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전기차 충전구역 알박기, 해결책 없나?

입력 2026년06월08일 08시07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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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중국 등은 주차 과금, 공동 주택 관리자에 재량권 부여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8조 제8항은 전기차 충전구역에서 충전을 방해하는 구체적인 행위와 과태료 부과 근거가 규정돼 있다. 먼저 충전 구역에 물건을 적치해 전기차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또한 충전구역임을 표시한 구획선 또는 문자 등을 지우거나 훼손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물론 충전기를 포함한 시설을 훼손하는 경우도 당연히 제재 대상이다. 여기까지는 충전시설과 구역(zone)에 관한 것이고 실제 충전 행위에 대한 규정도 분명하다. 

 



 

 BEV와 PHEV가 급속충전을 이용할 때는 충전구역에 2시간 이내의 범위에서 산업부 장관이 고시하는 시간이 지난 후에도 계속 주차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때 산업부 장관이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 제6조에서 고시한 시간은 1시간이다. 쉽게 말해 BEV와 PHEV가 급속 충전을 이용할 때는 최장 2시간만 해당 구역을 이용할 수 있다. 완속을 이용할 때는 BEV의 경우 14시간, PHEV는 7시간이다. 하지만 PHEV라도 자정부터 06시까지는 제외한다. 이른바 수면 시간 등을 감안한 조치다. 각각의 행위를 위반했을 때 단속관청이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는 충전시설의 충전구역 및 전용주차구역에 내연기관 등이 주차했을 때와 물건 적치 등으로 충전을 방해한 경우는 10만원, 시설을 고의 훼손한 경우는 20만원이 부과될 수 있다. 

 

 이렇게만 보면 전기차 충전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제도는 마련돼 있다. 하지만 엄밀히 보면 허점 투성이다. 과태료 부과 주체가 자치단체여서 기본적으로 단속이 쉽지 않다. 동시에 사유지로 구분되는 공동주택(아파트)의 경우 단속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국민신문고 앱으로 사진을 찍어 신고하면 된다. 하지만 이때부터 입주민 간 갈등이 발생한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공영 주차장이나 공공 부지는 자치단체 단속이 가능하지만 정작 이용자들이 갈등을 빚는 곳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다. 주차 공간이 부족해 내연기관이 BEV 충전 구역에 주차하고, BEV도 충전 후 옮길 곳이 없으니 그대로 주차해 둔다. 다른 사람이 신고할까 싶어 완충으로 더 이상 충전조차 되지 않아도 플러그를 연결한 채 세워두기 일쑤다. 이른바 ‘알박기’다. 

 

 전기차 충전구역 내 ‘알박기’ 문제가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현행법의 단속 기준이 실제 충전 여부가 아닌 ‘단순 주차 시간’만을 기준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기차 충전시설 의무 설치 비율이 총 주차대수의 일정 비율까지 확대되면서 일반 주차 공간이 줄어든 점도 이유로 꼽힌다. 내연기관차 구역이 줄었으니 전기차 구역에 일단 세워두자거나 전기차도 주차면을 찾기 어려우니 충전하지 않아도 일단 세워두겠다는 보상 심리가 작용한다. 하지만 공동주택의 경우 관리사무소의 권한이 사실상 없다. 앱을 통해 신고해도 과태료만 부과될 뿐 공유지처럼 견인조치 등은 이뤄지지 않는다. 

 

 앱을 통한 신고 조건도 까다롭다. 동일한 위치에서 제한 시간을 넘겨 주차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완속 충전의 경우 14시간 동안 차가 움직이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면 신고자가 아침과 밤, 혹은 이틀에 걸쳐 최소 2장 이상의 사진을 시간 정보와 함께 촬영해야 한다. 

 

 이런 점을 파악한 해외 일부 국가는 일종의 단속(?) 역할을 충전기 제조사에 맡긴다. 충전기업이 '점유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테슬라(Tesla)의 경우 충전이 끝난 후 5분 내로 차를 빼지 않으면 분당 0.5달러(약 700원)에서 최고 1달러의 ‘점유 수수료’를 무제한으로 누적 부과한다. 당연히 결제 카드가 연동돼 있으니 옮기지 않으면 엄청난 점유료가 빠져나간다. 

중국도 비슷하다. 충전 후 차를 옮기지 않으면 점유료가 부과된다. 심지어 충전소 바닥 면에 번호판 인식 카메라와 연동된 자동 차단막을 설치하는데 전기차가 아니거나 예약하지 않은 차는 차단막이 내려가지 않아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한국도 충전기 제조사들이 충전기 내에 점유 과금 시스템을 넣어 충전 후에는 주차료를 내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때 과금된 주차료는 주차장 관리자에게 지급되도록 하면 된다. 동시에 주차료는 충전료보다 월등히 비싸게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충전 후 즉시 옮기기 마련이다. 금융 부담을 지우는 것이야 말로 충전 후 자발적 이동을 위한 최선의 촉진제가 아닐 수 없다.

 

  박재용 (공학박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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