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판매량 잣대’는 알맹이 없는 너무 쉬운 평가
-숫자 뒤에 숨은 내실과 진짜 성적표를 살펴봐야
최근 일부 보도는 방실 대표 체제 이후 스텔란티스코리아의 판매 부진을 근거로 리더십 검증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평가는 지나치게 단순하다. 자동차 브랜드의 성과를 ‘연간 판매량’ 하나로만 재단하는 시각이 과연 지금의 수입차 시장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지프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프는 2025년 2072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21.2%, 방 대표 취임 전(2023년)과 비교하면 54.1%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동안 변화된 판매 라인업과 글로벌 경쟁력 등 구체적인 사항은 빠져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가능한 지프 라인업은 랭글러, 글래디에이터, 그랜드 체로키로 사실상 고가 라인업에 한정돼 있다. 한때 볼륨을 이끌던 레니게이드와 체로키는 글로벌 단종됐고 B·C 세그먼트 공백이 벌어진 결과다. 이 상황에서 단순한 판매량 감소를 ‘전략 실패’로만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더 중요한 대목은 따로 있다. 바로 아이코닉 제품인 랭글러의 순항이다. 한국 시장에서 여전히 글로벌 상위권 판매 국가에 속한다. 중동·중국 시장을 제치고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지프 브랜드가 한국에서 선택받는 브랜드로 기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팔 수 있는 차가 적은데도 팔리는 차는 확실히 팔린다. 이것이 문제일까, 아니면 오히려 경쟁력일까.
푸조 역시 마찬가지다. 표면적인 판매 성장률만 보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푸조의 핵심 성과는 얼마나 팔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팔았느냐에 있다. 즉, 푸조는 지난해 판매 숫자가 아니라 구조 전환에 있어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구형 재고는 사실상 모두 정리됐고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은 완전 신형 배지 중심의 라인업이다. 동시에 100% 위탁판매 구조 전환도 청신호다. 이는 단기 실적에는 불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와 딜러 모두의 체질을 바꾸는 큰 발걸음이며 선택의 결과다.
실제로 딜러사들의 수익성은 개선됐고 현금 유동성도 안정화됐다. 투자 여력이 생겼고 이는 다시 브랜드에 대한 재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특히, 전시장 리뉴얼과 브랜드 하우스 구축이라는 변수가 겹친 상황에서도 이 정도 성과를 냈다면 이를 단순히 기대에 못 미쳤다고 평가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지 의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숫자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수입차 시장의 ‘숫자 착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늘날 수입차 시장은 숫자로만 가치를 증명하고 양적 팽창을 앞세우는 시대가 아니다. 과거처럼 물량을 밀어 넣고 할인으로 점유율을 키우던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리고 한국 소비자들은 더욱 현명하고 냉철하며 브랜드의 지속가능성까지 보고 차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여전히 판매량 증가=성공, 감소=실패라는 단순한 공식에 기대 평가를 내린다.
숫자는 명확해 보이지만 그 이면의 재고 구조, 딜러 수익성, 판매 방식 등 브랜드의 기본 체력은 보여지지 않는다. 특히, 위탁판매 확대, 가격 방어 전략, 네트워크 재편 같은 중장기 전략은 초기 단계에서 오히려 숫자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를 거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이는 비단 스텔란티스코리아만 해당하지 않는다.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지점이다.
물론 방실 대표 체제가 이제 3년 차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기반 구축을 넘어 실질적인 반등의 신호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 역시 피할 수 없다. 다만, 그 평가가 몇 대를 팔았는가라는 질문 하나로 내려져서는 안 된다.
대신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이 브랜드는 지금 어떤 구조 위에 서 있는지, 딜러와 본사는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관계인지, 그리고 다음 3년을 버틸 체력은 갖췄는지 등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방실 대표의 전략을 더욱 유심히 지켜봐야하고 기대도 크다.
자동차 브랜드의 성패는 단기 성적표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에서 갈린다. 숫자는 결과일 뿐 전략의 전부는 아니다. 숫자가 만들어낸 착시에서 벗어나서 수입차 시장을 다시 읽어야 할 시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