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5% 규정, 보급 확대에 발목 잡아
기존에 이용하던 내연기관차를 BEV로 대체, 운행하면 탄소를 배출하지 않기에 배출권을 부여한다. 여기서 말하는 배출권은 필요한 사람 또는 사업자에게 재판매가 가능한 일종의 환금성 재산이다. 온실가스 절감에 기여한 만큼 혜택을 주는 제도인데 대표적 온실가스 감축 방법이 BEV로의 전환이다.
<사진: 내용과 무관>
지난해까지 운송 부문에서 배출권은 버스 및 화물 등의 사업자에게만 부여됐지만 올해부터 개인 소유자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BEV를 판매하는 완성차기업, 자동차 보험사, 리스 또는 렌탈 등을 운용하는 금융사 등이 앞다퉈 BEV 개인 소유자의 배출권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 1인당 발생하는 연간 배출권은 많지 않아도 수많은 개인을 모으면 상당한 배출권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도는 예외다. 전기차 보급률이 5%를 넘으면 배출권을 주지 않는다는 <전기 차량 도입에 따른 화석연료 절감 사업의 방법론> 내 규정 탓이다. 한 마디로 초기 보급 확산을 위해 배출권을 부여할 뿐 일정 수준이 넘으면 그때부터 모든 배출권은 국가로 귀속된다. 따라서 제주도에서 BEV를 구매하는 사람과 이외 지역 BEV 소유자 간에는 명백한 재산권 차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해당 규정을 완화해 달라는 요청은 지금도 쇄도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열린 국토부의 제66차 인증위원회에서 해당 내용은 논의되지 못했다. 회의록이 공개되지 않는 워낙 폐쇄적인 위원회여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알 수 없지만 ‘보급율 5%’ 규정은 BEV 확대를 오히려 저해하는 규정임에 지적이 쏟아졌다. 전국적으로 BEV 보급률이 5%를 넘으면 BEV 운행으로 절감된 탄소의 금전적 혜택을 국가가 모두 가져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서다.
동시에 일부에선 현재 정부가 일부 가져가는 배출권에도 불만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버스사업자가 내연기관 대신 전기버스를 도입, 운행할 때 절감된 배출권은 지자체와 사업자가 혜택을 나눈다. 이때 지자체의 명분은 보조금 지급이다. 반면 운송 사업자는 전기버스로 바꾸지 않았다면 배출가스를 줄일 수 없었기에 지자체의 주장은 재산권 침해라는 논리를 펼친다.
모든 갈등의 원인은 BEV로 바꾸고 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권이라는 환금성 재산 때문이다. 정부는 국가적 온실가스 절감 목표 달성을 위해 보조금이라는 정책적 자금 지원 방법을 동원한다. 그리고 보조금을 받고 개인 또는 사업자는 BEV로 전환, 운행하며 탄소배출을 줄인다. 이렇게 줄어든 탄소는 정부의 구매지원, 그리고 BEV 보유자의 실실적 운행으로 만들어진 공동 결과물이다. 탄소배출권이라는 환금성 재산을 두고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엄밀히 보면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도 국민 세금으로 형성된 돈이다. 따라서 BEV 구매 보조금을 준다는 이유로 배출권을 가져갈 이유는 없다. 중요한 것은 개인 또는 사업자가 BEV를 구매, 운행해야만 국가적 탄소 절감 목표 달성된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배출 재산권을 개인 또는 사업자 모두에게 100% 인정해 주고 ‘5% 보급률 제한’ 규정도 풀어 BEV 보급을 확대하는 정책이 적절하다는 뜻이다. 산업적으로 전기 에너지 기반의 미래 모빌리티 육성을 위해 배터리, BEV 등을 육성하자며 다양한 정책 지원 방안을 쏟아내지만 한편에선 구매 장려를 억제하는 규정을 적용한다는 점이 이율배반적이다.
정부의 BEV 구매 지원은 탄소 배출 저감, 미래 모빌리티 전환 등의 차원에서 시행되는 제도다. 하지만 여전히 BEV 운행에 따른 탄소배출권 제도는 보급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렇다면 보급 정책 내 상반된 제도의 빠른 손질이 필요하고 정부 내 누군가 바로 잡는다면 공로가 인정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얘기가 지금의 BEV 탄소배출권 제도에 비유되고 있으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