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감성의 조화로 플래그십의 가치 담아
플래그십(Flagship)이란 말 그대로 해군 함대의 맨 앞에 서는 기함을 뜻한다.
기함은 가장 빠르거나 가장 많은 함포를 달고 있지는 않지만 함대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점이다. 전열이 흐트러져도, 전투가 길어져도, 다른 군함들이 바라보는건 깃발이 펄럭이는 그 배다. 기함이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는 질서이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 브랜드의 제품군에서 플래그십이 차지하는 역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판매량을 책임지는 차가 아닐 수 있고 가장 많이 팔리지 않을 수 있지만 이들이 무엇을 믿고, 어디로 가며, 어떤 미래를 상상하는지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디자인, 기술, 철학, 때로는 고집까지. 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 가장 과감하게 담아내는 제품이 바로 플래그십이다.
르노에서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베일을 벗은 필랑트가 그 존재다. 얼마나 큰지, 얼마나 호화로운지를 따지기보다 기술과 감성을 공존시키는 르노만의 해법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차다.
E-세그먼트 크로스오버를 지향하는 필랑트는 전장 4,915㎜, 전폭 1,890㎜, 전고 1,635㎜, 휠베이스 2,820㎜의 차체를 갖췄다. 수치만 놓고 보면 전통적인 대형 세단이나 풀사이즈 SUV와는 결이 다르지만 실내 공간 활용에서는 플래그십다운 여유를 확보했다. 320㎜에 달하는 2열 무릎 공간과 886㎜(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적용 시 874㎜)의 헤드룸은 체급 이상의 거주성을 뒷받침한다.
르노가 필랑트의 실내를 ‘프리미엄 테크 라운지’로 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친환경 소재를 중심으로 한 마감, 직관적이면서도 인체공학적인 설계, 그리고 커넥티비티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구성은 이동 수단을 넘어 ‘머무는 공간’에 가깝다. 탑승자를 감싸는 구조의 헤드레스트 일체형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시트는 안락함을 강조하고 전 트림에 기본으로 들어간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은 정숙성을 플래그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동급 최대 수준인 1.1㎡ 면적의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역시 필랑트의 성격을 상징한다. 개방감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중 은(Ag) 코팅과 솔라 필름을 적용해 외부 환경 변화에도 실내 쾌적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단순히 ‘크다’가 아니라 어떻게 체감되는가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다.
필랑트의 기술적 중심에는 오픈R 파노라마 스크린이 자리한다. 업그레이드된 하드웨어와 5년 무제한 5G 데이터를 바탕으로 티맵 오토 내비게이션, 네이버 웨일 기반 웹앱 서비스, 시네마 OTT, 플로 음원 스트리밍 등 다양한 콘텐츠를 끊김 없이 제공한다. 여기에 R:레이싱, R:러쉬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더해 차 안에서의 경험을 단순한 이동 이상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AI 기반 음성 어시스턴트 에이닷 오토 역시 필랑트가 그리고 있는 미래상을 보여주는 요소다. 주행 패턴을 분석해 목적지를 추천하고,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대화를 구현한다. 전화와 음악, 내비게이션은 물론 공조 시스템과 창문 개폐 등 주요 기능까지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으며, 지능형 매뉴얼 서비스 팁스는 사용 중 발생하는 질문에 실시간으로 대응한다. 플래그십을 ‘기술의 쇼케이스’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디자인 역시 기함의 역할을 자처한다. 한국과 프랑스 르노 디자인 센터의 협업으로 완성된 필랑트는 세단과 SUV의 경계를 허문 크로스오버 실루엣을 통해 파격적인 첫인상을 만든다. 전면부의 일루미네이티드 시그니처 로장주 로고와 그릴 라이팅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면에 내세우고 풀 LED 헤드램프는 차체와 분리된 듯한 형상으로 기술적 이미지를 강조한다.
후면부는 숄더 라인과 루프 라인이 플로팅 리어 스포일러로 이어지며 안정적인 비례감을 완성한다. 전면에서 후면으로 갈수록 날렵해지는 차체 구성, 공기역학을 고려한 가파른 리어 윈도우, 차체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LED 리어 램프는 SUV 특유의 역동성과 플래그십다운 존재감을 동시에 드러낸다.
르노는 필랑트를 통해 크기만 키운 플래그십이라는 기존 정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브랜드의 미래 전략인 ‘인터내셔널 게임 플랜 2027’을 상징하는 이 차는 기술과 경험, 그리고 방향성을 통해 리더십을 증명하려는 시도다. 기함이 전투의 최전선에서 방향을 제시하듯 필랑트는 르노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기준점으로 자리하는 차가 되겠다.
플래그십이란 결국 가장 많이 팔리는 차가 아니라 브랜드가 스스로에게 내미는 깃발이다. 그리고 지금 르노는 필랑트라는 이름으로 그 깃발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