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내연기관 세금 더 올릴까, 전기차에 세금 붙일까

입력 2026년05월21일 08시5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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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송 부문 에너지 전환, 세금 딜레마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수송 부문 기름에 부과해 거둬간 교통에너지환경세는 13조2,000억원이다. 2024년 11조4,000억원 대비 16.2% 증가했다. 인하했던 유류세율을 다시 높였더니 곧바로 1조8,000억원이 증가한 셈이다. 물론 올해는 중동 위기에 따라 유류세율을 다시 낮춘 데다 자발적인 자동차 운행 제한 등이 기름 수요를 줄이고 내연기관차를 BEV로 전환하는 소비자도 늘어 유류세는 다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고민은 여기서 비롯된다. 2025년 말 국토교통부 기준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2,651만대 가운데 BEV는 100만대로 아직 비중이 낮지만 중동 사태 장기화로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대폭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고유가라는 점에서 유류세를 높일 수 없고 소비자는 고유가 타개책으로 BEV를 선택, 유류세 부담에서 벗어나려 한다. 더욱이 BEV 전환 소비자는 평균 주행거리가 내연기관 대비 길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전기승용차 주행거리 비교와 영향요인 분석(2023, 박지영 외)>에 따르면 전기 승용차의 1일 평균 주행거리는 60㎞로 전체 승용차 평균보다 54% 길다. 연간 누적 주행거리도 1만5,000㎞ 이상 운행자가 68.1%에 이를 정도로 높다. 이른바 ‘효율이 높아질수록 사용량도 늘어나는’  제번스의 법칙에 따라 에너지 비용의 저렴성이 주행거리를 늘린 이유도 있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기름 사용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BEV 전환에 보다 적극적인 점을 주목한다. 세수 관점에선 장거리 주행자가 BEV로 바꿀수록 유류세 감소폭은 더 커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부는 줄어드는 유류세를 그냥 보고 있을 수 없다. 지난해 13조원이 올해 10조로 떨어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세수가 줄면 어디선가 보전 방안을 찾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고민은 해외도 예외가 아니다. 이때 먼저 발굴된 세원이 전기차의 도로세다. 동급일 경우 내연기관 대비 무거워 도로 파손을 늘린다는 이유로 호주에서 먼저 논의도입됐고 최근 미국에서도 관련 논의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실제 국내의 경우도 교통에너지환경세에 도로 관리 비용이 포함돼 있어 정확하게는 내연기관 사용자에게만 현재 도로세가 부과되는 중이다. 따라서 한국도 전기차에 도로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주장이다. 다만, 지금 당장 적용할 경우 보급 확대를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신중할 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세수 보전 방안은 논쟁 사안이다. 모두가 보전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방법론은 입장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환경론자들은 BEV 확산에 따른 부족 세수를 내연기관에 추가해 전환 속도를 높이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업계는 BEV가 사용하는 전기 에너지에 세금을 부과해 내연기관과 BEV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연기관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면 BEV 전환 속도는 오르지만 그래도 내연기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는 부담이 증가하고, BEV 충전료에 세금을 추가하면 보급 확산이 느려져 탄소중립 달성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물론 절충안도 있다. 내연기관과 BEV 충전료에 세금을 동시에 부과해 세금 부담을 분산시키는 방안이다. 세 가지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는 결국 정부와 정치권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다. 

 


<사진: 내용과 무관>
 

 고민이 깊은 상황에서 주목할 점은 한국과 유사한 고민을 안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결정이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추진하는 정책을 살펴보면 내연기관의 경우 운행을 억제하되 BEV에는 세금을 늘려간다는 사실이다. 내연기관 자체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게 아니라 운행 구간 제한 등으로 이용을 억제해 BEV로 구매를 전환시키는 방안이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경우 도심 지역 내 무공해 구역(ZEZ, Zero Emission Zone)을 확대하고 해당 지역은 BEV 등의 친환경차만 운행을 허용한다. 당연히 소비자는 이동 제한에 따른 불편을 피하기 위해 친환경차를 선택한다. 충전료에 세금이라는 경제적 부담이 더해져도 이동 제약을 피하려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한국도 최근 기름 사용 억제를 위해 도입한 운행 부제에서 BEV는 제외시켰다. 중동 위기에 따른 일시적 제도지만 어쩌면 향후 BEV 전환을 위해 오히려 확대하는 게 현명할 수도 있다. 공공기관 뿐 아니라 모든 주차장, 모든 도로에 적용하면 BEV의 자발적 전환이 훨씬 빨라질 수 있어서다. 충전료에 세금을 추가 부담해도 운행의 편리성이 보다 앞선 이동 본능이기 때문이다.

 

 박재용 (공학박사, 자동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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