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대신 대화'..르노 필랑트에 숨은 AI 기술

입력 2026년04월07일 11시3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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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플레이 중심 UX 피로 해소 목표
 -LLM 기반 음성 비서 ‘에이닷 오토’ 적용

 

 “요즘 신차를 보면 화면은 점점 커지는데, 정작 에어컨 한 번 조작하려면 터치를 서너 번 이상 해야 합니다. 소비자는 디스플레이와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난 30일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가 주최한 기술 세미나에서 SK텔레콤(SKT) 에이닷 오토 최병휘 팀장이 꺼낸 말이다. 최근 자동차의 인테리어가 안고 있는 불편을 정확히 짚은 대목. 

 

 대형 디스플레이와 통합형 인포테인먼트는 이제 신차의 기본 문법이 됐지만 정작 이용자는 기능을 찾기 위해 화면 이곳저곳을 더듬어야 한다. 버튼은 라졌고, 조작은 복잡해졌다. 차 안이 편안한 이동 공간이 아니라 작은 스트레스가 쌓이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최 팀장은 이 지점을 에이닷 오토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자동차는 더 이상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차 안은 조작의 불편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공간이 아니라 휴식을 취하고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며 “디스플레이가 사용자를 방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 해법으로 제시된 것이 르노 필랑트에 탑재된 LLM 기반 음성 비서 ‘에이닷 오토’다.

 


 

 핵심은 조작 패러다임의 변화다. 기존 차내 음성인식이 정해진 명령어를 정확히 말해야 기능을 수행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에이닷 오토는 대화 문맥을 이해하고 필요한 기능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 팀장은 “더 이상 디스플레이와 술래잡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차가 대답하고 기능을 수행하면서 차 안 공간 자체를 특별한 경험의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SKT는 2017년 티맵 기반 음성 서비스 ‘누구’를 통해 자동차용 에이전트 경험을 쌓아왔다. 2019년에는 차 안으로 서비스를 넣었고 2021년 ‘누구 오토 1.0’, 2023년 ‘누구 오토 2.0’으로 발전시켰다. 르노 필랑트에는 그 연장선에서 LLM 기반 에이닷 오토가 처음으로 본격 적용됐다. SKT는 그동안 축적한 AI 서비스 운영 경험과 음성 인터페이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동차 전용 지능형 에이전트를 새롭게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제시된 문제의식은 분명했다. 자동차 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상황에서 차의 경쟁력은 더 이상 엔진이나 차체 성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 SDV 체제로 전환이 빨라지면서 인포테인먼트와 커넥티비티, 그리고 그 안에서 작동하는 AI 에이전트의 완성도가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최 팀장은 “소프트웨어 안에서도 지능형 AI 에이전트가 차별화 포인트가 되고 있다”며 “향후 차 경험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장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음성 기능을 더 이상 부가 기능이 아니라 구매 판단에 영향을 주는 전략적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이에 맞춰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글로벌 업체들도 LLM 기반 AI 어시스턴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에이닷 오토의 구조는 비교적 명확하다. 소비자가 차 안에서 “하이 르노”라고 부르면 시스템이 작동을 시작한다. 이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안에서 전화, 티맵 길안내, 음악 재생, 차 제어 등 주요 기능과 연동된다. 앞단에서는 앱처럼 보이지만, 뒤에서는 ASR(음성인식), NLU(자연어 이해), TTS(음성합성), LLM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다. 여기에 음악, 날씨, 뉴스, 날짜, 시간, 증권, 환율 같은 정보형 서비스도 결합된다.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LLM 기반 ‘칫챗’과 검색 기능이다. 감성 대화는 웹 검색 없이 고성능 언어모델만으로 처리하고 최신성이 필요한 질문은 실시간 웹 검색 기술을 결합해 답변 품질을 높이는 구조다. 덕분에 단순 명령 수행을 넘어 운전자가 차 안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경험을 목표로 삼고 있다. 회사 측은 이 기능이 단순한 편의 장치가 아니라 사람이 기계를 대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요소라고 보고 있다.

 

 에이닷 오토는 앞으로 더 능동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대표적인 예가 운행 패턴 기반 제안 기능이다. 출근 시간에는 자주 가는 사무실을 먼저 목적지 후보로 띄우고 퇴근 시간에는 집을 추천하는 식이다. 차 상태와 외부 환경을 종합해 필요한 조작을 제안하는 기능도 준비 중이다. 예컨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상황에서 창문이 열려 있으면 이를 감지해 닫는 것을 권하는 방식이다.

 

 모바일과 차를 잇는 연동성도 강조됐다. 에이닷 모바일에서 검색한 장소를 차로 바로 보내거나 스마트폰 캘린더의 일정과 장소 정보를 바탕으로 그날 이동 계획을 먼저 묻는 식의 연계가 가능하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에서 하던 탐색과 차 안에서의 실행을 따로 나눠 생각할 필요가 없다. 르노 필랑트는 이러한 ‘심리스 경험’을 차 안에서 구현하는 첫 적용 사례 중 하나로 소개됐다.

 


 

 이날 발표에서는 기술적인 자신감도 드러났다. SKT는 자신들의 LLM 경쟁력을 강조하며 정부 프로젝트와 각종 벤치마크에서 상위권 성과를 냈다고 소개했다. 수학, 코딩, 추론 등 특정 영역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이런 AI 기술 역량을 자동차 환경에 맞게 조정해 에이닷 오토에 녹여냈다는 설명이다. 

 

 다만 회사 측도 LLM이 아직 완전무결한 기술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정치, 성별, 인종 등 특정 민감 주제에 대해서는 중립적으로 답변하도록 설계하고 있으며 사용자와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지속적으로 튜닝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흥미로운 대목은 앞으로의 발전 방향이다. 현재 내비게이션은 여전히 차 안에서 가장 자주 쓰는 기능이다. SKT는 이 영역을 LLM 기반으로 더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지금은 “스타벅스 들렀다가 집에 가자”는 복합 명령을 두 단계로 나눠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향후에는 이를 한 번에 이해하고 실행하는 것이 목표다. 

 


 

 장소 검색도 마찬가지다. “아이와 가기 좋은 파스타집을 찾아달라”는 식의 추상적 요청을 지금보다 더 정확하고 풍부하게 해석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 룰베이스 방식에서는 기능을 하나 늘릴 때마다 별도 설계가 필요했지만 LLM 에이전트 방식이라면 새로운 서비스 확장이 더 빠르고 유연해진다는 판단이다.

 

 자동차 실내에서의 AI는 더 이상 말로 음악을 틀어주는 기능”정도에 머물지 않는다. 디스플레이 중심 조작의 피로를 줄이고 운전자와 차가 보다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필랑트에 들어온 에이닷 오토는 그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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