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연비·승차감..‘부족함 없는 SUV’
-소비자가 원하는 요소 잘 맞춰진 차
기아 쏘렌토는 지난해 국내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하이브리드 비중이 약 70%에 달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소비자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쏘렌토는 왜 이렇게 많이 팔릴까. 어느덧 출시 6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차지만 한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어졌다.
▲디자인&상품성
쏘렌토의 디자인은 ‘강하게 보이기 위한 SUV’가 아니라 ‘오래 타기 위한 SUV’에 가깝다. 전면부는 수직형 주간주행등과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데 최근 유행하는 얇고 날카로운 그래픽 대신 두께감 있는 요소로 안정적인 인상을 만든다. 시각적인 무게 중심이 뜨지 않고 차체 전체에 고르게 분산돼 있어 실제 차체 크기 대비 더 차분하게 느껴진다.
측면은 쏘렌토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불필요한 캐릭터 라인을 최소화하고 면 자체의 볼륨으로 차체를 표현한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대신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질리지 않는 평양냉면 같은 모습이다. 동시에 과도한 장식으로 차체를 과장하는 것과 달리 구조적으로 크기를 드러낸다. 후면부는 전면과의 연결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정리돼 있다. 램프 그래픽이 과도하게 튀지 않고, 차체 면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2026년형은 나름의 변화를 더했다. 하이브리드에는 신규 디자인 19인치 휠을 추가해 선택 폭을 넓혔다. 2WD 기준으로는 해당 휠을 적용해도 친환경차 세제 혜택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단순한 디자인 변화가 아니라 실제 구매 조건과 연결되는 변화다. 또한 기존 그래비티 트림은 X-라인으로 명칭이 변경됐고 블랙 엠블럼과 휠캡 등을 적용해 보다 강인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실내는 이 차의 상품성을 설명하는 핵심 영역이다. 기본 트림부터 12.3인치 내비게이션, 무선 업데이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유지 보조 2,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이 포함된다. 단순히 기능이 많은 것이 아니라 실제 주행에서 자주 사용하는 요소들이 빠짐 없이 들어간다.
노블레스 트림으로 올라가면 구성이 한 단계 달라진다. 12.3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와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면서 시각적인 완성도가 크게 올라간다. 여기에 서라운드 뷰 모니터, 후측방 모니터, 디지털 키 2,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등 실사용 편의 기능이 대거 포함된다. 상위 차급과의 경계가 흐려진다.
시그니처 이상에서는 앰비언트 라이트, 2열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 220V 인버터, 전동식 스티어링 휠 등 체감 품질을 높이는 요소들이 추가된다. 단순한 옵션 확장이 아니라 장거리 이동이나 패밀리 사용 환경에서 체감되는 차이를 만드는 구성이다.
옵션 구조도 특징적이다. 드라이브 와이즈(약 129만원), HUD+빌트인 캠(약 119만원), 크렐 사운드(약 64만원) 등 주요 선택지는 대부분 트림에서 선택 가능하지만 상위 트림으로 갈수록 기본화되는 항목이 많다. 즉, 옵션을 억지로 끼워 넣는 구조가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에서 ‘완성된 상태’를 고를 수 있는 방식이다.
공간 구성은 여전히 쏘렌토의 핵심 경쟁력이다. 2열은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여유가 있어 성인 기준 장거리 탑승에도 부담이 적다. 3열 역시 단순 보조 좌석이 아니라 실제 사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특히 6인승 구성은 2열 독립 시트를 통해 이동 편의성과 탑승 쾌적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뿐 아니라 성인 다인 탑승 상황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결국 쏘렌토의 상품성은 어디 하나 뛰어난 요소가 아니라 불편한 지점이 없는 상태를 만드는 데서 기인한다. 이 균형이 소비자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성능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80마력을 내는 1.6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47.7㎾ 전기모터,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다. 합산 최고 출력은 235마력에 이른다.
구성의 핵심은 효율과 주행 감각 사이의 균형이다. 출발 구간에서는 전기모터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초기 가속은 일반적인 중형 SUV보다 가볍게 느껴지고,저속에서의 응답성도 빠른 편이다. 도심 주행 환경에서는 이 특성이 특히 크게 체감된다. 정체 구간이나 저속 반복 가속 상황에서 불필요한 엔진 개입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주행 피로도가 낮아진다.
속도가 올라가면 엔진이 자연스럽게 개입한다. 이 과정에서 동력 전환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소 텁텁한 느낌의 엔진 회전질감도 일부 다듬은 것 처럼 느껴진다. 일부 하이브리드차에서 나타나는 ‘모터와 엔진이 따로 노는 느낌’이 거의 없다. 시스템이 개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동력원처럼 이어진다.
변속기는 주행 감각에서 차이를 만든다. 효율 측면에서는 CVT 대비 떨어질지 몰라도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반응이 보다 직관적으로 이어지고 고속 영역에서도 힘이 끊기는 느낌이 적다. 운전을 즐기는 사람들의 관점이라면 이 부분이 의외의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단순히 효율을 위한 세팅이 아니라 운전 감각까지 고려했다는 점 말이다.
서스펜션 세팅은 명확하게 패밀리 SUV 지향이다. 노면의 잔진동은 효과적으로 걸러내면서도 차체가 과도하게 흔들리지 않는다. 특히 고속 주행에서 차체가 안정적으로 눌리는 느낌이 분명하다. 코너링 성능을 강조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일상 주행에서의 안정성과 편안함을 균형 있게 확보했다.
정숙성 역시 중요한 포인트다. 저속에서는 전기모드 비중이 높아 소음 자체가 적고 엔진이 개입한 이후에도 실내로 전달되는 소리는 잘 억제돼 있다. 장거리 주행에서 피로도가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효율도 단연 눈길을 끈다. 2WD 기준 복합 효율은 15.7㎞/ℓ. 하지만 실 주행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띄우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요즘처럼 기릅값 무섭게 느껴질 시기라면 더 없이 만족도가 높겠다.
▲총평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특정 영역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내세우는 차는 아니다. 대신 소비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들을 고르게 높은 수준으로 맞춰놓는다. 공간, 연료 효율, 승차감, 편의기능, 가격 구조. 이 다섯 가지 요소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이다.
그래서 선택이 단순해진다. 비교를 거듭할수록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된다. 이미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타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들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잘 만든 차’라기보다 ‘틀리지 않는 선택’에 가깝다.
2026년형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3,896~4,888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