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넬리 4연승 속 메르세데스 내부 갈등 불거져
-해밀턴, 페라리 복귀 이후 첫 포디움 올라
-베르스타펜 시즌 첫 포디움..맥라렌은 전략 실패
지난 22일부터 24일(현지시각)까지 열린 2026 캐나다 그랑프리는 시즌 흐름 자체를 뒤흔든 '대형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선두 팀 동료간의 신경전, 전략 실패로 무너진 강팀, 전설의 부활, 그리고 오랜 침묵을 깬 챔피언의 반등까지. 몬트리올은 주말 내내 쉴 틈 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번 레이스에서는 키미 안토넬리(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가 4연승을 달성했다. 중국, 일본, 마이애미에 이어 몬트리올 레이스까지 제패한 것. 이탈리아 출신의 드라이버가 F1에서 4연승을 기록한건 1952년 알베르토 아스카리(스쿠데리아 페라리) 이후 처음이다.
다만 메르세데스의 팀 분위기는 평온하지 않았다. 2010년대 메르세데스의 레이스카 색상을 따 '실버 워' 라고도 불렸던 루이스 해밀턴-니코 로즈버그 간의 경쟁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내부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외신들도 해당 부분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을 정도다.
스프린트 퀄리파잉에서는 조지 러셀이 폴포지션을 가져가며 분위기를 탔다. 그리고 이어진 스프린트 레이스에서 러셀은 안토넬리와 선두 자리를 놓고 거칠게 맞붙었다. 두 차는 휠 투 휠 상황에서 접촉했고 안토넬리는 트랙 바깥으로 밀려나는 상황까지 펼쳐졌다.
안토넬리는 팀 라디오를 통해 “그(러셀)가 날 밀어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고 러셀 역시 “내가 앞서 있었다”고 맞섰다. 경기 후 메르세데스는 토토 볼프 CEO가 주관한 내부 논의를 진행했고 “자유롭게 레이스할 수 있지만 서로 존중은 필요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시즌 초반부터 이어진 메르세데스 내부 경쟁이 캐나다에서 본격적인 신경전 양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결승전은 더욱 치열했다. 메르세데스의 두 선수는 레이스 초반부터 서로를 밀어붙이며 수 차례 순위를 교환했다. 특히 24랩 최종 시케인에서는 실제로 바퀴끼리 맞부딪히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FIA는 안토넬리에게 포지션 반환 지시를 내릴 정도였다.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하던 순간 러셀의 차가 멈춰섰다. 30랩 만의 일이다. 선두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러셀의 차는 갑작스러운 파워유닛 문제로 그대로 멈춰섰고 러셀은 헬멧을 벗기도 전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치열했던 내부 경쟁이 허무한 기계 고장으로 막을 내린 순간이다.
반면 안토넬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이후 완벽한 페이스 관리로 10초 이상의 격차를 만들며 여유 있게 우승을 가져갔다. 챔피언십 격차 역시 단숨에 43점 차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시즌 까지만 해도 러셀을 안토넬리가 추격하는 양상이었지만 올해에는 정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주말 가장 극적인 서사는 해밀턴(스쿠데리아 페라리)이었다. 그는 경기 막판 막스 베르스타펜(오라클 레드불 레이싱)을 추월하며 2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이 결과는 상징성이 컸다. 해밀턴이 페라리 소속으로 메인 그랑프리 포디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 2024년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 이후 오랜만에 '해밀턴다운 주행'이 돌아왔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표정이었다. 경기 후 해밀턴은 “페라리에서 보낸 시간 중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주말 직접 차 세팅 방향을 바꾸고 엔지니어링 접근법도 수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캐나다에서의 페라리는 시즌 초반과 전혀 다른 차처럼 움직였다. 직선 가속과 브레이킹, 그리고 코너 탈출에서 해밀턴은 오랜만에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해밀턴의 뒤를 쫓은건 베르스타펜이다. 시즌 초반의 레드불은 경쟁력이 떨어졌지만 이번 캐나다에서의 분위기는 달랐다. 그는 해밀턴과 끝까지 맞붙으며 시즌 첫 포디엄인 3위를 기록했다.
더 흥미로운 건 그 직전 일정이다. 베르스타펜은 불과 일주일 전 독일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도 참가했다.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서킷 중 하나인 ‘녹색 지옥’을 수 시간 동안 달린 뒤 곧바로 캐나다로 넘어와 다시 F1 포디엄에 오른 셈이다. 내구레이스와 F1을 오가는 강행군 속에서도 베르스타펜은 여전히 가장 위협적인 드라이버 중 한 명이었다.
맥라렌은 정반대였다. 경기 직전 비가 멈췄는데도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를 고집한 전략이 모든 것을 망쳤다. 랜도 노리스는 스타트 직후 선두까지 치솟았지만 곧바로 피트인해야 했고, 이후 잔디를 밟으며 신뢰성 문제까지 겹쳤다. 결국 기어박스 이상으로 리타이어했다. 오스카 피아스트리 역시 접촉 사고와 10초 페널티로 무너졌다. 단 한 점도 얻지 못한 맥라렌은 팀 챔피언십 흐름까지 흔들리게 됐다.
중위권에서는 프랑코 콜라핀토(BWT 알핀)가 또 한 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젖은 노면에서 벽을 스치며 프런트윙이 손상됐음에도 끝까지 차를 끌고 가 6위를 기록했다. 알핀 업그레이드 패키지가 실제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26 캐나다 그랑프리는 단순히 안토넬리의 4연승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기였다. 메르세데스의 내부 전쟁, 해밀턴의 부활, 베르스타펜의 반등, 맥라렌의 자멸까지. 시즌 중반부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을 만한 장면들이 몬트리올에서 한꺼번에 폭발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