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킴 뤼드홀름 폴스타 드라이빙 다이내믹스 총괄 인터뷰
-"부모님 농장서 운전 즐겨..레이싱팀서도 활약"
-"퍼포먼스 본질, 출력 아닌 '차를 어떻게 느끼는가'"
폴스타의 드라이빙 다이내믹스를 총괄하는 요아킴 뤼드홀름(Joakim Rydholm)은 업계에서 흔치 않은 스타일의 개발자다.
그의 커리어는 북유럽의 자동차 마니아 그 자체로 요약된다. 사브와 볼보에서 엔지니어링 커리어를 쌓았고 레이싱팀에서 랠리와 서킷을 병행하며 실제 운전 감각을 쌓았다. 내연기관 기술의 집합체인 레이스카를 만지던 그가 전기차의 운전 재미를 조율하고 있다는 사실도 특별하다.
뤼드홀름은 인터뷰 내내 전기차의 주행성에 대해 설명할 때, 그리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의 표정이 확연히 달랐다. 어린 시절 부모가 운영하던 농장에서 자동차를 몰았던 이야기를 할 때에는 기술 책임자의 모습이 아닌 자동차를 처음 좋아하기 시작했던 소년의 모습이 그대로 들어났다. 인터뷰 내내 전문적인 설명을 하다가도 레이스 이야기가 나오면 눈빛은 밝아지고 나긋한 특유의 말투는 더욱 또렷해졌다.
그는 폴스타가 지향하는 방향을 설명하며 “퍼포먼스의 본질은 출력 경쟁이 아니라 ‘운전자가 차를 어떻게 느끼는가’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폴스타1 이후 브랜드가 전기 퍼포먼스 브랜드로 방향을 굳히는 과정에서 폴스타2를 통해 이를 반드시 실체화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선택한 전략은 가장 좋은 부품을 쓰는 것이었다. 올린즈 DFV 댐퍼, 브렘보 브레이크, 미쉐린·콘티넨탈 타이어 등 조율 여지가 넓고 신뢰성이 검증된 하드웨어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좋은 말을 하는 것보다 좋은 부품을 쓰는 것이 더 정직하다”는 그의 표현이 이를 대변한다.
전기차의 무거운 차체에 대한 질문에는 “파워로 무게를 덮으려는 방식은 답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말했다. 그는 "무게는 약점이 아닌 조율 가능한 요소"라며 "무게중심을 낮추고, 알루미늄 구조를 통해 비틀림 강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전기차 특유의 거동을 예측 가능한 움직임으로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기차의 특성인 즉각적인 토크와 출력도 오히려 세밀한 조정의 범위를 넓히는 장치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뚜렷한 철학만큼 개발 방식도 집요하다. 댐퍼 튜닝만 최소 수십 회 이상 반복했고 이를 위해 하루 종일 운전만 한 날도 많았다는 게 그의 설명. "프런트 서스펜션을 72회, 리어 서스펜션을 120회에 걸쳐 조정했던 기억도 있다"며 “퍼포먼스에는 숏컷이 없기 때문에 계속 운전해보고 계속 조율해가야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고집은 폴스타의 주요 공급사들도 혀를 내두르게 했다. 휘드홀름은 "올린즈 관계자가 '너 같은 사람은 없었다'고 말한 적도 있다"며 "이제는 주요 파트너들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가 폴스타의 전기차들을 만져나아가며 얼마나 집요하게 섀시 밸런스를 추적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폴스타3·폴스타4의 개발에서도 이러한 접근은 이어졌다. 듀얼 챔버 에어서스펜션을 바탕으로 승차감과 단단함을 한 시스템 내에 극적으로 분리해냈고,버튼 한 번으로 폴스타2 스포츠 섀시 대비 5배 이상의 감각 차이를 구현했다. 서스펜션뿐 아니라 타이어, 부싱, 안티롤바까지 독립적으로 조정해 최적화를 꾀했다.
뤼드홀름은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는 플래그십 GT 폴스타5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폴스타가 독자적으로 설계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PPA를 적용한 차로 그는 "뉘르부르크링과 스웨덴 북부, 영국 테스트 루프까지 곳곳에서 검증을 거쳤다"며 "고속·와인딩 구간 모두에서 예측 가능한 안정감을 구현하는 차"라고 설명했다.
뤼드홀름의 개발 철학은 공학적 정교함 속에서도 일관되게 인간적이다. 그는 “운전은 기술이 아니라 감각”이라고 말했고 “어린 시절 부모님의 농장에서 몰았던 자동차의 흔들림과 미끄러짐, 레이싱 무대에서의 경험이 지금의 개발 기준이 되었다”고 했다. 전기차 시대에 퍼포먼스를 말하는 그의 언어가 유난히 생생한 이유는 그가 여전히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점이 인터뷰 내내 드러났다.
그는 마지막까지 “폴스타는 운전자에게 말을 걸 수 있는 브랜드여야 한다”고 반복했다. 기술자가 아닌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