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기준 현대차그룹과 토요타그룹의 글로벌 판매 격차는 406만대 가량이다. 토요타그룹은 1,132만대를 세계 시장에 판매했고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413만대와 기아 313만대 등 726만대를 기록했다(양사 2025 판매실적). 양적 비교만 보면 400만대라는 엄청난 격차를 보이며 토요타그룹이 1위를 유지했다. 만들면 무조건 팔린다는 전제로 보면 연간 150만대 생산이 가능한 현대차 울산 전체 공장 2~3곳을 추가로 만들어야 하는 엄청난 규모다. 그래서 현대차그룹이 토요타그룹을 뛰어넘어 글로벌 1위에 오를 가능성은 언제나 낮게 평가된다. 400만대라는 양적 차이는 쉽게 좁히기 어려운 숫자인 탓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400만대 차이가 어느 지역에서 발생하느냐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들이 발견된다. 400만대 차이의 핵심은 바로 중국과 아시아태평양, 미국, 그리고 양사의 내수 시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토요타그룹이 미국 내에 292만대를 판매할 때 현대차그룹은 187만대를 내보냈다. 숫자상으로는 105만대 차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현대차그룹이 메타플랜트 아메리카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추가 생산을 밝혔다는 점에서 현지 생산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한국 생산 물량의 추가 수출이 이뤄지면 향후 격차는 50만대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반면 가장 큰 격차가 나타나는 지역은 중국이다. 토요타가 중국에 178만대를 판매할 때 현대차그룹은 21만대에 머물렀다. 한때 200만대 생산 규모를 자랑했던 시절을 감안하면 뼈아픈 대목이다. 당시 사드 등의 한중 갈등이 없었다면 오히려 토요타를 능가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최근 토요타도 중국에서 고전 중이다. 기아부터 시작된 중국 내 토종 기업들의 공격적인 브랜드 전략이 현대차와 폭스바겐에 이어 토요타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위기를 인식한 토요타는 중국 사업부를 완전 독립체로 분리해 상품기획, 제품개발, 생산, 판매 등을 모두 스스로 결정하도록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토요타그룹 관점에서 중국은 본사와 무관한 독립 사업체인 셈이다. 중국 내 토종 기업들의 선전이 일본차의 위기로 연결되는 점을 우려한 행보다. 자칫 토요타 또한 현대차그룹과 같은 사례를 겪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닥을 찍은 현대차그룹이 중국에서 반등하고 토요타가 부진에 빠진다면 중국 내 격차가 생각보다 빠르게 좁혀질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의 전동화 속도가 워낙 빠르기에 HEV를 내세우며 BEV 제품군이 빈약한 토요타도 토종 기업의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어서다. 게다가 최근 중일 간 갈등 양상이 과거 한중 갈등과 유사한 형태로 표출된다는 점도 고려한다.
400만대 중에 미국(105만대)과 중국(157만대)을 제외하고 격차가 큰 곳은 아시아태평양 시장이다. 양사가 통계에 포함시킨 지역의 차이는 일부 있지만 두 그룹의 격차는 70만대를 상회한다. 오랜 기간 아태 지역에 뿌리를 내린 토요타를 최근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 공장 가동으로 추격하려는 것도 결국은 글로벌 경쟁 분산 전략의 일환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이 앞선 곳도 있다. 바로 인도다. 지난해 토요타그룹이 35만대를 판매할 때 현대차그룹은 85만대로 무려 50만대를 앞섰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인도 내에서 오히려 토요타와 판매 격차를 더 벌리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무너진 중국 시장을 인도에서 최대한 보완하려 한다. 물론 그럼에도 400만대 격차 단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든 100만대 차이가 나는 시장이 있다. 바로 일본과 한국이다. 토요타그룹이 일본에서 207만대를 판매했던 반면 현대차그룹은 한국에서 126만대를 판매했다. 격차만 80만대에 달한다. 이는 인구와 시장 규모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물량을 역전시킬 방법이 없다. 그래서 현대차그룹도 일본 직접 진출을 선택했다. HEV보다 BEV를 앞세워 일본 내 판매를 늘릴수록 격차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토요타그룹을 추월하거나 적어도 동등 위치에 오르려면 무너진 중국 시장 내 경쟁력 회복과 미국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판매 격차 극복이 필요한 상황이다. 동시에 인도에서 우월적 격차를 빠르게 확대하는 것으로 글로벌 판매 경쟁을 펼쳐야 한다. 미국, 중국, 아시아태평양, 그리고 인도 상황에 따라 ‘현대 vs 토요타’의 대결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게 해서 현대차그룹이 토요타그룹을 넘어설 수 있을까?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 과거와 달리 해외를 바라보는 전략적 행보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