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양왕 U9,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

입력 2025년11월20일 08시1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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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은 아직 부족하지만...

 

 BYD의 프리미엄 브랜드 양왕(仰望)의 전기 스포츠카 U9은 등장 자체가 하나의 시선 끌기 전략이었다. 글로벌 미디어 행사에서 서스펜션을 이용해 차체를 ‘춤추게’ 하고 심지어 순간적으로 바닥에서 띄우는 점프 시연까지 선보이며 BYD 기술의 총아라는 별칭을 부여받았다. 최근에는 양산 전기차 최고속도 기록까지 새롭게 갈아치우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런 이유에서였다. 처음 이 차를 마주했을 때, 솔직히 ‘보여주기용’이라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기술 과시에 집중한 쇼카에 가깝지 않을까, 전기 슈퍼카라는 타이틀보다 실제 주행 성능이 빈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말이다. 정저우 전지형 서킷에서 U9의 스티어링을 잡기 전까지는 말이다.

 

 U9의 외형은 전통적인 슈퍼카 문법을 따르면서도, 중국적 미감을 더한 ‘드래곤 페이스’ 디자인이 특징이다. 공기 흐름을 가르는 낮은 전면부, 깊은 측면 덕트, 곡선을 연속적으로 쌓아 만든 지붕과 테일라인이 어색하지 않게 조화를 이룬다. 기능을 위한 형태가 중심이라는 점에서는 전형적인 퍼포먼스 머신이다.

 

 실내는 감성적 요소보다는 기능적 구성이 앞선다. BYD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이지만, 슈퍼카라는 장르에서 기대할 법한 방식의 감성 연출은 적다. 아날로그적인 매력이 살아있는 페라리와 같은 느낌을 기대하긴 힘들다. 

 


 

 하지만 U9의 가속은 비현실적이다. 4개의 전기모터에서 쏟아지는960kW(약 1,306마력)의 출력은 0→100㎞/h를 단 2.3초만에 끝내는 수준이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몸이 뒤로 밀려 붙는 감각은 일반적인 전기차의 ‘순간 토크’와는 급이 다르다. 하지만 동시에, 타이칸 터보 S처럼 폭력적으로 내장을 후려치는 질감은 아니다. 입체적인 토크와 바퀴 네 개가 지면을 부드럽게 움켜쥐고 미끄러지듯 나가는 감각이 더 우세하다.

 

 U9이 주는 가장 강렬한 인상은 코너에서다. e4 플랫폼의 독립 4모터 제어는 엔진과 기어박스 구조로는 구현하기 힘든 영역까지 들어간다. 코너에 진입하면 네 바퀴가 서로 다른 속도로 회전하며 마치 차체를 손으로 집어 라인 안쪽으로 ‘옮겨 놓는’ 듯한 움직임을 만든다.

 


 

 여기에는 40,500Nm/° 수준의 높은 비틀림 강성과 배터리 일체형 CTB 구조가 더해져 차체가 물리적으로 거의 뒤틀리지 않는 안정감도 영향을 준다. 결과적으로 “전기차가 이렇게 코너를 돌 수 있다고?” 라는 놀라움을 넘어 아예 다른 방식의 코너링이라는 감각을 남긴다.

 

 U9이 LFP 기반 블레이드 배터리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흥미를 넘어 충격적이다. 1,300마력급 변속 없이 직접 모터를 구동하는 구조에서 LFP가 이 정도 출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점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건 ‘내구성’이었다. 정저우 서킷에서 하루 동안 약 60명 이상의 기자들이 풀가속, 급제동, 연속 코너, 반복 충전, 재출력을 끊임없이 반복했지만 U9은 출력 저하도, 열로 인한 보호모드도, 배터리 이슈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계속 해도 된다”는 듯 담담했다.

 


 

 기술적으로 매우 의미가 크다. 전기 슈퍼카에서는 배터리 열관리와 출력 유지가 가장 까다로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U9을 트랙에서 경험하고 나면, 이 차가 처음 세운 이미지, 그러니까 춤추는 서스펜션, 공중 점프, 기술 과시가 단순한 ‘쇼’가 아니었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이 차가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감성적인 영역은 확실히 부족하다. 타이칸의 잔인한 폭발감도, BMW의 존재마저 바꾸는 사운드 연출도 없다. 전기 모터 특유의 ‘조용한 폭주’가 가진 임팩트는 있지만 전통적 스포츠카 스타일의 감성 연출을 기대하면 부족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현재 전기 스포츠카 중 ‘움직임’만 놓고 보면 U9은 정상급이다. 전기차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리고 BYD가 기술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를 U9만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차는 드물다.

 

 감성은 아직 부족하지만, 움직임 하나만으로도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차. 양왕 U9은 그런 차였다.

 

 정저우(중국)=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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