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대형 전기 SUV의 새 기준, 아이오닉 9

입력 2025년11월18일 08시15분 김성환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시선끄는 디자인, 감각적인 실내 특징
 -안저적인 성능과 우수한 승차감 등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며 다양한 세그먼트가 채워지고 있지만 ‘대형 전기 3열 SUV’라는 카테고리는 여전히 공백이 뚜렷한 영역이다. 에너지 효율은 물론 공간과 가격, 주행거리, 승차감 등 챙겨야 할 카테고리가 많고 이 모든 것을 균형감 있게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 어려운 조합 속에서 현실적인 정답을 찾는 데 주력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아이오닉 9이다. 패밀리의 실사용 관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밸런스를 찾은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승을 통해 아이오닉 9이 어떤 철학을 담고 있는지 그리고 대형 전기 SUV의 기준을 어디까지 끌어올렸는지 살펴봤다.

 



 

 아이오닉 9은 멀리서 봐도 한 번에 시선을 끄는 독특한 실루엣을 갖고 있다. 새로운 조형 언어는 단순히 예쁘게 보이기 위한 디자인이 아니다. 공기 흐름을 능동적으로 다루기 위해 차체의 모서리를 자연스럽게 깎아냈다. 여기에 유선형 볼륨을 강조해 풍절음과 저항을 줄이는 데에 집중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전면부의 픽셀 라이트 바는 아이오닉만의 미래적인 감성을 강조한다. 심플하지만 정교한 디테일로 차의 폭을 넓어 보이게 만든다. 후면의 아치형 테일램프 역시 곡선과 직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야간 주행 시에는 한눈에 아이오닉 9임을 알아볼 수 있는 특징적인 디자인 포인트다.

 

 비슷한 크기의 먼저 선보인 기아 EV9이 직선과 볼륨으로 강인한 이미지를 강조했다면, 아이오닉 9은 전기 SUV에서도 우아함과 매끈함을 추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5m가 넘는 차체에도 부담스럽다는 느낌이 적고 무광·파스텔 베이스 컬러가 더해져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감성 디자인으로 평가된다.

 

 실내는 세련미의 절정을 달린다. 수평과 수직을 적절히 활용한 디자인과 감각적인 소재, 컬러의 조합까지 흠 잡을 곳이 없다. 익숙하면서도 신선하고 심플함 속에 따뜻함에 묻어난다. 기능적인 요소는 기존의 현대차 라인업에서 보던 것과 동일하다. 풀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일체형 커브드 모니터를 비롯해 변속 레버, 공조장치 버튼, 스티어링 휠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오르간 타입의 가속페달 디자인이 독특하게 다가오며 전기차를 상징하는 회생제동 패들시프트 등이 눈에 들어온다.   

 











 

 공간 활용성은 아이오닉 9이 갖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5m 전기 SUV가 제공하는 거실 수준의 여유를 통해 패밀리카의 본질을 되찾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길이는 5,060m㎜ 앞뒤바퀴 사이 거리를 뜻하는 휠베이스는 3,130㎜에 달한다. 특히,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바닥을 완전히 평평하게 설계함으로써 휠베이스 전체가 온전하게 실내 공간으로 구현된다. 

 

 실제로 문을 열고 들어서면 “광활하다”라는 표현이 저절로 나온다. 동승한 탑승자는 리빙룸 느낌이 난다고 말할 정도다. 1열은 활용 범위가 넓은 센터콘솔이 한 몫 한다. 앞뒤로 슬라이딩 간격이 넓어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앞쪽에는 깊은 수납함도 여러 개 있다.

 

 시승차는 6인승 버전으로 2열에 독립식 캡틴시트를 탑재했다.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볼 법한 릴렉션 기능을 제공하고 등받이·시트·발받침이 순차적으로 펼쳐지며 장거리 이동에서 압도적인 편안함을 준다. 시트 쿠션의 두께와 지지력도 충분하며 헤드룸이 넉넉해 체격이 큰 성인이 앉아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전용 공조장치는 물론 열선 및 통풍시트, 큼직한 수납공간, 도어 패널에 위치한 두 개의 컵홀더, 햇빛가리개, 천장에 붙은 송풍구, USB-C 타입 충전 포트 등 편의 품목도 차고 넘친다. 마치 고급 미니밴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시승차는 선택 품목으로 개별 모니터까지 탑재해 쇼퍼드리븐의 가치를 드러낸다.

 











 

 3열 역시 다른 SU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색 맞추기식 ‘어린이용 좌석’ 개념이 아니다. 발 밑 공간과 착좌각이 자연스러워 성인이 단거리 이동을 소화할 수 있고 아이와 함께 타는 가족에게는 실질적인 이동 좌석으로 활용 가능하다. 전용 유리창은 물론 파노라마 선루프도 큼직해 답답하지 않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심지어 리클라이닝은 버튼 하나로 작동되는데 호화스러울 정도다.

 

 이처럼 아이오닉 9의 2열과 3열은 단순한 보조석으로 두지 않는다. 오히려 이 차의 설계 철학은 뒤쪽 좌석에 집중되어 있으며 왜 ‘패밀리 EV 라운지’를 표방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동 중에 노트북을 사용하거나 아이가 잠들어도 불편함이 적고 장거리 여행에서도 피로감이 크게 줄어드는 구조다. 패밀리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상 2열·3열이라는 점을 아이오닉 9은 정확하게 짚어냈다.

 

 트렁크는 2열과 3열을 모두 펼친 채 열면 338L가 확보되는데 이 수치는 3열을 사용하면서도 유모차나 여행용 캐리어를 실을 수 있을 만큼 실용적이다. 모두 폴딩하면 2,400L가 넘는 적재공간이 생긴다. 여기에 52L를 추가로 제공하는 앞쪽 프렁크는 충전 케이블·비상용품을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데에 유용하다. 종합적으로 전기 3열 SUV를 선택하는 이유를 공간에서 찾는 소비자라면 아이오닉 9의 크기는 그 자체로 큰 매력이다.

 

 아이오닉 9은 항속형과 성능형으로 나뉜다. 이륜구동 항속형은 최고출력 160㎾(약 214마력), 최대 토크 35.7㎏∙m, 효율 4.3㎞/㎾h,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 532㎞를 발휘한다. 사륜구동 항속형은 최고 출력 226㎾(약 300마력), 최대 토크 61.7㎏∙m, 효율 4.1㎞/㎾h,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 503㎞다. 사륜구동 성능형은 최고 출력 315㎾(약 428마력), 최대 토크 71.4㎏∙m, 효율 4.1㎞/㎾h,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 501㎞를 확보했다.

 













 

 사실상 성능은 화려한 스펙으로 압도하기보다 실제 사용 환경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고 편안한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10.3kWh라는 현대차그룹 최대 용량 배터리는 장거리 주행에서 실질적인 효율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이며 시승차인 사륜구동 성능형은 0→100㎞/h 가속이 5초대 초반으로 매우 빠른 편이다. 

 

 덩치가 큰 SUV임에도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예상보다 민첩하게 차체가 앞으로 내달린다. 모터에서 오는 즉각적인 토크가 곡선 구간에서도 안정감을 준다. 그럼에도 주행 질감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노면 소음을 잘 제어한 흡차음 설계 덕분에 고속 주행에서도 실내는 조용하다. 바람 소리 역시 유선형 디자인 덕분에 제한적이다. 

 

 코너링은 기대 이상이다. 차체가 크고 무거운 전기 SUV임에도 불구하고 스티어링을 꺾는 순간 앞쪽이 예상보다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모터 토크가 균일하게 앞·뒤 바퀴로 배분되면서 빠른 방향 전환에서도 불안감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차체 롤도 억제돼 있어 곡선 도로가 연속되는 구간에서 ‘차가 밀린다’는 느낌보다 ‘꾹 눌러 붙는다’는 감각이 강하다. 

 

 전기차 특성상 무게 중심이 낮게 깔린 덕분에 고속에서도 차가 들뜨지 않고 안정적으로 트랙션을 유지한다. 패밀리 SUV임에도 스포츠 주행 성향을 적당히 갖춰서, 운전이 익숙한 오너라면 의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익히 알려진 현대차 그룹의 전동화 차체 제어 기술력이 아이오닉 9에서도 묵직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대형 전기 SUV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행거리다. 아이오닉 9은 국내 기준 1회충전 시 500㎞ 이상 달린다. 이는 단순히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실제 패밀리카 사용 시나리오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자주 충전해야 한다는 부담감일 것이다. 그리고 아이오닉 9은 이 지점을 정확히 해결한다.

 

 110.3㎾h 배터리의 넉넉한 용량과 우수한 공기저항계수 덕분에 고속도로 항속 성능이 매우 안정적인 것. 10% 남은 배터리로도 상당히 여유 있는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크루즈를 100~110㎞/h로 맞추면 전력 소모가 고르게 유지되고 서울–부산 기준으로 휴게소 한 번 충전으로 충분히 왕복이 가능할 정도다. 초급속 충전기 조건에서 10→80%가 약 24분이면 완성되는 속도 역시 장거리 이동을 크게 편하게 하는 요소다. 전기차의 ‘불편함’이 아닌 ‘자유로움’을 경험하게 해주는 대형 EV라는 점은 아이오닉 9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마지막으로 가격이다. 국내 기준 6,000만원 후반에서 시작해 8,000만원 초반 사이에 형성돼 있다. 정부 보조금까지 고려하면 실구매가는 6,000만원 초반부터 시작하며 중간 트림도 7,000만원 초반 수준이다. 이는 전기 대형 3열 SUV 시장에서 전례 없는 접근성이다. 보다 많은 소비층에게 도달해 ‘전기 패밀리 SUV’의 기준을 대중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즉, 아이오닉 9은 현대차가 진정한 의미의 ‘베스트셀링 대형 EV’를 만들기 위해 투입한 차다. 가격은 이 전략의 핵심으로 보이며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합리적이면서 가장 넉넉한 대형 전기 SUV가 탄생한 셈이다.

 







 

 아이오닉 9은 전기차 시대에 패밀리카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제품이다. 거실 같은 공간, 비즈니스석 같은 2열, 성인도 앉을 수 있는 3열, 500km 이상 항속, 고속 충전,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까지 두루 갖췄다. 일상과 장거리를 모두 고려해 가장 현실적인 가치를 갖춘 대형 전기 SUV라는 뜻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전기차 시장 속에서도 ‘가족을 위한 차’라는 본질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이오닉 9은 한 발 앞서 있다. 단순히 큰 차가 아니라 큰 차를 잘 만든 전기 SUV. 지금 한국 시장에서 가장 균형 잡힌 대형 패밀리 EV를 찾는다면 아이오닉 9은 답이될 수 있다.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