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원에 세운 전동화 진지, BYD 정저우 공장

입력 2025년11월19일 10시2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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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화율 98%, 사람보다 기계가 많아
 -수직 계열화가 만든 속도, 눈길 끌어

 

 허난성 정저우. 소위 중원이라 불리는 이곳은 우리에겐 역사 속 기록으로 더 익숙한 곳이다. 황하 문명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으며, 삼국지에서는 난세의 영웅들이 동탁에 맞서는 호로관 전투가, 조조와 원소가 중원의 패권을 두고 경쟁한 관도대전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시대가 바뀐 지금, 그 넓은 들판 한가운데 또 다른 패권 경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창과 검 대신 프레스와 로봇팔, 배터리 라인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정저우 공항경제종합실험구 안으로 들어서자, 공장이라기보다 하나의 도시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단지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총 10.67㎢의 부지, 일반 도시 하나에 맞먹는 규모다. 

 

 중국 중부의 물류 결절점이라는 지리적 장점 위에 BYD는 친환경차·배터리·신소재·금형·부품 생산이 모두 얽혀 있는 전동화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단지 안을 관통하는 도로가 수직·수평으로 뻗어 있고 그 양옆으로 번호가 붙은 생산동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BYD 관계자는 “여기는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중부권 전략 거점”이라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중원에서 BYD의 또 다른 관도대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취재진이 이날 둘러본 구역은 프레스 공장, 용접 공장, 그리고 총조립 라인 세 곳이다. 자동차 제조의 4대 공정 중 도장만 제외한 핵심 라인들이다. 이 세 공정만으로도 정저우 공장의 성격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사람 중심의 공장’이라는 오래된 이미지 대신, 수천 대의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이 실질적인 생산의 중심이 된 풍경이었다.

 

 프레스 공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인력보다 기계가 훨씬 많다는 점이었다. 고강도 강판이 투입되면 대형 프레스기가 일정한 주기로 금형을 찍어내고 이송 장비가 패널을 다음 공정으로 이동시킨다. 

 

 BYD는 프레스 설비로 JIER 등 글로벌 장비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라인 상단의 모니터에는 생산량·불량률·금형 상태가 초 단위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작업자는 강판을 들고 옮기는 대신, 모니터링과 품질 검사에 집중했다. 공정 속도는 일정했고, 리듬은 흔들림 없이 유지됐다. 거리낌 없이 반복되는 기계적 움직임 속에서 생산 라인의 기세가 느껴졌다. 

 


 

 용접 공장으로 이동하면 분위기는 더 극적으로 달라졌다. 1호 공장 21만2,000㎡, 2호 공장 22만7,000㎡ 규모의 건물 안에 각각 1,198대, 1,210대의 로봇이 투입돼 있다. 98% 자동화율이라는 설명은 과장이 아니었다.

 

 용접점에 불꽃이 튀기는 모습보다는, 로봇팔이 사방에서 동시에 움직이며 차체를 잡고 회전시키고 용접하는 장면이 더 많았다. 영화 속 기계 공장 같았지만, 실제 소리는 예상보다 조용했다. ‘칙’ ‘딱’ 하는 짧은 기계음만 반복될 뿐, 사람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컨베이어에는 송, 씨걸, 씰, 샤크 등 서로 다른 차종이 섞여 있었다. 플랫폼과 차급이 다른 차들이 한 라인 위에서 흐르는 모습은 BYD가 강조하는 혼류 생산 체계의 단면이었다. 

 


 

 정저우 용접 라인의 정밀도는 0.01㎜ 수준으로 관리된다고 한다. 로봇팔이 제품의 형태를 판단해 정확한 용접 위치를 실시간 보정하는 방식으로 시스템 자체가 오류를 먼저 감지해 작업 흐름을 조정하는 구조다. 공장의 크기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이런 ‘스스로 생산을 관리하는 공장’이라는 느낌이었다.

 

 총조립 라인에서는 자동화와 인력의 움직임이 섞였다. 바닥에서는 차체가 일정 속도로 흐르고 상부 레일에서는 대시보드·시트·배선 하네스 등이 순서대로 내려왔다. 작업자는 부품 조립보다 점검과 보정 역할에 집중했다. BYD에 따르면 정저우 공장의 조립 속도는 시간당 약 50대 수준. 단지 전체 기준으로 보면 1분에 한 대의 친환경차가, 3초마다 한 개의 배터리가 생산된다.

 

 정저우 공장의 생산 실적은 이런 풍경을 뒷받침한다. 2023년 완성차 20만 대, 배터리 7GWh를 기록한 뒤 2024년에는 완성차 약 55만 대, 생산 가치 860억 위안(약 17조원) 수준까지 성장했다. 중원 한복판에서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배경에는 배터리·프레임·램프·전장 등 주요 부품을 단지 내부에서 직접 조달하는 구조가 자리한다. 단순한 원가 절감이 아니라 공정 속도와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BYD식 수직계열화 전략의 결과다.

 


 

 BYD 관계자는 “정저우는 8개 BYD 생산기지 중에서도 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에 속하며, 중부권 핵심 허브로 육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 6만 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친환경차·배터리·신소재 프로젝트가 동시에 운영되는 구조 역시 중원 전략의 상징적 사례다. 

 

 공장을 둘러보는 동안 BYD가 왜 이곳을 취재진에게 공개했는지도 자연스럽게 납득됐다. ‘BYD의 속도’와 ‘중국식 전동화 전략’이 어떤 물리적 기반 위에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중원의 역사는 늘 누가 패권을 잡는가를 두고 싸워온 이야기였다. 수천 년이 흘러 호로관도, 관도도 더 이상 전쟁터가 아니지만, 정저우의 거대한 공장 안에서는 또 다른 경쟁이 진행 중이다. 전동화 시대의 패권을 누가 쥘 것인가에 대한 답을, BYD는 거대한 설비와 3초마다 생산되는 배터리, 끊임없이 움직이는 로봇을 통해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

 

 정저우(중국)=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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