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내연기관 5기통 품은 시대착오적 설계
-고회전 상황, V10 연상케하는 감각 갖춰
아우디 RS3를 타고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의외로 '시대착오적'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이 차를 가장 매력적으로 설명한다.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아우디 RS4와 벤츠 C63 AMG, BMW M3 같은 비교적 작은 스포츠 세단들마저 거대한 엔진을 품고 다니던 시대. AMG는 6리터급 대배기량 V8을 넣었고 BMW M은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으로 맞섰다. 더 나아가 RS6와 M5에는 V10 엔진까지 들어가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시대였다. 상대적으로 작은 차체에 필요 이상으로 거대한 엔진을 밀어 넣고 효율보다 감성과 사운드, 그리고 '왜 이런 걸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싶은 과잉 엔지니어링이 존재하던 시절. RS3는 묘하게 그 시대의 잔상처럼 느껴진다.
▲디자인&상품성
차체 크기 자체부터 흥미롭다. 전장 4,535㎜, 휠베이스 2,631㎜ 수준으로 아반떼보다 약간 짧고 낮은 수준인데 이 안에 400마력 5기통 엔진과 콰트로 시스템을 담아냈다. 요즘 점점 커지는 고성능 세단들과 비교하면 훨씬 압축된 느낌이다.
전면부는 RS 전용 블랙 그릴과 거대한 에어 인테이크, 그리고 낮게 깔린 차체 비율 덕분에 상당히 공격적이다. 특히 컴팩트 세단 차체 안에 억지로 고성능 파워트레인을 밀어 넣은 듯한 긴장감이 있다.
측면부는 의외로 절제돼 있다. 최근 고성능 전기차들이 과장된 공력 장치와 미래지향 디자인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과 달리 RS3는 비교적 전통적인 스포츠 세단 비율을 유지한다. 오히려 그래서 더 위험해 보인다. 평범한 준중형 세단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400마력짜리 괴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후면부는 RS3의 본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넓은 디퓨저와 타원형 배기구, 그리고 공격적으로 부풀린 리어 범퍼는 평범한 A3가 아니라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특히 배기구 디자인은 요즘처럼 가짜 머플러 장식이 늘어나는 시대에 오히려 반갑게 느껴진다. RS3는 아직 배기음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내 역시 RS3다운 분위기가 강하다. 레드 디나미카 사이드 트림과 카본 아틀라스 인레이, 허니콤 패턴 레드 스티치가 들어간 나파가죽 RS 스포츠 시트 조합은 전형적인 독일식 고성능 감성이다. 화려하게 소비자를 압도하기보다 운전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분위기에 가깝다.
상품 구성도 의외로 충실하다. 12.3인치 버추얼 콕핏 플러스와 MMI 내비게이션 플러스, 아우디 스마트폰 인터페이스는 기본이고 680W 출력의 소노스 3D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까지 기본 적용된다. 훌륭한 5기통짜리 사운드 시스템이 있는데 고급 오디오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이다.
흥미로운 건 RS3가 단순히 트랙용 장난감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3존 공조 시스템과 열선·전동·눈부심 방지 미러, 각종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일상 편의 기능 역시 상당히 충실하다.
▲성능
RS3에는 다른 브랜드에서 결코 볼 수 없는 2.5ℓ 직렬 5기통 TFSI 터보 엔진이 들어간다. 최고출력은 400마력, 최대토크 50.99㎏·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는 단 3.8초. 최고속도는 280㎞/h에서 제한된다.
더 흥미로운 건 이 숫자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요즘 고성능 차들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나 전기모터를 더해 순간 응답성과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과 달리 RS3는 여전히 엔진 자체의 힘으로 이 성능을 만들어낸다. 순수 내연기관 5기통이라는 사실 자체가 이미 낭만처럼 느껴지는 시대다.
사실 5기통 엔진 자체는 자동차 역사 안에서도 굉장히 희귀한 구조다. 4기통보다 부드럽고 6기통보다 짧다. 하지만 구조가 애매한 만큼 제조사 입장에서는 굳이 유지할 이유가 적었다. 대부분 브랜드들이 효율 좋은 4기통 터보나 매끈한 6기통으로 이동한 이유다.
그런데 아우디는 이상할 정도로 이 엔진을 고집해왔다. 그리고 이 엔진의 혈통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꽤 흥미로운 지점에 닿는다. 바로 아우디 R8과 람보르기니 우라칸에 들어가던 자연흡기 V10 엔진이다. 실제로 RS3의 5기통은 그 V10을 절반으로 잘라놓은 듯한 구조와 음색을 공유한다. 물론 절반짜리 람보르기니라고 말하면 지나친 농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회전 영역으로 올라가는 순간만큼은 정말 착각하게 된다.
RS3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비유는 아마 ‘90년대 록 밴드’일지도 모른다. 최근 전동화 고성능 차들이 노이즈 하나 없는 디지털 음원 같다면 RS3는 일부러 기타 앰프를 끝까지 찢어놓은 아날로그 라이브 공연에 가깝다.
특히 5기통 엔진의 음색은 정말 독특하다. 일반적인 4기통 터보처럼 단조롭게 올라가지 않는다.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리듬이 점점 복잡해지고, 금속성이 섞인 기괴한 배기음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6,000rpm을 넘어가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정말 이상하게도 V10 엔진 같은 착각을 만든다. 람보르기니 우라칸이나 아우디 R8이 고회전에서 보여주던 그 날카로운 금속성 울림이 희미하게 겹쳐진다. 단순히 빠른 차라기보다 엔진 자체가 감정을 끌어올리는 타입이다.
진짜 무서운 부분은 단순 가속이 아니다. 이 차는 한때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가장 빠른 양산 세단 타이틀을 가져갔던 차다. 그것도 훨씬 크고 비싼 고성능 세단들을 제치고 기록을 세웠다. 이유는 단순 출력보다 차체 밸런스에 있다.
RS3는 차가 짧다. 그리고 콰트로 시스템과 토크 스플리터 조합 덕분에 코너 탈출 속도가 굉장히 공격적이다. 일반 AWD 스포츠 세단들이 안정감을 우선하는 것과 달리 RS3는 뒤를 적극적으로 회전시키며 코너를 파고든다.
굉장히 흥미롭다. 최신 고성능 차들이 지나치게 무겁고 디지털적으로 변해가는 시대에 RS3는 여전히 기계적인 긴장감을 남겨둔다. 완벽하게 정제된 슈퍼 세단이라기보다 작은 차체 안에 거대한 엔진 캐릭터를 억지로 밀어 넣은 느낌이다. 그래서 더 거칠고 더 생생하다.
▲총평
아우디 RS3는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차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특별하다. 지금 시대에 순수 내연기관 5기통 엔진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집념에 가깝다. 효율과 규제가 모든 걸 지배하는 시대에 아우디는 아직 엔진의 감각과 소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RS3가 과거 V10 M5나 RS6처럼 완전히 비정상적인 차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기준으로 보면 이 작은 차체 안에 순수 내연기관 5기통 엔진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낭만적이다.
무엇보다 이 차는 숫자보다 감각으로 기억된다. 고회전에서 터져 나오는 독특한 홀수 리듬의 배기음, 기묘할 정도로 공격적인 코너 탈출, 그리고 컴팩트 세단 차체 안에 담긴 과잉 성능까지. RS3는 요즘 시대에 점점 사라지고 있는 ‘큰 엔진의 낭만’을 여전히 품고 있다. 한편, 아우디 RS3의 가격은 7,966~8,467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