줄면 그만큼 지능의 확산은 쉽지 않은 탓이다. 그러니 BEV 판매 숫자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 내 테슬라 판매는 숫자 면으로는 성공적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판매가 바로 배짱을 만들어냈다. 다시 말해 테슬라의 한국 내 배짱은 테슬라 주식 가치가 떨어질까 두려운 국내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준 결과다. 그리고 배짱이 생긴 일론 머스크는 한국에 서비스 확대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긴다, 기분 나쁘면 한국에서 손을 떼면 그만이다. 너무나도 당당한 배짱이지만 테슬라 주식에 열광하는 사람이 많은 한국 소비자는 서비스 품질에 그저 침묵할 뿐이다. 

 

 앞선 국정감사에서 테슬라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오류 문제가 지적됐다. 테슬라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국내에 판매된 테슬라 13만4,429대 중 4,351대(3.2%)에서 BMS 오류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2회 이상 오류가 발생한 차도 265대에 달한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테슬라코리아는 30일 오후에 자료를 내고 배터리 안심 케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안정적인 배터리 재고 확보 및 정비효율 개선을 통해 배터리 정비 기간을 단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BMS 알람 대응 강화하고 BMS 전담 채널 신설도 약속했다. 서비스 입고 즉시 대차 또는 렌터카도 제공한다. 하지만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은 쉽게 피할수 없을 듯하다.

 

 어떤 차를 구매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소비자 선택이다. 그러나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서비스 향상을 이끌어내는 것도 결국 소비자 목소리다. 그래서 이제는 테슬라 소비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주식 가치만 바라보면 서비스는 결코 향상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정부가 테슬라 보조금 배제까지 검토하겠다고 공언했으니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할 때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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