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을 숨기고 편안함만 살린 럭셔리
-마이바흐 EQS 680 SUV의 본질은...
마이바흐라는 이름 앞에 EQS, 그리고 SUV 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부터 거부감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마이바흐는 오랫동안 세단의 언어로 정의되어왔기 때문이다. 길게 뻗은 보닛, 뒷좌석을 중심으로 짜인 비율, 낮고 유려한 차체.
그런 마이바흐가 전기차가 됐다. 그것도 SUV의 모습으로. 어쩌면 전통을 스스로 허무는 선택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 680 SUV를 실제로 마주하고, 또 타보면 이 파격은 변절이 아니라 본질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급진적인 해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마이바흐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빌헬름 마이바흐가 남긴 수많은 설계와 결과물에서 일관되게 읽히는 태도는 분명하다. 기술은 전면에 나서기보다 감각 속에 숨겨져야 하며 성능은 과시되기보다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정리돼야 한다는 믿음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전기차는 마이바흐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동력원이다. 엔진의 진동과 소음을 억제하기 위해 수많은 장치를 덧대던 시대를 지나 아예 그 원인을 제거한 구조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SUV라는 차체 역시 마찬가지다. 낮게 눕는 위엄 대신, 높은 시야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여유를 제공한다.
외관은 이 차가 마이바흐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블랙 패널 그릴 위에 촘촘히 배열된 마이바흐 패턴, C필러의 엠블럼, 그리고 선택 가능한 투톤 외장은 존재감을 전면에 드러낸다. 특히 마누팍투어 프로그램이 적용된 외장은 대량 생산품과는 결이 다르다. 시승차에 적용된 알파인 그레이 솔리드 컬러는 화려함 대신 절제를 택했고, 차체의 볼륨과 면을 더 또렷하게 부각시킨다.
실내는 이 차가 왜 마이바흐인지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공간이다. MBUX 하이퍼스크린이 시각적 중심에 놓여 있지만 주인공은 아니다. 중심은 소재와 촉감, 그리고 고요함이다. 마누팍투어 익스클루시브 나파 가죽과 다이아몬드 퀼팅, 피아노 래커 트림은 시각적 화려함보다 공간 전체의 밀도를 높인다. 루프 라이너와 도어 패널까지 이어지는 가죽 마감, 쿠션에 새겨진 마이바흐 로고는 보이는 곳만 꾸민 고급차와는 다른 차원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뒷좌석은 이 차의 정체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최대 43.5°까지 기울어지는 이그제큐티브 시트, 종아리 마사지와 목·어깨 온열 기능, 쇼퍼 패키지를 통해 확보되는 여유로운 레그룸은 단순히 편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이 자리는 공간이 아니라 권한에 가깝다. 운전자의 가속·제동·차선 변경은 배경으로 밀려나고 이동은 하나의 상태가 된다. 냉장고와 샴페인 잔이 포함된 4인승 옵션을 더하면 더 이상 이동 수단이라기보다 움직이는 라운지에 가까워진다.
마이바흐 EQS 680 SUV의 듀얼 모터 시스템은 최고출력 484kW(약 658마력), 최대토크 97.4㎏·m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는 4.4초가 걸린다. 최고속도는 210㎞/h, 118㎾h 배터리로 1회 충전 시 최장 471㎞를 갈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차는 즉각 반응한다. 하지만 그 반응은 전기차 특유의 과장된 튀어 오름과는 다르다. 토크는 한꺼번에 폭발하지 않고 이미 충분히 깔려 있던 힘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방식으로 전달된다. 이 차가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출력이 높아서가 아니라 힘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여유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인상적인 구간은 정지 가속보다 60~120㎞/h처럼 속도가 어느 정도 붙은 영역이다. 이때 EQS 680 SUV는 소리를 키우거나 자극을 연출하지 않는다. 속도는 분명히 빠르게 올라가는데 운전자는 가속을 ‘체험’하기보다 시간이 압축되는 느낌을 받는다. 언제 출발했는지가 흐려질 정도다. 이것이 마이바흐식 빠름이다.
차체 제어 역시 같은 논리 위에 있다. 길이 5,125㎜, 너비 2,035㎜, 휠베이스 3,210㎜라는 체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이 차가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는 코너에서 날렵함을 과시하기보다 차체의 움직임을 예측 가능하게 정리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은 주행 상황에 따라 차체 자세를 정리하고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최대 10°까지 조향돼 저속에서는 회전 반경을 줄이고 고속에서는 차선 변경 안정감을 높인다. 결과적으로 운전자는 차의 크기를 계산할 일이 줄어든다.
마이바흐 전용 주행 프로그램은 이 차의 성격을 결정짓는 핵심이다. 기존 컴포트 모드보다 한층 더 뒷좌석 중심으로 세팅된 설정은 스로틀 응답과 제동 반응을 둔화시키되 부족함은 남기지 않는다. 가속은 부드럽게 이어지고 제동은 차체 자세를 먼저 정리한 뒤 완성된다. 일반적인 고성능 전기 SUV들이 즉답성을 강조한다면 마이바흐는 그 즉답성을 승객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가공한다.
NVH 성능은 이 차의 성능을 완성하는 마지막 축이다. 이중 접합 유리와 차체 곳곳에 적용된 흡차음 설계는 전기차 특유의 고주파 노이즈와 노면에서 올라오는 저주파 잔향을 정리한다. 빠르게 달릴수록 더 조용해지는 느낌이라기보다 속도가 바뀌어도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일관성이 인상적이다. 회생제동 역시 이질감이 최소화돼 감속 과정이 하나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어진다. 기술은 존재하지만,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마이바흐 EQS 680 SUV는 가장 파격적인 마이바흐다. 전기차이고, SUV이며 전통적인 마이바흐 이미지와는 분명 거리가 있다. 그래서 낯설고,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시승을 마치고 나면 이 차는 오히려 마이바흐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결과물처럼 다가온다. 마이바흐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건것은 언제나 ‘더 빠름’이나 ‘더 강함’이 아니라 이동에서 불필요한 감각을 지워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엔진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애쓰던 시대를 지나, 아예 그 존재를 전제로 하지 않는 방식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동’을 구현한 지금. 마이바흐의 전기 SUV는 위엄을 과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세상과 한 발짝 거리를 두기 위한 선택처럼 보인다.
마이바흐 EQS 680 SUV는 운전 재미를 논할 차도, 전기차 기술을 자랑할 차도 아니다. 이 차는 이동을 하나의 상태로 만든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잘 달렸다'가 아니라 '아무 일도 없었다'고 느끼게 만드는 차. 그게 마이바흐가 한 세기 넘게 쌓아온 럭셔리의 정의고 EQS 680 SUV는 그 철학을 오늘의 기술로 가장 정직하게 구현한 답변이다.
마이바흐 EQS 680 SUV의 가격은 2억2,810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