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디자인·철학 한 건물서 소개
-브랜드 체험관보단 과학관 성격 가까워
-기술력 중점 소개..자신감 볼 수 있어
허난성 정저우 시내 한복판의 한 사거리. 거대한 백화점과 애플스토어가 있다는 것 만으로 도심 중의 도심이라는걸 유추할 수 있는 이곳에 BYD 디스페이스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유리와 금속이 유기적으로 꺾여 올라간 외관은 박물관이자 전시관, 그리고 미래 실험실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이 공간에 투입된 비용은 2억 위안. BYD가 처음으로 세운 대규모 친환경차 과학관이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BYD가 기술기업인지, 자동차기업인지, 혹은 에너지 기업인지 헷갈릴 때가 많지만, 디스페이스는 이 모든 정체성을 하나의 건물에 압축해놓은 형태였다. 총 4층, 연면적 약 1만5,000㎡ 규모로 조성된 내부는 ‘전시관’이라는 표현보다는 ‘BYD라는 회사의 해부도’에 더 가까웠다.
1층으로 내려가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인류가 소비해 온 에너지의 변천사가 펼쳐진 벽면이었다. 수레와 증기기관차, 초기 내연기관, 그리고 전기차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패널은 하나의 산업사가 아니라 인류 문명의 진화를 다루고 있었다.
자동차 회사가 아닌 에너지 회사의 전시관 같은 느낌도 강했다. BYD가 배터리 회사로 시작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자연스러운 구성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공간은 왕조·오션 라인업 전시 구역이었다. 당, 송, 친, 해양 시리즈가 테마에 따라 구역별로 배치돼 있었고 전시 차들은 실제 전시물이라기보다 브랜드의 가치 체계를 시각화한 오브제처럼 느껴졌다.
특히 ‘BYD의 디자이너’라는 섹션은 의외로 소박했지만 BYD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디자인 변화의 방향성과 철학을 명료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장인정신 공간’이라는 이름을 단 이 층은 ‘디자인의 미학’과 ‘공학의 힘’이라는 두 키워드로 나뉘어 있었다.
‘디자인의 미학’ 구역에서는 BYD의 디자인 언어가 단순한 스타일링이 아니라 중국적 미감과 자연의 패턴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한 줄기의 시작’, ‘보이지 않는 것, 보이는 것’ 등 섹션 이름은 다소 문학적이지만, 실제 전시물은 철저히 공업적이었다. 점·선·면이 어떻게 차체의 비례를 만들고, 조명의 방향과 대비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형성되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반대편 ‘공학의 힘’ 구역에서는 차 구조와 테스트 과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충돌 실험 모형, 서스펜션 절개 모형, 배터리 안전 전시물 등이 이어지며 한 대의 차가 생산되기까지 거치는 수백 가지 검증 절차가 시각적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프레스·용접·조립 라인을 익히 안다면 이 구역에서 느껴지는 설명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기술이 단지 숫자나 브리핑 자료가 아니라 실제 제조 현장에서 구현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직후였기 때문이다.
전시관 중 가장 밀도가 높았던 공간은 3층에 자리한 ‘혁신 기술 공간’이었다. 이곳은 BYD가 지난해부터 줄곧 강조해온 다섯 가지 기술 테마 ‘안전한 전기’, ‘효율적인 전기’, ‘하이브리드’, ‘스마트 모빌리티’, ‘극한을 초월하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배터리 안전성을 설명하는 구역은 관람객의 발걸음을 가장 오래 붙잡아두는 곳이었다. BYD가 스스로 자랑하는 블레이드 배터리는 리튬 인산철(LFP) 기반이지만 내부 구조와 적층 방식이 기존 LFP와는 다르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못 관통 시험 영상에서는 셀을 관통한 메탈 핀이 빠져나왔음에도 불길이 치솟지 않았고, 열 폭주가 번지지 않는 장면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BYD가 “전기차에서 안전이야말로 최고의 럭셔리”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바로 옆에는 ‘스마트 모빌리티’ 구역이 자리하고 있었다. 센서 모형, 자율주행 알고리즘 시각화 패널, BYD가 자체 개발한 쉬안지(Xuanji) 아키텍처를 보여주는 전시물이 이어졌다. 소프트웨어·센서·제어 알고리즘이 하나로 통합된 플랫폼 구조를 어떻게 구현하는지 설명하는 구성이었는데, 단지 기술 수준을 과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용 콘텐츠처럼 단순화해 놓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4층은 체험과 교육 중심의 공간이었다. 연구 학습 교실, 과학 교육 상호작용 공간, 기술 체험 구역, 그리고 공유 회의실 등이 자리했다. 아이들이 전기와 자석의 원리를 이해하는 코너부터 직접 배터리 구조를 조립해보는 체험 콘텐츠까지 ‘과학관’의 성격이 가장 강하게 드러났다. 이곳을 통해 다음 세대가 친환경차 기술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미래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설명도 눈길을 끌었다.
디스페이스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 남는 인상은 명확했다. 이곳은 단순히 ‘BYD가 자신들의 역량을 보여주는 쇼룸’이 아니다. 기업이 가진 기술, 디자인, 제조, 안전, 에너지 철학을 한 공간에 집적한 일종의 ‘브랜드 연구소’에 가깝다.
BYD가 왜 정저우 공장과 함께 이 장소를 공개했는지도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정저우 공장이 BYD의 속도를 보여주는 현장이라면, 디스페이스는 그 속도를 지탱하는 철학과 체계를 보여주는 창구였다.
전동화 시대의 경쟁은 단순한 제품 싸움이 아니라 기술·문화·교육이 결합한 ‘구조전’이 되어가고 있다. 정저우 디스페이스는 그 구조전의 한복판에서 BYD가 어떻게 자신들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미래를 설명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미래를 직접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처럼, BYD는 이곳을 통해 꿈꾸는 미래를 건물 전체에 구현해놓고 있었다.
정저우(중국)=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